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아내들 외 1편
권혁재
십팔 세기 열녀가 돌아왔다고
최신식 기계에 느슨해진 아내들이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문명에 바랜 애교를 한 세기로 앞당겨 놓고
돈 버는 노비로 전락한 남정네를
전란에 출정하는 전사로 치켜세우는
낭창낭창한 목소리의 아내가 돌아왔다
가족관계만 분명한 아내의 아내들이
억지 밥상을 함부로 차려내도
열녀문을 밀고 들어오는
새로운 아내들이 먼저 집을 장악했다
규방의 불빛 아래 나직이 속삭이는
아내들의 거짓 없는 시대가 왔다
벌천포 여자
권혁재
바람의 길을 압류 당한 여자가 있었다
밀물로 오는 걸음걸이
그 뒤로
갈매기가 물고 낮게 날아오르는
하얀 얼굴의 여자
건너편 태안반도에서
갯벌을 타고 넘어 온 울음의 조각들이
몽돌 속으로 가라앉는 초저녁
초승달 몸매로 굽은 해안선에서
초승달 이마에 스친
단 한 번의 키스에 출렁이는
파도의 무늬들
바다의 물길과 사내의 목소리를
여전히 알아볼 수 있을까
갯벌 속으로 사라져간
남자의 이름을 다시 부를 수 있을까
한恨 같은 바람의 기억이 없어서
지울 길은 더욱 없어서
바람을 탓하지 않는 벌천포 여자
바람의 길을 잃어버린 여자가 있었다
--애지사화집 김선옥 외 {꽃밥}에서
권혁재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안경을 흘리다 자리가 비었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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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회원발표시
권혁재의 AI 아내들 외 1편
애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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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0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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