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의 이상(理想) 세계는 벌(蜂)사회를 닮는 것이라고 생각한
다. 여왕벌은 한 번 수정(受精)해서 그것을 평생 자기 속에 간직하여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쓴다. 무정란에서 수벌이 나오고 유정란에서 암벌
이 나온다. 수벌은 수가적고 암벌은 수가 한없이 많다. 암벌은 일하는
벌(?蜂)이다. 암벌은 결흔하는 법이 없다. 암벌은 평생 동안 정성을
다해서 꿀을 모아들이는 일에만 열중한다. 부국(富國)이 암벌의 꿈이
다. 수벌은 영웅처럼 나라를 지킨다. 수벌도 결혼하지 않는다. 다만 수
벌 한 마리만이 여왕벌에게 한 번 수정시킨다. 여왕벌은 한 번 받은 정
(精)으로 암벌을 생산한다. 그리고 온 국민이 꿀을 아껴 먹는다. 오직
여왕벌에게만 좋은 꿀을 많이 먹인다. 그러면 여왕벌이 된다. 다 같은
암벌인데 꿀을 많이 먹이면 여왕벌이 되고 꿀을 적게 먹이면 작은 일
벌이 된다. 여왕벌은 한 마리뿐이다. 수벌은 여왕벌에게 한 번 수정시
키고 죽어 버린다. 수벌은 나라를 위하여 싸우는 데 아주 강병(强兵)
이다. 벌 세계는 마치 정신세계와 같다. 벌 세계처럼 정성(惟精)되고
한결(惟一)같은 사회는 없을 것이다.
한 번 수정하면 죽을 때까지 쓰는 여왕벌은 성령을 받은 성인(聖人)
을 연상케 한다. 여왕벌이 백성을 낳는 세계가 벌 사회다. 일벌은 한
벌통에 4만 마리 정도라고 한다. 일벌은 1주일 동안 일하고 죽는다. 여
왕벌은 3개월쯤 산다. 여왕벌이 죽으면 새 여왕을 뽑는다. 그 새 여왕
벌에게 먹이는 로얄제리는 특별하다고 한다. 벌은 한 번 쏘면 독기를
뿜는다. 사람은 한 번 쏘면 무엇을 말할 것인가? 삶의 핵심을 바로 찍
으라는 것이다.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