구성 :
p 169 그분에게는 내가 하는 일을 막을 권리가 없어. ~ 산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에게 더 착실히 도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야. 신께서 정해 놓은 숭고한 법을 어기고 싶거든 네 맘대로 해라.
p 170 핑계에 지나지 않아. 그러면 나는 가서 사랑하는 오빠를 묻어 주겠다.
p 185 그 법은 제우스신께서 만든 법이 아니니까요. 하계의 신들과 함께 계신 정의의 신도 이런 법을 세상에 반포하신 적이 없습니다. 인간의 글로 씌어지지는 않았으나 영원한 하늘의 법을 어길 수가 있을까요? 저는 왕께서 정하신 법이 하늘의 법과 같은 힘을 지니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하늘의 법은 어제, 오늘에 생긴 것이 아니며 아무도 그 법이 언제 생겼는지 알지 못합니다. 저는 인간의 자존심은 두려워 하지 않지만 신 앞에서 하늘의 법을 어겼노라고 대답할 수는 없습니다.
내용 :
안티고네는 오빠의 시신을 묻지 말라는 크레온 왕의 명령을 어겼다. 이 시대는 왕의 명령이 곧 법인 시대이다. 즉, 안테고네는 법을 어긴 것이다. 그런 법을 어긴 안티고네가 과연 찬동 받아야 하는 것일까?
법이라는 것은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지켜야 하는 것들을 정해놓은 하나의 약속이다.
이런 법을 어겼다는 것은 나라를 거역한 것으로 확대 해석해 볼 수 있다. 나는 크레온 왕을 국가로, 안티고네를 한 개인으로 생각해봤다.
국가의 뜻을 거스른 안티고네가 맞이한 결과는 어땠을까?
그것은 비극이었다. 작게는 동생에게 법을 어기겠다고 하여 마음고생을 시켰고, 오빠의 시신을 감시하던 파수병들에게는 죽음의 위협을 받게 하였다. 더 크게는 하이몬의 죽음과, 이로 인한 그의 어머니의 죽음까지 초래한 것이다. 안티고네는 자신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죽음은 결국 또 다른 죽음을 불러왔다. 이런 비극을 초래한 안티고네의 행동은 이기적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오빠의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것이 억울하기도 하고, 가슴 아프겠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마음이 편하자고 법을 어기는 것은 괜찮은 것일까?
사회는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을 정해서 많은 사람들을 다스리고 통제하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법이 모두 그 사람들의 생각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에게는 이 법이 좋은 법 일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악법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개인에게 약간의 희생이 요구되기도 한다.
모두가 다 자신의 생각에서 행동한다면 법이 무슨 소용 일까? 자신의 생각으로 그 법이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법을 어긴다면 그 사회는 어떻게 될까? 제대로 유지가 될까? 그 사회는 혼란 속에 빠질 것이다.
무작정 안티고네처럼 법을 어기는 일만이 좋은 방법일까? 안티고네는 크레온 왕의 명령을 듣고 자신만의 생각을 하여 행동으로 옮겼다. 더 나은 방법은 생각 안하고 행동에 옮기는데 급급했던 것 같다. 안티고네의 성급한 행동으로 설사 결과가 좋았다 할지라도 법을 어겼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실제의 결과는 비극이었다는 사실이 더해져 안티고네의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
법이 옳지 않다고 생각해도 우선은 법을 지키고 봐야 하는 것 아닐까? 소크라테스는 죽음의 문턱에서 도망쳐서 살 수 있었지만, 그는 묵묵히 죽음을 받아들였다. 이는 법을 지키려는 생각 아니었을까? 법은 어기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처벌을 받게끔 돼있는 것이다. 안티고네의 죽음은 마땅한 처벌이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안티고네는 자연의 법이라 하여 그것을 지키기 위해 국가에서 정한 법을 어겼다. 자신이 법을 어기고도 잘못을 깨닫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에게 이런 판결을 내린 사람들에게 후에 자신이 당한 것과 같은 화를 당하도록 말하고 있다.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만 생각하는 것 같다.
안티고네가 말하는 자연법이 무엇일까? 하늘의 뜻? 보이지 않는 그 하늘의 뜻이 우리사회의 뜻보다 더 중요한 것일까? 자연법은 맞고, 국가의 법은 틀리다는 안티고네의 생각을 인정해 줘야 하는 것일까? 안티고네가 신을 믿고 그들을 따르는 것은 자유이다. 하지만, 안티고네는 신이 아니다. 또한 신들과 함께 사는 것도 아니며, 그저 믿고 있을 뿐이다. 안티고네가 사는 곳은 현실세계의 사회이다. 그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고 있다면 그 틀 속에 정해진 법을 먼저 생각하고 지켜야 하는 것 아닐까?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도 않고, 잘 모르는 법을 하늘의 뜻이라 하여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자신의 일을 합리화 시키기 위한 하나의 변명일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다 아는 사회의 법도 지키지 않으면서, 보이지도 않고 알려지지 않은 자연법은 지킨다는 보장이 있을까?
또한 여기서는 법을 어긴 안티고네보다는 그러한 법을 지키라고 하는 크레온왕을 비판하고 있다. 난 여기의 비극적 결말이 크레온왕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법을 지키지 않은 자를 처벌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 한사람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다른 이들의 죽음을 가져왔다. 안티고네가 법을 어기지만 않았어도, 안티고네 자신이 죽는 일도, 그녀와 결혼을 약속한 하이몬의 죽음도, 아들의 죽음을 들은 어머니 에우류디케의 죽음도 다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진정한 피해자는 안티고네가 아닌 크레온왕이다. 안티고네로 인해 자신의 가족을 모두 잃었으니 말이다. 이런 결과를 가져온 안티고네의 행동이 옳았다고, 정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악법이라고 생각하는 법을 지킨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악법이라고 해서 무작정 어기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안티고네처럼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 할 수 있다. 보다 나은 대안을 생각하면서 법을 지켜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