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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개요
이광수의 「무정」 전체를 정독하고 이야기를 파악한다. 재현된 이야기를 통해
배경이 되는 1910년대 식민지 조선의 풍경과 개화 지식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 시점과 어조, 문체 등 이야기의 전달방식을 분석하여 주제와 특성을
파악한다. 작품론을 참고하여 신식의 강박과 개화지식인의 문제, 근대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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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내용과 계몽성, 추상적 현실 인식 등에 대해 이해하고 최초의 근대소설,
순국문 장편소설로 자리매김 된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다.
1. 근대소설(近代小說)
19세기 유럽에서 발흥한 것으로 현실과 사회와 인간 문제를 다룬 사실적인
소설. 근대성에 바탕으로 두고 인간과 사회를 그린 사실적인 장편소설.
2.구어체(口語體)
글에서 쓰는 말투가 아닌, 일상적인 대화에서 주로 쓰는 말투.
3. 「매일신보」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 기관지로 발행되던 한국어 일간신문.
1904년 영국인 이 창간한 『대한매일신보』를 국권침탈 직후 일제가 사들여
『매일신보』로 개제하여 발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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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Q2Q3
지문
① 형식과 선형이 약혼식을 거행한다.
② 신 우선은 마음을 잡고 저술에 힘써 조선에 문명을 떨친다.
③ 병욱 등이 삼랑진의 수재민을 위해 자선음악회를 연다.
④ 박진사가 신문명운동을 위해 학교를 연다.
⑤ 영채가 유서를 남기고 평양으로 떠난다.
⑥ 영채는 병국에게 사랑을 느낀다.
Q2 위 내용은 「무정」의 줄거리를 섞어놓은 것이다. 일어난 순서대로 번호를
매겨보시오.④ → ⑤ → ① → ⑥ → ③ →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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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사가 신문명 운동을 위해 학교를 열고 형식이 제자가 된다. 형식은 이후
유학을 다녀와 교사가 되고 영채는 기생이 되어 형식을 찾아온다. 청량 사
사건 이후 영채가 평양으로 떠나고 형식은 선형과 약혼한다. 영채는 기차에서
병욱을 만나 황주로 가며, 그곳에서 병욱의 오빠 병국은 마음이 흔들린다.
이들은 유학길에 기차에서 우연히 만나며 세 여성은 삼랑진 수해 돕기 자선
음악회를 연다. 조선에 남은 신 우선은 예의전심, 수양과 저술에 힘써 문명을
떨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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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수의 소설, '무정'은 민족 계몽을 향한 사랑의 승화를 그린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장평소설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형식은 경성학교 영어교사
로, 신교육을 받고 자란 미모의 신여성인 선형과 유교 교육을 받고 자란
구시대 여성인 기생 영채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형식은 선형에게 미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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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느끼지만 어릴 적 은인의 딸인 영채도 결코 저버릴 순 없었어요.
