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먹으려고
논고동 넣고 강된장을 지져 놓은 다음
쌈채소를 씻으려다 말고 방에 들어와 누워 버렸다.
막간의 이런 게으름이 좋다.
초짜 살림꾼일 때도 그랬다.
빨래판을 쓰던 시절,툇마루에 전을 펴고 빨래를 비비다가
'그만' 하고 몸신께서 싸인을 주면 난장 그대로 두고
방에 들어가 누웠다.
욱신거리는 등을 지글지글 끓는 구들에 붙이고 보는 거다.
그제는 영화를 보다가
'눈 돌리지 마.모든 진실은 아름다워.' 라는 말을 듣고
잠시 멍~했다.
그래야 한다는 건 알지만 나는 직시도 실천도 미루었는데
어린 처녀가 예사로 그 말을 뱉었던 거다.
하지만 나는 진실이란 말은 잘 쓰지 않는다.감히 싶어서이다.
대신 민낯,근원,본래,의 꼴에 마음이 간다.
발가벗고 피아노를 치는 유대인 아가씨,엘리자베스가
여섯 살짜리 조카 쿠르드에게 던진 이 말은
우리가 글을 써 보는 이유의 한 축이기도 할 터이다.
영화는 내내 이 말에 닿아있다.
독일인의 근성인지,3 시간 9 분 이나 되는 이야기를 그냥 보라한다.
제목은 작가 미상.
한 밤에 혼자 앉아 긴 영화를 단숨에 봤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전후.
우수한 종을 위해 열등 인간을 가스실로 보내는 내용이다.
엘리자베스의 초순수는 이해받지 못 하고 정신병자로 분류돼
수용소에 들어간 후 가스실에서 죽는다.
나치 공산당은 모든 예술에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을 강요한다.
쿠르드는 이런 환경에서 화가로 성장하지만 표현이 자유로운
서독으로 탈출을 한다.
쿠르드는 이모의 말대로
의식이 깨어있고 오감이 자유로운 삶을 산다.
쿠르드 부부를 보면서
성유희가 본래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다 보고나자 서사는 사라지고
쿠르드 부부의 담백한 행적만 남았다.
이런 집중과 공감은 책에서도 얻는다.
나는 한 줄도 버릴 것이 없는 책을 좋아한다.
사거나 빌린 책이
내가 알기를 갈구하는 내용으로 빼곡하면 깊이 빠진다.
취향 나름이긴 하나
그런 저자 중의 한 분이 이주향 작가였다.
첫댓글 어렵습니다. 글이 ~
난해하다는 말이지요.
저는 기껏 요밑에 씨잘데기 없이 나이 타령이나 늘어 놓았으니 우찌 안부끄럽겠슴까~
진실이란 말은 저도 잘 쓰지 않는건 닮았어요. 저도 꼴,꼬라지같은 말이 좋아요.
빨가벗고 피아노를 치며 어린 아이에게 그런 말을 하는 의도는 잘 모르겠어요, 어떤 진실이 그렇게 아름다운지, 아름다울지는
이주향 작가 잧아 보아야 하겠어요~ 애고 어려운 철학 하는 분이네요
이주향 작가는 책을 아주
쉽게 쓰십니다.
동화를 읽듯 술술 읽힙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해요.
어렵기야 단풍님 글에 비할까요?
방대한 자료에 깜짝 놀라고는
합니다.
저는 생각만 나열할 뿐이지요.
책은 읽고 바로 잊어요.
그렇다고 독서가 소용이 없는 건
아닙니다.정신 어딘가에서
판단의 자료로 남아 있거든요.
몸의 소리를 잘 들어야 건강히 산다는데
지언님은 잘 웃고 컨디션 조절도
잘 하시니 심신이 건강하실 것 같아요
느긋한 마음으로 문화생활도 하시고
바람직한 노후생활입니다
영화를 종종 봅니다.
집에서 봐요.극장은 안 가고요
극장에서 팝콘 먹으면서
영화를 보는 맛도 특별한데
옛 이야기입니다.
그간 제가 많이 웃었습니다.
ㅎㅎㅎ
수국화님! 고맙습니다.^^
옛 시조나 옛 동요에서
작가 미상이란 글을 볼 때면,
누구의 작품이라고 명시된 글보다
더 고즈넉함이 있기에 정감을 느끼지요.
영화를 좋아하시는 지언님이 보신
'작가미상'에 대해서, 은근히 호기심이 생겨요.
네플릭스는 깔았지만(지언님의 영화보기를 보고서),
컴 사용이 수필방을 들여다 보는 외에는... 잘 쓰여지지 않네요.
참말로, 진실로, 란 말을 강조하는 사람을 가끔 봅니다만,
말은 다 참말이 아닌가~ 하는
그런...생각이 듭니다.
오늘 따라, 지언님 글이 은근한 메시지가 있는 것 같아서...
넷플릭스에서 제일 처음 본
드라마가 '천 번의 굿나잇'입니다.
대만 드라마이고요.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를 꼽으라면
이 드라마를 선택할 겁니다.
잔잔하고 깨끗한 드라마입니다.
지루하지 않고
걸림없이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콩꽃님께서 넷플릭스를 어떻게
활용하실지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콩꽃님!
@지언 언제쯤 업로드 된 영화인가요?
지금 들어가서 찾아보니 없어요
넷플릭스 한국이나 캐나다나 같을텐데,
오래전의 영화라면 삭제 되었을테지요
@단풍들것네
네플릭스 아니고요
Kt vod 입니다.
유튜브에 혹 있으러나
모르겠습니다.
"눈 돌리지 마, 모든 진실은 아름다워" 라는 대사가
영화를 짐작케 합니다.
