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자는 커뮤니티 클래스에서 수영을 배운다.
코치가 레벨별로 1명씩 주는 메달을 손자가 받았단다.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지만 조금 과한
반응을 보이며 칭찬을 해 줬다.
할머니가 상으로 선물을 주고 싶은데 뭐가 좋겠냐 하니
피자를 사 달란다.
피자는 손자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그 애의 장래 희망이 세계를 돌아다니며 피자를
만드는 것이란다.
오늘이 내가 한 약속을 지키는 날이었다.
손자의 요구대로 페퍼로니와 하와이안 피자를 주문했다.
애들의 단골 이탈리안 음식점의 피자는 맛도 괜찮은데
피자 도우가 얇은게 맘에 든다 .
그것은 늘 먼 기억 속의 맛을 떠 오르게 한다.
어렸을 적에 엄마는 가끔 손칼국수를 만드셨다.
밀가루에 물을 넣고 이리저리 주물럭 거리면
둥그런 덩어리가 되었다.
누런 종이를 쫙 펴고 밀가루 한 움큼 뿌린 다음
그 덩어리를 홍두깨로 왔다 갔다 하면 종이처럼 되었다.
그것을 돌돌 말아 뚝뚝 썰어대던 우리 엄마손은
요술 손이었다.
옆에 있던 동생과 나는 엄마 손이 끝쪽으로 가면
"그만 그만"을 외쳤다.
우리는 그것을 불씨가 남은 아궁이에 구워 먹는 것을
즐겨했었는데 그때의 그 맛이 피자도우의 맛과
비슷했던거 같다 .
밀가루 냄새, 밋밋함 속에 고소한 끝맛,
바삭함과 불냄새.
별것도 아닌 것을 우리는 서로 큰 것을 차지하려고
아웅다웅하기도 했었다.
그런 우리를 보면서 엄마는 행복해하셨을까?
지금처럼 먹을 것이 풍요로웠어도 그걸 원했을까?
마음씨가 넓은 누나였다면 동생에게 큰 것을 줬을 텐데
그때는 왜 그랬을까?
그때는 칼국수도 싫어했었는데 좋아하게 된 것은
언제 부터 였던가 ?
나보고 피자와 칼국수 중 어떤 것을 먹을지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칼국수를 택할 것이다.
손자는 당연히 피자를 택하겠지.
나는 칼국수가 기억 속의 음식이고
손자는 피자가 기억 속의 음식이 될 테니까.
첫댓글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이 최고 맛있고 평생 기억에 남을겁니다
저희집은 겨울엔 수제비 여름엔 맷돌에 콩을 직접 갈아서
어머니가 콩국수를 만들어 주셨지요
그래서 그런지 수제비와 콩국수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산님 어머님께서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정성으로 해 주셨네요.
저도 가끔 수제비와 콩국수를 애들에게 해 주는데
시대가 좋아져서 어렵지는 않습니다 .
우리 애들은 제 음식을 그리워 하려는지 그것은
모를 일이네요.
첫댓글 감사 드립니다 .
어머니의 수제비와 칼국수 잊을 수 없는 맛이지요.
홍두깨로 밀고,
종이 처럼 얇은
동그란 밀가루 원반을
돌돌 말아 부엌 칼로
싹뚝싹뚝
잘라 만든 칼국수.
아녜스님 덕분에
어머니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혜전 2님도 정확하게 기억 하시는군요.
그동안 쓰지 않던 단어 "홍두깨"를 기억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
우리 형제들처럼 밀가루 반죽을 구워 드시지는
않으셨나 봅니다 .
날씨가 매우 덥다 하던데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
쌀이 부족해서 저녁은 늘 배급받은 밀가루로 수제비를 해먹던 어린시절이
아련히 생각납니다. 그 때는 놀이처럼 즐거이 먹었었는데
나이들어보니 그 때의 엄마의 마음이 조금은 헤아려 지기도 합니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에 여러 식구들 상 차리는 일은
여자들에게 많이 힘든일이었을거라 생각합니다 .
귀찮다는 생각이 들때 엄마의 시절을 그려보면
저의 푸념을 반성을 하게 되더군요.
저도 둥실님과 같은 마음입니다 .
칼국수 꽁지에 대한
기억은 먹거리가 넉넉하지 못했던
그 옛날에 대부분 아이들의 추억속
간식이었나 봅니다.
엄마의 칼국수는 담백한 맛으로
기억됩니다.
맛의 기억.
아녜스 님 글을 읽으며
마당에 솥 걸어놓고 칼국수 해먹던
옛날을 생각합니다.
별 맛도 못 느끼면서 엄마를 조르고 동생과 다투고
그땐 천진난만 했던 시절이었지요.
저는 어렷을적엔 손칼국수보다는 잔치국수를
더 좋아 했었습니다 .
마당에 솥 걸어 놓던 그 풍경도 기억되는군요.
이베리아님 좀 견디면 가을이 오겠지요?
건강 잘 지키시길 바랍니다 .