영채를 뒤쫓아 가지만 찾지 못하고 형식은 선형과 약혼한 뒤 함께 미국
유학 갈 것을 약속합니다 한편 영채는 기차에서 병욱을 만나 새로운 의지를
갖게 되고 일본에서 병욱과 함께 공부할 것을 마음먹어요. 그러던 중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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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유학을 가던 기에 같은 날 한 기차를 타게 되고, 세 사람은 삼각관계의
미묘한 감정에 휩싸입니다. 하지만 삼랑진에서 수재민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면
서, 개인감정을 접고 모두 한 마음이 됩니다. 그들은 유학을 떠나며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민족의 장래를 책임질 역군이 되자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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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다 읽고 책을 덮고 나서 책 표지를 흘끗 보았어요. 그때 문득 소설
제목이 '무정'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갑자기 이 제목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무정……' 무정이란 무슨 뜻일까. 말 그대로 정이 없음
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장편 소설 '무정', 춘원 이 광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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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무정'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개인적은 사랑을 계몽에 대한 의지로
승화시키는 모습을 통해 민족적 이상주의와 계몽적 정열을 보여주는 작품,
이작품의 제목이 '무정'인 것이 조금은 아귀가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 작품의 제목이 '무정'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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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그들 사랑의 진실성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야기 전개
상으로는 정조를 잃고 자살하러 평양으로 간 영채를 찾다 말고 돌아와 선형과
약혼하고 미국 유학까지 결심하는 형식이 무정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우선 형식이 영채에게 갖는 사랑은 연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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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에 가깝습니다. 형식은 영채가 처음 자신의 집으로 찾아왔을 때, 영채가
기생이라는 사실에 일변 영채가 더러운 듯이 생각되기도 하고 싫은 마음이
생기기도 하였으나 형식은 애써 영채가 옛날 고아였던 자신을 받아준 박진사
의 딸이라는 생각을 하여 떨쳐버리려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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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과 영채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에서도 형식은 선형에게 마음이 기울면서
도 영채가 은사의 딸이라는 이유로 쉽게 저버리지 못합니다. 사랑이라기보다는
도덕적으로 짜인 틀에 맞추어 행동할 뿐입니다. 영채를 향한 형식의 마음이
'무정'입니다. 선형을 향한 마음도 순수하진 않아요. 한편으로는 무능력한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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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 모습을 가진 형식은 선형과의 약혼으로 얻을 수 있는 유학의 길도 고려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영채 또한 형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형식이 아버지가
정해준 정혼자라는 사실에서 비롯된 면이 없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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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무정'이란 제목이 가진 두 번째 의미는 '사회의 무정'이라고 생각
합니다. 영채가 겪어온 어린 시절들, 아버지와 오빠들을 잃고, 남복을 하고
밤길을 헤매다 악한을 만나고, 또 김 현수에게 유린당하고. 영채에게 닥친
현실은 너무도 무정한 것 같았어요. 영채뿐만 아니라 형식이 대하는 세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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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이에요. 지식인인 형식이 대하는 상황은 우리나라에서 열린 길을 없고
미국으로 나가야 성공하는, 그런 현실인 것입니다. 학교에서 오해로 쫓겨나고
지식인으로서 큰 목소리 한번 내지 못한 형식입니다. 세 번째 의미는 작가가
작품을 통해 뜻하고자 한 바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것은 작가의 행적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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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정'과 일맥상통한 면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에게 화가 치밀
어 올랐어요. 작가는 우리 민족에 대해, 우리 조국에 대하여 '무정'합니다. 글
끝 부분에 이런 말이 있지요. “하룻밤 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발발 떠는
그네들이 어찌 보면 가련하기도 하지마는 또 어찌 보면 너무 약하고 어리석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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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인다. 그네의 얼굴을 보건대 무슨 지혜가 일을 것 같지 아니하다. 모두 다
미련해 보이고 무감각해 보인다. 그네는 몇 푼어치 아니 되는 농사하는 지식을
가지고 그저 땅을 팔 뿐이다. “ 이 부분에서는 작가에게 소리치고 싶었어요.
