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태동하는 봄을 맞기 위해 남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지루하리만치 길었던 지난 겨울을 도시 속에 묻어둔 채 눈으로, 냄새로, 피부로 봄을 맞기 위해서다. 고속도로의 끝자락 목포를 빠져 나와 영암호를 지나면서 땅 끝 해남으로 접어든다.
올망졸망한 시골집과 꼬리지어 나타나는 낮은 언덕의 샛길을 달리다 보면 언제 겨울이었냐는 듯 배추와 보리의 푸른 물결이 보기 좋게 이어진다. 겨우내 잠들어 있던 땅과 식물이 봄을 맞아 기지개를 힘껏 켜고 있다.
푸른 잎사귀의 동백나무는 새빨간 꽃을 열매처럼 매달고, 봄을 알리는 첫 손님 매화의 꽃망울은 벚꽃만큼이나 환하게 흰 꽃을 피워낸다. 굳게 닫혀 있던 창을 열어보니 풋풋한 냄새가 따뜻한 바람과 함께 밀려든다. 해남은 봄맞이 여행의 시작이다. 국토의 최남단에서 처음으로 봄을 맞고, 남도 답사 1번지 강진에서 문화와 전통을 느껴본 후, 현대 문학의 고장 장흥에서 봄의 감상에 듬뿍 빠져보는 여정이다.
1. 보해매실농원의 활짝 핀 홍매화. 2. 해안도로 옆에 때 이르게 피어난 유채꽃.
해남은 '물 천지'다. 툭 불거져 나온 해남의 모습을 바다가 아우른 형국도 그렇지만 군 내에 고천암호, 영암호, 금호호 등 호수가 세 개나 있다. 해남 땅에는 봄소식이 이미 도착했다.
인공 물길을 지나 해남의 초입 산이반도로 들어서자마자 봄기운에 푹 빠져버린다. 국내 최대의 매화 군락지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보해매실농원엔 해남 특유의 구릉 지형 위에 1만 그루가 넘는 매화나무가 자라고 있다.
만개한 매화꽃을 뒤로하고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 진짜 땅 끝으로 향한다. 드라마 <허준>의 마지막 촬영 세트가 있는 중리를 지나 백두대간의 마지막 끝 갈두리에 도착한다. 갈두리 뒤로 우뚝 솟은 사자봉 전망대에 오르면 보길도, 진도, 어룡도, 백일도 등 20여 개의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도해에 둥둥 떠 있는 섬이 땅 끝을 향해 수려한 자태를 저마다 뽐내고 있다.
3. 수문해수욕장에서 키조개를 잡는 어선의 모습. 4. 다산초당 천일각에서 바라본 강진만.
땅 끝에서 강진으로 향하는 길은 기분 좋은 해안도로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달리다 보면 이르게 피어난 유채, 진달래 같은 봄꽃과 맞닥뜨린다. 유난히도 움푹 팬 강진만을 옆에 끼고 달리다 보면 다산의 유배지 다산초당에 닿는다.
곳곳에 남은 다산의 흔적을 돌아본 후 초당 오른편에 있는 천일각에서 강진만을 내려다본다. 정약용이 흑산도로 유배된 형 정약전이 그리울 때마다 내려다보았던 바로 그 강진만의 풍광이다.
그 옆으로는 정약용이 백련사 주지 혜장선사를 만나기 위해 수시로 오르던 오솔길이 나 있다. 이 길을 따라 20여 분을 가면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 고찰 백련사로 갈 수 있다.
5. 다산초당 옆 오솔길에서 만난 노승의 모습. 혜장선사의 환생? 6. 장흥 남포의 소등섬으로 향하는 둑길.
장흥은 현대 문학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소설가 이청준, 송기숙, 한승원 등 유명 현대 소설가가 장흥 출신이다. 그들은 고향인 장흥을 무대로 한 소설을 많이 발표했다. 송기숙의 <녹두장군>, 이청준의 <선학동나그네> <축제> 등은 모두 장흥이 배경이다.
그중에서도 <축제>의 배경과 영화의 촬영 장소인 남포는 봄 드라이브의 정취를 한껏 느끼기에 적합한 곳이다. 마을 앞 조그만 무인도 소등섬으로 물이 빠지면 걸어 들어갈 수 있다. 남포마을은 석화로도 유명하다. 싱싱한 석화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7. 보해매실농원의 매화터널. 8. 우항리 공룡 화석지로 들어서는 입구의 갈대밭 풍경.
Day 1
Day 2
Day 3
1. 산이면 보해매실농원 2. 우항리 공룡 화석지 3. 고산 유적지(녹우당) 4. 어란진포구 5. 중리 <허준> 드라마 세트 6. 땅 끝 관광지(토말) 사구미해수욕장, 땅끝콘도에서 숙박
효종이 스승인 고산 윤선도를 위해 하사한 수원 집을 뜯어 그대로 옮긴 고택.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운치가 넘친다. 고산이 사용했던 유물을 비롯해 해남 윤씨 집안의 보물이 전시된 유물전시관도 볼 만하다. 사당 옆으로 조금 올라가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비자나무 숲을 볼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되어 10년간 살면서 230여 권의 저서를 집필한 곳. 천일각에서 백련사로 가는 오솔길은 다산이 혜장선사를 만나러 가던 바로 그 길. 삼나무와 동백나무, 야생 차나무가 어우러져 있어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기에 좋다. 백련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백림을 끼고 있는 오래된 절. 백련사의 차는 '전차'로 불리는 유명한 작설차로 꼭 맛보고 내려갈 것.
강진읍을 벗어나 영암 방향의 월출산 자락으로 가면 강진다원으로 갈 수 있다. 10만 여 평에 달하는 산자락을 뒤덮은 녹차밭은 편안함을 안겨준다. 근처에는 고려시대 절터인 월남사지가 있고, 그 옆에는 플로리스트가 운영하는 아름다운 펜션 허브정원이 있다. 편안하게 하루를 쉴 수 있는 곳.
강진군에서 가장 가깝게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 대구면이다. 강진읍에서 강진만을 따라 굽이굽이 돌아 내려오는 길에는 돌담이 둘러진 시골집과 보리밭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봄날 드라이브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강진은 190여 개의 고려청자 도요지가 발견된 청자의 본고장. 대구면에 있는 청자자료박물관은 강진 여행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코스.
첫댓글 봄나들이 한번 가야겠네요
한번도 가보지 못한곳인데 좋은곳이네요... 좋은정보 감사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