의식이 깨어 있는 것은 그닥(?) 어렵지 않겠는데,
오감이 자유로운 삶은 가장 먼저 관습과 싸움에서
이겨내야 하기에 참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제게도 생각의 기둥을 확고히 세워주는 작가 한 분
있습니다. 그의 글을 읽으면 머릿속 기둥을 공고히
한 느낌이 듭니다. 김훈 !
게시판이 풍성해서 좋습니다 ^^
영화를 보시면 그네들이
어떻게 잘 사는지 보일 겁니다.
저도 영화를 보기 전에는
생각으로만 다 자유롭고
싶다했어요.
사실은 몰랐던 거지요.
저는 이 영화가 좋았습니다.
김훈 자카의 자전거 여행을
빌린 적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건강하십시요.^^
저도 요즘은 일을 하다
몸이 힘들다고 신호를 보내면
일하다 드러눕곤 합니다.
영화나 책은 볼 생각도 못하고
지내는데, 머잖아 시간이 날 것 같습니다.
그때는 지언 님이 소개하신
이주향작가 님 책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신화,설화들에 대한 해설을
아주 쉽게 풀어 놓았습니다.
우리가 언뜻 못 보는 부분을
짚어 주셔 저는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 작가가 마음에 들면 그 사람이
쓴 책을 전부 읽으려 해요.
도서관에 다는 없더군요.
늘 싱거운 이야기만 해서
다른 걸 하나 올리자 하면서
위 글을 올려 봤습니다.
이베리아님,좋은 밤 되십시요.
감사해요.^^
영화 참 좋아하시는 것같아요.
왠지 좀 난해 한 것같은데요.
3시간 넘는 영화를 단숨에 보시잖아요.^^
영화 본지 한참 됐네요.
뭐가 그렇게 바쁜지ㅠㅠ
언젠가 나무랑님도
긴 영화 보셨다 하셨지요?
나도 긴 것 봤는데 라고
속으로 그랬습니다.
이 글은 그 무렵에 썼습니다.
사람마다 모두, 속 생각은
남이 보면 다 난해하지 않나요?
원래 바쁘게 사시지요.
봉사도 하시니까 더 바쁘시겠습니다.
좋은 밤되십시요.^^
글이나 영화를 보다보면 머리를 한대 툭 치는 듯한 그런 문장이나 대사가 있지요. 저는 작자나 감독은 다 잊어버렸는데 그런 문장이나 대사는 오래 기억에 남아요.
요즘은 길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글이나 길이나 소리가 비슷해서 그럴까요? ㅎ
저도 그렇습니다.
그 짧은 말을 기다리면서
뭘 읽거나 봅니다.
길에서 같은 느낌을 받으신다는 데
공감합니다.
길은 그냥 길이 아니란 생각입니다.
풍경의 묵은 이야기들을
보고 듣지 않나요?
시각으로 마음으로 오는 느낌들을
압니다.^^
저는 하던일은 끝을 내고 마는 성격이라
멈추는것을 잘 못합니다.
여유가 없는 탓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 드라머 ,책은
아껴보고 싶은 맘이 들어 천천히
봅니다 ,
맘에 드는 대사나 문장은 적어 놓기도 하는데
수필방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입니다 .
늘 좋은 글 읽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 합니다 ,
저는 일을 질질 끌며 합니다.
그래도 하기는 다 해요.ㅎㅎ
몸을 봐 가면서 피곤하지 않으려
그럽니다.제 체력이 별로입니다.
저도 며칠 전 하나 적었습니다.
고아 소년에게 사부가 하신 말씀입니다.
화를 내지 마라/
화는 순간이지만 화를 낼때 네가 한
말이나 행동은 네 가슴에 못으로 박힌다.
그 못이 너도 남도 다치게 한다.
대충 이래요.
사부는 전통 공예 장인입니다.
소년은 미대를 졸업하고
참한 청년이 되더군요.
사부의 사업을 물려 받은 고아입니다.
댓글주셔 제가 감사드려야지요.
고맙습니다.^^
작가 미상
소개해 주셨네요.
전후 독일 대표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실화에 바탕했다지요.
개봉 때 어쩌다보니 관람 기회를 놓쳤어요.
언젠가 작가의 전시회에서 본
흐릿하게 묘한 느낌의 초상화가 인상 깊게 남아 있었거든요.
지언님 후기를 읽으며 반가워 얼른 다운받았습니다.
어제 돌아다녔더니 기진맥진
오늘 종일 쉬다가
이제 기운 차렸으니 영화 보고 자야겠네요.
잘 읽었어요, 지언님.
전시회도 열었나 봅니다.
이 영화는
사전 정보없이 우연히 봤습니다.
기대가 없었는데 알짜를 만난
경우이지요.
작가는
마지막 붓질로 바람에 날린 듯 한
기법으로 유명해 졌지요.
신비한 느낌.
본문에 그 부분은 생략했습니다.
영화평이 아니기에
제가 필요한 부분만 취했어요.
길어서 편히 보는 영화는 아니지요.
외출하셨군요.
더웠을텐데요.네,반가웠습니다.
플로라님!
저는 젊은날 입에 달고 산 말이
" 사람이 살고 봐야지였습니다."
일 도중에 이 경구를 읍조리며 나자빠지곤 했습니다.
실은 과로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저는 18살 때부터 직장에 다니며 뼈골이 빠지도록 격무에 시달렸습니다.
일찍 일을 하셨습니다.
그것도 과하게요.얼마나 힘 드셨을까,
짐작이 됩니다.
저도 비슷합니다.
나귀가 쓰러질 듯 등에 짐을
얹고 가는 형국이 저였습니다.
몸이 본래 약했습니다.
추석 잘 쇠시고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