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10 11:18
차디찬 북풍한설을 피해 바다 건너 따뜻한 곳에서 구슬땀을 흘린 8개 구단이 시범경기를 앞두고 속속 귀국해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취약 포지션과 새 얼굴의 보강을 노리며 구단별로 야심차게 진행된 해외 스프링캠프를 결산한다. (편집자주)
◇ 현대
지난해 우승팀인 현대는 플로리다와 하와이에서 훈련하면서 송지만의 가세로 더욱 튼튼해진 외야를 확인했다. 우익수 심정수~중견수 송지만~좌익수 클리프 브룸바는 국내 최강의 외야 진용으로 손색이 없다. 삼성으로 옮긴 박종호의 2루 공백을 메우기 위해 김민우 김일경 채종국 장교성이 캠프 내내 4대1의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 S K
괌과 오키나와에서 훈련한 SK는 선수단 전원이 부상 없이 캠프를 마무리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수술이 예상됐던 에이스 이승호와 사이드암 정대현은 칼을 대지 않고도 캠프에서 정상적으로 볼을 던졌고, 기대주 엄정욱의 기량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2년 만에 돌아온 틸슨 브리또도 공·수에서 변치 않은 실력을 과시해 큰 힘을 불어넣었다.
◇ 기아
하와이에 캠프를 차린 기아는 에이스 김진우의 부상으로 우승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마해영 심재학 등 새로 가세한 거포들의 화끈한 화력시범에 위안을 찾았다. 박재홍 장성호 이종범 등 기존 라인업도 건재를 입증했다. 마운드가 상대적으로 약해졌지만 캠프에서 비장의 칼을 간 이대진과 임준혁은 기대해볼 만하다.
◇ 삼성
하와이를 거쳐 오키나와로 이동한 삼성은 쌍포 이승엽과 마해영의 공백을 메울 대안을 찾느라 분주했다. 새 외국인 타자 트로이 오리어리는 기대를 충족시켰지만 1루수로 돌린 양준혁이 엉덩이 부상으로 2월 중순에 조기 귀국한 사실은 찜찜하다. 고졸 3년생인 유격수 조동찬의 성장은 올해 캠프에서 거둔 몇 안되는 소득 가운데 하나다.
◇ 한화
줄곧 하와이를 지킨 한화는 타력과 내야수비 보강, 마무리투수 낙점에 초점을 맞췄다. 새로 영입한 엔젤 페냐와 제이 데이비스는 김태균과 더불어 강력한 클린업트리오를 형성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고, 새 유격수 이범호는 갈수록 안정감을 심어줬다. 송지만 대신 얻은 새 마무리투수 권준헌도 합격점의 구위를 자랑했다.
◇ L G
신임 이순철 감독의 첫 무대라는 점에서 궁금증을 더한 캠프였다. 2루수 유지현이 유격수로 복귀하는 포지션 변경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 왼손에 집중된 중심타선에 메이저리거 알 마틴의 가세가 힘을 덧붙였다. 마무리를 맡게 될 진필중도 이상훈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충분하리라는 전망이다.
◇ 두산
신임 김경문 감독 체제로 쓰쿠미에서 훈련한 두산은 김동주의 핫코너 재투입과 좌익수 최경환의 지명타자 전환에 따라 판을 다시 짜다시피 했다. 그 바람에 지난해까지 3루에 있던 홍원기가 유격수로 다시 돌았고, 중고신인 유재웅은 좌익수를 꿰찼다. 구조조정 바람은 정규시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롯데
호주와 후쿠오카를 찾은 롯데 양상문 신임 감독은 최근 2~3년간 부진했던 손민한 염종석 주형광 등 주축 선발투수들의 부활을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FA로 영입한 투수 이상목과 외야수 정수근도 캠프 기간에 활력소 구실을 했다. 노장 박정태가 불방망이를 휘두른 점도 든든하다.
[정리] 정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