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11 07:37 마니아포럼에 기재
프로야구가 4개월여의 겨울잠에서 깨어나 주말부터 시범경기에 들어간다. 프로야구는 2004년에도 뜨거운 순위경쟁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2004 시즌을 예상하는 것 못지않게 과거를 더듬어가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세월이 지나도 과거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향수를 자아내는 묘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10년전 프로야구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1994 시즌으로 네티즌 여러분들을 안내한다.
1) LG 트윈스 우승94 프로야구 챔피언은 LG 트윈스였다. 시즌 초반부터 선두를 질주하던 LG는 81승 45패 승률 0.643으로 2위 태평양 돌핀스를 11.5 게임차로 따돌리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한국시리즈에서도 태평양에게 4연승을 거두며 90년에 이어 두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LG의 우승은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 신인 3인방의 맹활약, 스타 시스템으로 대변되는 효과적인 투수분업, 자율야구를 앞세운 이광환 감독의 용병술,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만년 하위팀 태평양의 돌풍도 놀라왔다. 선발인 김홍집, 최상덕, 안병원, 정민태, 마무리 정명원 등 안정된 투수진과 윤덕규, 김경기, 김동기의 중심타선을 앞세운 태평양은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플레이오프에서 한화 이글스마저 물리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2) 신들린 이종범
94년 가장 빛난 선수는 단연 해태 타이거즈의 이종범이었다. 이종범은 원년의 백인천 이후 가장 높은 0.393의 타율, 역대 최다인 196개의 안타, 역대 최다인 84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자신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시즌 말미에는 팀 순위보다도 이종범의 4할 타율과 200안타 달성여부에 초점이 모아졌을 정도. 득점(113)과 출루율(0.452)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1번 타자임에도 19홈런과 77타점을 기록한 이종범의 MVP 수상은 당연한 것이었다.
3) 신인들의 맹활약94년에는 어느해보다도 신인들의 활약이 빛났다. 대표적인 선수가 LG의 신인 3인방. 신인왕 유지현은 3할 타율과 51개의 도루로 1번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고졸 김재현은 21홈런 80타점 21도루를 기록하며 신인 최초로 20-20 클럽에 가입하는 영광을 안았다. 서용빈 역시 타율 0.318 72타점에 신인 최초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며 주가를 올렸다. 또한 비록 태평양의 최상덕(13승 9패 1세이브 방어율 2.51)과 롯데 자이언츠의 주형광(11승 5패 1세이브 방어율 3.04)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4) 개인 타이틀 및 기록
MVP 이종범이 타율, 최다안타, 도루, 득점, 출루율 5관왕을 차지한 타자 부문에서는 쌍방울 레이더스의 김기태가 25개의 홈런으로 최초의 왼손타자 홈런왕에 등극했고, 장타율에서도 1위(0.590)에 올랐다. 또한 삼성 라이온즈의 양준혁은 87타점으로 타점 1위를 차지했다.
투수부문에서는 해태의 조계현과 LG의 이상훈이 18승으로 다승 공동 1위에 올랐고, 한화의 정민철은 방어율(2.15)과 탈삼진(196)에서 1위를 차지하며 2관왕에 올랐다. 태평양의 정명원은 당시 역대 최다인 44세이브 포인트(40세이브)로 구원왕에 등극하며 부상에서 화려하게 재기했다. 팀 동료인 김홍집은 승률 타이틀(0.800)을 차지했다.
한편 LG의 김용수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MVP를 2회 수상했고, 팀 동료인 김선진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포스트시즌 첫 끝내기 홈런을 기록했다.
5) 골든 글러브
한국시리즈 상대였던 LG와 태평양의 재대결 양상. 결과는 우승 프리미엄을 지닌 LG의 승리. LG는 포수(김동수), 1루수(서용빈), 2루수(박종호), 3루수(한대화), 외야수(김재현) 5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배출해 투수(정명원), 외야수(윤덕규) 2개 부문 수상에 그친 태평양을 압도했다. MVP 이종범과 홈런왕 김기태는 각각 유격수와 지명타자 부문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고, '비운의 스타' 박노준(쌍방울)은 외야수 부문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다. 한대화는 통산 8번째 수상.
6) OB 베어스 선수단 집단이탈
9월 4일 박철순, 장호연, 김형석, 김상호, 강영수 등 OB 선수 17명이 윤동균 감독의 지도방침과 체벌에 반발, 팀을 집단이탈했다. 프로야구 사상 유례없는 사건의 책임을 지고 윤동균 감독은 물러났지만, 사회에서는 한동안 선수의 체벌에 관해 논란이 벌어졌고 OB는 뒷수습에 많은 공을 들여야했다. 결국 주동자들의 방출 및 연봉삭감 등으로 사태는 마무리되었고, 아이러니컬하게도 집단이탈한 선수들은 다음해 OB의 우승에 결정적으로 공헌하였다.
7) 박찬호,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데뷔
드디어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탄생했다. 94년 1월 LA 다저스와 계약한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사상 17번째로 신인으로서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영광을 안은 것. 데뷔전은 4월 9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경기. 구원등판한 박찬호는 1이닝동안 1안타 2사사구 2삼진으로 2실점하며 데뷔전을 치뤘다. 비록 17일만에 마이너리그로 내려갔지만, 94년은 박찬호에게 '코리안 특급'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의미있는 해였다.
이상규 명예기자
첫댓글 유지현선수가 신인이라.. 제가 4학년때니깐. 오래전이야기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