나라를 사랑하지 않고 민족에 대한 스스로의 자부심이 없으면서 무슨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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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냐고, 무슨 계몽이냐고, 그런 생각을 국민들에게 일깨워주겠다는 심산이냐
고 말입니다. 이 광수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의 계몽에 대한 시각과 친일적
사고를 엿볼 수 있었고, '무정'의 의미에 대해서도 문학적인 면에서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었어요. 주인공들의 사랑과 사회, 그리고 작가의 조국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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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이 모든 것들의 '무정'을 발견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무정'의 의미를 알면서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이 광수의 소설이 과거 혐오증과 새것 콤플렉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은
아쉽지만, '그의 작품이 시대에 앞서고, 흥미로우며, 신선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당시 매일신보에 126회가 연재되었는데 흥미진진했다는
것 같아요. 50년 전에 접한 무정의 기억이 오롯이 남아있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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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1. 신식의 강박과 근대 소설
1)근대의 시작, 근대소설의 시작
1917년 새해 첫날부터 '매일신보'에 연재된 이광수의 '무정'은 최초의 근대적인
장편소설로 평가된다. 근대적인 시대 정신과 삶의 문제를 새로운 소설 방식을
통해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우선 '무정'에는 교사를 비롯하여 학생, 기자, 교회
장로 등 보통 인물이 등장하여 근대적인 새로운 직업과 일상이 구체적이고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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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그려진다. 또 교육을 통해 민족을 계몽시키려는 의지와 자유롭고 합리
적인 가치의 추구가 전면에 드러난다. 이 점에서 '무정'ㅇ은 봉건적인 구습과 비
합리적인 권위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근대적 삶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신문이라는 매체의 특성에 맞춰 순국문으로 말하듯 쉽게 쓰인 구어체 문장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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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과거, 과거왕료, 회상 등 시제를 구별하여 표현한 것도 획기적인 시도였다.
당시에 "번역이냐 창작이냐"를 묻는 독자의 편지를 받을 정도였다고 하니, '무정'
이 얼마나 새롭고 다른 문장체를 보인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유례가
없는 긴 이야기에 적절한 구성까지 취하여 당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2)과도기 청년의 욕망과 갈등
'무정'은 총126회에 걸쳐 신문에 연재된 상당히 긴 소설이다. 그러나 이 길이에
비하면 중심 이야기는 대단히 간단하다. 형식이 선형에게 영어 과와를 시작한 날,
형식의 스승이엇던 박진사의 딸 영채가 찾아오고 그녀로부터 그간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어 영채가 배화감에게 정절을 잃고 유서를 남긴 채 사라지자, 형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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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채를 찾으러 평양에 다녀오고, 형식과 선형이 약혼식을 하기까지 5일 동안
벌어진 이야기가 전체의 4/3을 차지한다. 그리고 몇 달 후 이들이 유학 길에 올라
기차에서 우연히 재회하고, 삼랑진 수해를 목격한 다음 음악회를 하고 떠나는
사건까지 2일간의 이야기가 그 나머지를 이룬다. 이렇게 겨우 7일간 벌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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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에 십수 년전 이야기가 소급 제시되고, 다시 그 4년 후의 이야기가 마지막
회의 후일담 형태로 보태진다. 이 이야기가 독자에게는 무척 긴 시간 동안 진행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인물의 내면에 대한 서술과 묘사가
자주 나오기 때문이다. 영채가 기생이 되어 찾아온 후, 형식은 영채의 순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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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고 다시 연민을 느끼며 행복을 꿈꾸다가 또 의심하는 등 하루에도 여러
번 마음이 변한다. 그 의심과 갈등으로 거의 한 회가 채워지기도 할 정도로 서술
의 양도 많다. 형식이 이토록 길게 고민하지만, 사실 겉으로 드러난 행동을 보면
하숙집 노파의 표현대로 무정하다. 그는 유서를 남기고 떠난 영채를 찾으러 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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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가지만, 그 죽음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상경하여 곧바로 선형과 약혼을
한다. 물론 이것이 선형의 아버지인 기장로에 의해 주도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고민과 갈등의 양에 비한다면 성급하기 짝이 없는 결정이다. 이형식의 이런 성격
화를 두고 김동인은 "줏대 없고 정견 없고 자기의 주장이 없는 인물에게 초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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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며 거인적인 사상을 머금게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지적했다. 사실 감정의
극단적 변화의 가벼움, 경솔한 판단과 행동, 영채의 정절을 의심하는 지루한 내면
독백, 자식인이자 교사로서 어울리지 않는 유치한 생각 등으로 보아 형식은 이
소설의 주제를 이끌어 갈 만한 주동 인물이자 계몽의 지도자가 되기에는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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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결국 이 성급하고 위험한 결정 때문에 선형과 형식 사이에 갈등이 생겨나고,
그 해결 과정에서 과도기 미숙한 청념의 자기 발견, 각성의 서사로 나아간다.
