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멀리 출사를 다녔던 시절에 비하면 비 오는 날의 산책은
본격적인 운동을 하기 전 가벼운 몸풀기 운동에 불과할 것입니다.
비 오는 날의 산책은 자주 있는 일상이지만
오랫만에 카메라를 들고 나갔습니다.
가끔 산책하다가 카메라를 들고 나오지 못한 아쉬움이 컸는데
오늘은 삼각대까지 준비하여 비오는 날의 산책, 가벼운 출사길에 올랐습니다.
사진의 전문가일수록 삼각대는
출사의 프로페셔널한 조건입니다.
산책이 좋은 것은 늘 다니던 길로 다니지 않고
주거 환경의 전체를 돌아 볼 수 있는 삶의 여유를 갖기 떄문입니다.
삶의 여백을 채워 줄 산책, 그 마음의 여유는
복잡한 이해 관계로 얽히고 섥힌 세상풍조를 잊고 초연한 자연의 소리를 듣게 합니다.
불의와 떼법으로 미쳐버린 광란의 굿판,
그 적색광풍의 세상을 향한 증오와 저주의 강박관념에서 마음의 쉼을 얻고
그 종된 굴레에서 자유를 얻는 청초한 풀잎에 맺힌 빗방울 바라보는 시선으로 말미암는
마음의 평강을 누립니다..
이렇듯 비 오는 날의 산책, 그 출사의 길은
느림의 문화를 즐기는 깊은 상념으로 초록의 상그릴라, 그 청라의 언덕을 찾는 연금술사가 됩니다.
초록의 생명, 그 신비를 찾아 카메라를 들고 비오는 날 산책을 나설 때는
삶의 공간, 그 주변은 탐색과 수색의 무풍지대가 됩니다.
오늘은 비가 많이 내릴 떄도 있었지만 가랑비가 내리는 시간이 많아
비오는 날의 서정을 산책으로 느끼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아파트 단지를 둘러 보며 표준 렌즈로 놀이터와 운동기구 등 전체 배경과 시절물을 찍고
비를 피하여 메크로 렌즈로 교체하였습니다.
표준렌즈와 메크로 렌즈는 사진 찍는 감흥이 완전히 다를 정도로
메크로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은 망원경과 현미경으로 피안의 세계를 바라보게 합니다.
불도에만 피안의 세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메크로 렌즈로 바라보는 피안의 세계는 사물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구도자의 입문에 들어서게 합니다.
멀리 있는 것을 가까이 보게 하고 아주 작은 것을 크게 보게 하는 메크로 렌즈의 세계는
사진으로 작품의 세계를 창조하는 출사의 길을 흔연하게 합니다.
친환경 서정의 감칠맛을 느끼게 하는 메크로의 세계는
생명의 신비를 머금은 창조적 서정으로 충만합니다.
특히 비 오는 날의 서정을 담아내는 메크로의 신비는
카메라의 감칠맛을 느끼게 하는 구도적 피안의 세계를 경험합니다.
확실히 비 오는 날의 출사는
원초적 생명의 신비를 경이롭게 느끼는 구도자의 길입니다.
비오는 날 카메라의 앵글로 비에 젖은 꽃잎 담아내는 정서는
하늘이 비를 내려 땅을 적시고 초록의 은혜를 입히는 임마누엘의 동산을 아름다운 마음의 상으로 얻습니다.
비오는 날 풀잎의 향기는 더욱 싱그럽고
맑은 날 햇빛이 주지 못한 생명의 기운을 경이롭게 느낍니다.
비에 젖은 풀섶을 헤치고 접사하는 광경은
비오는 날의 이색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강아지풀과 비단풀의 군락지를 이룬 야생의 서정으로 파고들면서
그 풀잎에 맺힌 빗방울에 투영된 초록의 신비를 접사하는 피안의 환희를 느꼈습니다.
빗방울을 머금은 초록의 신비로 느끼는 경이로운 생명의 서정은
비 내리는 마음의 서정과 초록동색의 친밀감으로 하나되었습니다.
시골의 어디에서나 지천으로 자라는 잡초로 여겼던 비단풀은
최근 두통과 치매 뿐만 아니라 항암작용과 해독작용, 항균작용, 진정작용의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밝혀져
식용과 약용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듯 온갖 종류의 나무와 들풀을 찾아가는 산책은
풍성한 생명의 신비를 마음의 서정으로 흡족하게 합니다.
문득 산책길에서 발견되는 작은 텃밭에는
무성한 고구마 넝쿨과 땅콩과 고추와 가지와 호박과 파와 어린 무우 새싹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몸에 밴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텃밭은
비에 젖은 땅콩의 꽃잎과 그 빗방울의 진주를 머금은 잎을 메크로 렌즈로 담아내며
깊은 향토적 서정을 느꼈습니다.
특히 누군가 심어 놓은 도라지 꽃을 접사하는 감동은
지난 날 강원도 산야초 산행의 도라지를 채취하던 기쁨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잡초와 들풀로 우거진 텃밭은
도심의 산책길, 그 역동적인 출사의 감흥을 새롭게 하였습니다.
또한 700미터 이상의 고지에서 발견되는 자연산 마가목 열매를 산책길에서 출사하고
동심을 자극하는 비에 젖은 나팔꽃은 애틋한 마음의 향수를 느끼게 하였습니다.
이렇듯 비 오는 날 산책길의 출사는
삶의 여유를 친환경 서정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마음의 아름다운 상, 그 상그릴라를 찾는 비 오는 날 산책과 출사의 길은
마음의 감흥을 사진의 흔적으로 남겨 흐르는 시간을 공간의 기적으로 만들어 내는
사진 예술을 조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