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몰라?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 꺼리야 매일아침 엉? 이 XXX들, 아침마다 기분 나쁘게 말 야! 매일 타는 데도 날 모른단 말 야?”
일산의 어느 역, 역내가 울릴 만큼 쩌렁 쩌렁한 목소리로 매표소 직원들 에게 불만과 욕설을 퍼 부으며, 65세 이상인 시민들의 대표라도 되는 듯, 당당하게 소리친 후 “에잇, 더러워서 못 타먹겠다!” 하며 탕탕탕! 계단을 내려간다.
그 노인 바로 전에는 한 무리의 노인들이 매표소 앞에 진을 치고, 저마다 한 마디씩 불만과 짜증을 토했었다. 어느 노인 한 분이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렸다며 우대권을 하나 달라 시는 거였고, 매표소 직원은 주민등록증을 확인하지 않고는 표를 드릴 수 없는 것이 규칙 이라고,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분들 역시
“보면 모르느냐? 지하철 표가 네 거냐?” 는 것이었다. 내가 직원 이라면,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세가 확인 되지 않은 분께는 함부로 드릴 수 없습니다.” 라고 대답 했을 것 같다. 모자 쓰고 배낭 메고 등산화 까지 신은 그 분들은 내 눈에도 65세 이상 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요즘 노인 들은 옛날에 비해 모두 참으로 젊어 보인다.
“지하철 불법승차 단속기간” 이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나붙기 시작하면서 이런 광경을 여러 번 보게 되었다. 그럴 때 마다 “보면 모르느냐?” 라는 답답한 소리와 “확인 해 야 하는 것이 규칙 입니다.” 라는 똑같은 소리가 반복된다. 직원들이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못 믿어서가 아니라 확인된 사람에게만 무료승차권을 배표 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어길 수 없기 때문 이라는 걸 아무리 설명해도 도대체 타협이 안 된다.
“저 연령대의 노인들,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갖기가 쉽지 않죠. 또 교육을 못 받으신 분들도 많을 거구요.” 짧은 한마디로 매표소 직원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시민도 있다 는 표현 을 해 보지만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65세 이상은 무료승차라는 사실도 내겐 놀라움 이었다.한국이 많이 발전 한 것에 비해, 사고방식은 아직도 많이 비합리적인 것이 눈에 뜨인다.
미국에서는 20세 이상인 사람에게만 술을 팔수가 있다. 맥주나 포도주 같은 낮은 농도의 술도 예외일수는 없고, 어느 곳이던 술을 파는 곳에는 항상 같은 팻말이 붙어 있는데 “술을 사는 모든 사람은, 신분증을 제시하여 주십시오.” 라고 쓰여 있다. 어느 날, 백발의 할아버지가 맥주 몇 깡통을 사는데 운전면허증을 꺼내 보이며“스무 살은 넘었어요!” 하고 웃으니, 판매원도 윙크 한번 하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한다. 정해진 것은 지킨다는 준법정신이 투철한 시민의식이 보기에 좋았다.
“주민등록증 매일 갖고 다니려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렸으니 그냥 우대권을 달라.”하시는 할머님 할아버님, 중년 이상의 전 국민이 모두 그렇게 무료승차 하다가 지하철공사가 부도나면 그땐 아예 경노우대 제도를 폐지해야 할지도 모르니, 귀찮으시더라도 웃는 얼굴로 보여주시고(결코,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라 법을 지킨다는 당당한 태도로) “고맙습니다!” 한마디 하시면 더욱 품위 있게 보일 꺼 예요. 무료로 타는 것도 고마운 일인데, 주민등록증 보여주는 것조차도 귀찮으시다면.........
이글을 쓰고 있는데 9시 뉴스에서, 어느 칠십 세 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 한분께서 철도청 사무실을 찾아오셔서 봉투 하나를 건네고 돌아가셨는데, 그 봉투 안에는 돈 30만원과 편지 한 장이 들어있었다 한다. 사연인즉, 아주 오래전에 제가 먹고살기 위해서 기차를 여러 번 무임승차 하였는데 그것이 늘 죄책감으로 남아 이제라도 속죄하는 마음으로 철도청에 빚을 갚는다는 내용이었다 한다. 직원이 이렇게 안 하셔도 된다고 만류 했지만, 그럴 수 없다고 하시며, 성함만이라도 묻는 직원에게 죄인의 이름은 알아서 무엇 하느냐고 하시며 총총히 사라지셨다한다. 어느 재벌이 몇 천 억원의 상속세를 자진납부 하였다는 훈훈한 소식보다 더 한층 따뜻하고 감동적인 소식 이었다. 오늘아침, 보면 모르냐며 목청을 돋우시던 할아버님께서 이 뉴스를 보셨을까?
마지막으로,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는 기관에 한 말씀 올리고 싶다. 앞으로 주민등록증에 구멍을 뚫으면 어떨지? 예쁜 끈을 끼워서 목에 걸고, 주민등록증은 주머니에 넣으면 매표소에서 보여주기도 좋고 잃어버리는 일도 줄어들 텐데....... 제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첫댓글 작은 것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보신 님의 시선에 축하를드립니다. 복 마니 받으세요
짧지도 않은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서울에 잠깐 다니러 왔다가 제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 요세....비 많이 오는데, 요세비님 좋은 오월 보내시기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