3)주체적 자각과 실천
'무정'은 원래 '영채'라는 제목으로 이광수가 구상했던 소설을 수정해 발표한 것이다.
제목인 무정도 무정하게 형식에게 외면당한 영채를 떠올리게 한다. 영채는 시대를
앞서간 교육자인 박진사의 따로 감옥에 갇힌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기생이 되었고,
박진사가 죽자 정절을 지키며 살악다가 형식과 상봉한다. 전반부에서 영채가 기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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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 사연은 애상과 시련의 구조를 띤 신파조의 서술로 제시된다. 곧 박진사의 이야기는
고소설의 로맨스적인 특성을 보여 '채봉감별곡'과의 유사성이 지적되기도 했다.
전반부 영채의 이야기는 이처럼 구소설적 서사 방식에 의해 제시된다. 그러나 영채의
변화가 그려지는 후반부에는 영채의 이야기 제시 방식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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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채가 구여성으로서의 옷을 벗고 주체적인 각성을 하게 되는 것은 병옥이라는 신
여성을 만나면서부터 이다. 유서를 남기고 평양행 기차를 탄 영채는 그곳에서 병욱을
만난다. 영채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한 병욱은 삼종지도라는 윤리 규범을 비판하면서,
여성이 제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남성에게 종속되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비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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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일인가에 대해 설명한다. 그동안 누군가의 뜻에 다라 살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영채는 병욱의 설득에 마치 알을 깨고 나오듯 깨달음을 얻는다. 어쨌든 병욱이라는
선각자를 우연하게 만난다는 구조상의 결함은 있지만, 어째든 영채는 여성에게 무정한
구도덕 때문에 고통받다가, 새로운 시대를 맞아 주체적인 인간으로 새로 태어나 배움의
길로 나선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의미를 지탱하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4)신식의 추종, 개화지식인의 초상
선형의 아버지로서 형식에게 미국 유학의 길을 터 준 김장로는 당시의 선각자연하는
사람을 희화화하기 위해 설정된 인물이다. 그는 20여년 전부터 무엇이든 서양식을 본
받기 위해 방도 옷도 가구도 서양 문명을 깨달은 것으로 안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겉으로 흉내 내기에 불과하다. 그의 신식 추종은 다시 이 작품의 가장 희극적 장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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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식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신식 혼인 경험이 없음녀서 그저 기독교식으로 하는
것을 신식인 양 생각하고 약혼식을 진행한다. 또 신식으로 하기 위해 약혼식 자리
에서야 비로소 "네 뜻은 어떠냐" 신식은 그렇단다. 대답을 해라"라고 묻는다. 결국
서구의 신지식에 대한 허세와 과시, 신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 김장로와의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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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게획된 행동에 의해 추동되어 이형식과 김선형은 위험한 결정을 하고 만다.
마지막에 형식과 선형, 영채와 병욱은 유학길에 올라 기차에서 만나게 된다. 이어
삼랑진의 수해를 목격하고 자선 음악회를 열게 되는데, 이때 교육과 실행으로 신
문명을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감격적 장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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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형식의 흥분된 모습을 전달하는 화자의 어조는 냉소적이기만 하다. 후반부
의 형식은 자각 있는 새 시대로 옮아가는 과정이엇다는 자각을 하게 되지만, 여전히
신식과 사회적 당위에만 매몰된 개화지식인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무정'이
근대의 일상과 지향을 근대적인 소설 양식에 담았다는 점에서 문학사의 확을 그은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이상적이며 추상적인 현실 인식에 머물고 있다고 비판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23.3.8.wed.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