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딸그마니네집 딸 셋 낳고 덕순이 복순이 길순이 셋 낳고 이번에도 숯덩이만 달린 딸이라 이놈 이름은 딸그마니가 되었구나 딸그마니 아버지 홧술 먹고 와서 딸만 낳는 년 내쫓아야 한다고 산후조리도 못한 마누라 머리끄덩이 휘어잡고 나가다가 삭은 울바자 다 쓰러뜨리고 나서야 엉엉엉 우는구나 장관이구나 그러나 딸그마니네 집 고추장맛 하나 어찌 그리 기막히게 단지 남원 순창에서도 고추장 담그는 법 배우러 온다지 그 집 알뜰살뜰 장독대 고추장독 뚜껑에 늦가을 하늘 채우던 고추잠자리 그 중의 두서너 마리 따로 와서 앉아 있네 그 집 고추장은 고추잠자리하고 딸그마니네 어머니하고 함께 담근다고 동네 아낙들 물 길러 와서 입맛 다시며 주고받네 그러던 어느날 뒤안 대밭으로 순철이 어머니 몰래 들어가 그 집 고추장 한 대접 떠가다가 목물하는 그 집 딸 덕순이 육덕에 탄복하여 아이고 순철아 너 동네장가로 덕순이 데려다 살아라 세상에는 그런 년 흐벅진 년 처음 보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