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찌. 요게 뭐예요?"
잔뜩 호기심이 동한 월이가 눈을 말똥거리며 묻습니다.
(월이는 예전에 제가 한국에 있을 때 키우던 페키니즈 강아지입니다.)
"이거... 음... 아저씨 일생일대 유일무이한 예술작품이지. 푸하하~"
"또 말 어렵게 하시네... 아찌는 맨 날 그래."
"어때 멋있지 않냐? 도자기 작품."
"그러니까요... 요게 뭐 하는 데 쓰는 거냐고요?"
"글쎄다... 월이가 함 맞춰 볼래?"
"칫! 그래놓고 또 꿀밤 때릴려고. 내가 다 알아~"
"늘 엉뚱한 대답만 하니까 꿀밤 맞지. 누군 때리고 싶어 때리나..."
"이번엔 절대로 꿀밤 안 때린다고 약속하면 맞춰볼게요."
월이 눈을 보니 뭔가 생각 하나가 떠오른 표정입니다.
"글쎄... 한번 들어보고..."
"저 봐. 또 그래. 나 안 할래요."
"그래. 그럼 하지 마라. 누가 답답대냐~"
월이가 저만치 가더니 아무래도 입이 근질거리는지 다시 곁으로 옵니다.
"아찌..."
"왜?"
"정답 확실한데... 내가 한 번에 맞힐까 봐 겁나서 그러죠?"
"오호~ 정말 자신 있어? 그럼 해봐라~"
월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젠 제가 궁금해집니다.
"먼저 약속해야지요."
"알았다. 절대로 꿀밤 안 때릴게. Never~"
그래도 의심이 덜 풀렸는지, 엉거주춤 엉덩이를 뒤로 뺀 월이가 한 말,
"아찌 고마워요."
"엉?? 왜 고마워 갑자기?"
"아찌가 이렇게 아껴주니 왜 안 고맙겠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제가 변비 있다는 것 어떻게 알고, 손잡이까지 붙여주시고..."
"엥?? 그렇다면... 너~!"
얼른 표정을 바꾸고는,
"어떻게 그 어려운 걸 알았어? 우리 월이 참 똑똑하네."
팔을 벌리니 얼른 품 안으로 달려듭니다.
잔뜩 칭찬을 기대하는 월이 얼굴.
"아얏! 안 때린다고 했잖아요~ 씨..."
"내가 꿀밤 때렸냐? 뺨 꼬집었지. 에이 나쁜 놈~ 예술작품도 몰라보고 무슨 애완견이냐~"
"근데 아찌. 정말 뭐에 쓰는 물건이야요?"
"그게 뭐냐 하면... 무드 조명용 도자기야. 밤에 짧은 초를 하나 넣어두면 사방으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온단다. 분위기 좋겠지?"
이제 태어난 지 만 1년 2개월, 암컷인 월이도 뭔가 알겠는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몽롱한 표정을 짓습니다.
"어쭈~! 월이가 이젠 별 거 다하네~"
배를 쓰다듬어 주니 기분이 좋아진 월이가 스르륵 잠이 듭니다.
*********
예전에 여주 산수유 축제를 보러 갔다가 여주 도예공방을 들러 난생처음으로 도자기 실습을 했었습니다. 그 도자기가 구워져 집으로 배달되었는데, 하얀색일 거라는 제 예상과는 달리, 기대 이상의 묘한 빛깔로 구워져서 왔더라고요.
호기심이 동한 월이가 가까이 왔길래 사진에 담아 두었다가 써보았던 콩트 올려봅니다. ㅎ
첫댓글
월이는 아찌의 새로운 물건을
자신의 변기로 알았나요.
손잡이가 붙어 있으니
아찌가 자기를 아껴서 변비 때 힘쓰라고?
마음자리님은,
참 다양한 분이시네요.
제 답이 맞는 답인지 모르겠지만,
월이와의 대화에서
마음자리님의 월이 사랑과 호롱불 같은
예술작품의 도자기...
생활 속에서, 아름다움을 건져내는
그런 분이시네요.
네. ㅎㅎ 사는 이야기, 생활 속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마심월심인가 했더니
배를 쓰다듬어주자
하나로 동화되어버리네요.
이것저것 따질것도 없이 따뜻한 관심 하나로 세상은 하나가 되지요.
제가 꿈꾸는 세상, 바로 하나되는
세상입니다. ㅎ
월이와 도자기, 꽁트 재미있네요.
월이는 귀엽고 도자기는
탐이납니다.ㅎ
귀여운 월이는 변기로 착각을 했나요.
에구, 넘 귀여운 녀석이네요.
ㅎㅎ 맞아요. 참 귀여운 녀석인데
떠나올 때 입양시켜주고 왔습니다.
그러게요 색깔이 어쩜 그리 오묘한지
월이가 우찌 알겠어요.
물을 걸 물어야죠
괜시리 월이가지고^^
갸웃갸웃하는 고갯짓이 예뻐서
자주 곤란한 질문을 던지곤 했지요. ㅎㅎ
구멍이 있는 걸 보면
안에 있는 물건이 나오게 하신 것.
휴지 담는 통?
견고하게 잘 만드셨습니다.
색깔도 좋고요.솜씨 있으십니다.^^
처음 해본 일이라, 어떻게 하다보니 저런 모양이 되었습니다.
1호이자 마지막이라 아직까지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ㅎ
한국 생활이 여유가 있었군요
저도 한때는 도자기랑 가까이 지냈지요
처음으로 좋아했던 사람이 도자기 전공이라 여주에 자주 다녔고
제 여동생도 도자기 가마를 가지고 있어서 한국에 있을땐 도자기 가마에 자주 다녔지요, 이전 생활이 그립네요
도자기는 저 모양이 처음이다 마지막이었습니다. ㅎ
손감각도 둔하고 예술적 재능이 부족해 그냥 재미로 해본 것입니다.
단풍님은 도자기쪽으로도 인연이 간단치가 않으셨네요.
월이 너무 귀엽습니다.
그 월이와의 대화도 재미지고요.
그런데 저는 슬픈 마음이 들어요.
언젠가는 이별해야 되니까요.
요즘 울강쥐가 몸이 안 좋아서
혹시나 싶어 장사지낼 오동나무관을
주문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볼 때마다 슬퍼요.
오늘 아침에는 산책도 잘 하고 왔지만
그 관을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맘자리아재가 만드신 도자기를 볼 때마다
월이생각도 많이 나시겠어요.
저도 울강쥐와 좋은추억 많이 만드려고 합니다.
나중에 보내고 후회 없도록요.
제 마음이 찡하게 아파옵니다.
제라님... 그래도 예고되고 준비되는 이별은 그나마 낫습니다.
갑작스런 이별도 얼마나 많은데요...
강쥐와 좋은 추억 많이 만드세요~
추억쌓기 글도 올려주시고요.
글로 보면 참 섬세하고 다정도 하십니다.
저는 뭐든 내다 버리는 성격이라 그렇게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없답니다.
예전에 제가 쓴 글을 읽어보면
저도 낯설 때가 있습니다. ㅎ
지금은 저도 애착하는 물건이 거의 없네요. ㅎ
월이와의 대화가 참 재밌습니다
한국떠나실때 입양보내셨다는데
오래도록 월이 생각이 나셨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