잘읽고 갑니다.
피자 도우에서 어머니의 밀가루 반죽을 생각해내셨군요.
그것 좀 떠어내 아궁이에서 구워내면 별미였지요.
기억의 공감이 되네요.
피자에서 그맛을 매번 느끼는것은 아닌데
도우가 얇고 담백한것에서는 그맛이
느껴집니다 .
석촌님께서 공감 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
피자와 칼국수를 택하라고 하면
저도 칼국수를 택할거 같습니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칼국수 ㅋㅋ
아녜스님 참 자상하시네요.
손주가 좋아하겠어요.
맛의 기억 때문에
추억의 음식이 그리워지곤 하는데
저는 불씨에 구워주던 고등어가
그렇게 냄새도 좋고 맛있었네요.
제라님 제가 여전히 ..
아니 나이가 들수록 한식이 더 좋아집니다 .
많이 자상한 할머니는 못 됩니다 .
큰손자가 아프게 태어나서 늘 마음이
쓰이지요 .
맛이는것 많이 드시고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제라님 ~
팥 칼국수
여름에 단골 메뉴였어요.
집에서 밀어서 만드는 국수는
더 맛이 있었어요.
한번 만들어서 먹고 싶네요.
제가 밀어서 하는 칼국수는 한번도 안 해 보았습니다 .
팔 칼국수도 할 줄 모르고요 ,ㅎㅎㅎ
좋은 어머니 , 아내의 표상이신 조윤정님을
제가 존경합니다 .
칼국수 맛있죠
엄마가 해 주시던 칼국수에 대하
애틋한 추억이 넘나 정겨워요.
자상한 외할머니께서 사주신 피자
외손자도 오래 기억할 것같아요.
마치 아녜스 님이 엄마 칼국수를
기억하는 것처럼요.
아름문학상에 올리신 나무랑님 글
모두 읽고 있습니다 .
댓글은 못 했지만 응원하고 있습니다 .
늘 좋은 에너지를 주시는 나무랑님 이십니다 .
맛을 기억하고
그 느낌을 오래 간직하는 것은
엄마의 손맛이겠지요.
엄마의 손맛 + 엄마의 사랑 = 엄마의 그리움입니다.
음식을 만드는 손맛도 대물림이 있는것인지
제 오라버니들은 제가 해 드린 반찬에서
엄마의 맛이 느껴지다고 하셨습니다 .
그런데 그분들께 해 드릴 기회가 별로 없네요 .
막바지 여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
남동생이 있었군요 여태 막내라고 생각 했습니다.
피자가 어느새 어머니의 칼국수로 ~
저는 요즈음 부쩍 어릴때의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모든것이 못견딜만큼 ~~~~ 자주 그렇습니다
저보다 세살 어린 남동생이 있습니다 .
이젠 그 동생도 환갑이 넘었네요 .
많은것들이 풍요로운것 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지만
뭔가 채워지지 않는 허허로움을 살아가는게
해외살이인것 같습니다 .
못견딜만큼~~
그 말씀에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
저도 어머니가 홍두깨로 밀어 끓여주시던 손칼국수 맛을 잊지 못합니다. 다니다 보면 어쩔수 없이 피자도 먹게되는데, 그럴때마다 국수 생각이 간절해서 새벽이 설합에 컵 칼국수나 컵 우동을 많이 넣어 다니며 자주 먹곤합니다.
컵 칼국수나 컵 우동도 맛이 있지요.
참 좋은 세상 만난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
저도 야무지게 홍두깨도 하나 사 놓았는데
어디에 있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ㅎㅎ
손자가 재능이 많은가 봅니다.
상을 주시는 할머니의 흐뭇한 마음이
다 보이네요.
저는 칼국수도 피자도 아니요 입니다.
추어탕,근대국,다슬기탕,이런 거
좋아합니당.
홍두깨로 밀어 칼국수를 해 먹은 적이
있습니다.젊은 때 입니다.
홍두깨는 집을 지을 때 인부 중의
한 사람이 집어 갔어요.
주전자도 들고 가더라 하더군요.
아니요 .. 동네 수영장 이야기입니다 .
그냥 잘한다 잘 한다 해 주는것이지요 .
칼국수나 수제비를 좋아하는데
탄수화물 줄이는 식사를 하느라
잘 먹지는 않습니다 .
홍두깨와 주전자에 욕심을 부렸네요.
그 인부는 살림 욕심이 많은가 봐요 ㅎㅎ
음식에 관한 기억이 가장 오래 간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릴 때 혀에 각인된
맛을 찾아 먼길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일 겁니다.
저는 어린시절 어머니께서 밥하고 난 후 긁어
주시던 누룽지 맛이 늘 그립습니다.
그렇네요 .
엄마가 긁어주던 누룽지도 참 맛이
있었어요 .
저는 밥을 잘 안먹어 도시락 대신
누룽지를 싸 갖고 다닌적도 있어요 .
잊고 있었는데 앵커리지님 글 읽고
생각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