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이 다양해지고 풍성해지니 좋다.
모든 글이 정제되거나 어느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아니니 가끔씩 푼수를 좀 떠는
글이 올라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재작년 9월 둥실님과 지리산 무박산행을 함께 했다.
둥실님과는 이전에 있던 어느 카페에서 알게 되었는데, 북한산 두어 번 함께 한 경험이
전부이면서 나름 친해져서 함께 지리산 천왕봉 찍기에 나선 것이다.
나는 이상하게 카페생활을 하면 남성들과 친해진다.
이왕이면 여성들과 친해지면 좋겠는데 이전 카페에선 유난스런 61 년 소띠 지지배(?)
하나와 지독하게 반목을 했다. 둥실님은 그 이유를 안다 ^^;;;
어쨌든, 우야든둥, Anyway... 남서울 터미널에서 밤 11시에 두 사내가 만나 지리산으로
향했다. 살짝 끌리는 남녀간이었으면 금상첨화였겠지만 하여간 그렇게 길을 나섰다.
새벽 3시 반쯤 도착한 2022.9월 18일 중산리는 무지막지하게 더웠다.
중간쯤 올라가는데 50대 여인 하나가 마치 오랜 지기인 양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다.
쬐끄만 여자가 아무렇지 않게 우리 둘 사이에 끼어 말을 하는데, 오메 이 사람은 지리산
도사였다. 20 대에만 지리산을 수십 차례 오르고 수차례 종주한 내가 꼬리를 내렸다.
이 여자 정체가 도대체 뭐지?
게다가 별 볼 것이 없음에도 셔츠 앞 단추를 풀고 나서는데 아뿔싸 속에 아무것도 없었다.
둥실님과 나는 눈짓으로 아차했으며 정신을 차리기로 했다. 사과를 양손으로 쫙 가르는가
하면 지리산 구석 구석 모르는 것이 없었고 산을 날아다니듯 했다.
정상에 내가 먼저 오르고 둥실님과 동행해 뒤에 올라온 그녀는 지리산 아래 어딘가 집을
짓고 혼자 산다면서 우리에게 자기 집에 가자고 했다. 헉, 이거 구미호 아녀? @.@~
지나치게 이성적인 우리가 둘 다 고개를 젓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 하더니 정식 등산로가
아닌 너덜길로 정말 나는 듯이 사라져 갔다. 우리 둘 다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리하야 우리는 천왕봉을 찍고 백무동으로 하산해 동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다시 꿈을 꾼다. 9월에 운해가 쫙 깔릴 만한 날에 지리산에 가야지. 그러면
그 구미호같은 여인이 또 나타날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이제 잡아가도 별 쓸모가
없는 나이이니 설마 잡아먹기야 할까. 어쩌면 따뜻한 밥 한끼 지어줄지도 모르지 않은가.
이번엔 둥실님 몰래 혼자 가 봐야지 ㅋㅋ
2024.08.20 종다리가 온다는 날
앵커리지
[지리산 천왕봉에서 - 왼쪽 긴 사람이 둥실님]
[운해를 뒤에 두고]
[하산길에 뒤돌아 본 천왕봉]
첫댓글 두분 지리산사진 참 멋집니다
저는 홀로 지리산을 여러번 갔는데
그런 여인을 못만난게 참 아쉽습니다
이번에 그여인과 꼭 상봉하시기 바랍니다
그산님도 둥실님이나 저와 비슷한 또래인 듯하니
언제든 만날 수도 있겠네요.
그 여인은 정말 우리 둘 다 이해하기 힘든 모습을
보였어요. 그것 또한 스쳐가는 인연이었겠지만요.
그래서 혹시나~하고 작년 그맘때 저혼자 갔었거든요. 무섭고 외로웠던 중산리 무박산행~
나풀거리며 쉽게 오르던 그 여인은 못만났습니다ㅎ
헉--!!
둥실님이 선수(?)를 쳤었군요 ㅎ
올해 제가 지리산에 가면 분명 만날 거예요 ^^
그녀는 저를 기다리나 봐요 ㅋㅋㅋ
ㅎㅎㅎㅎ
앵커리지 님 다음에는
제가 지리산에 짠하고 나타 날 겁니다~!
짧은 머리지만 확 풀어헤치고요.ㅎㅎ
청심환 가지고 가셔요.
이렇게 재미있는 글 올려주시는
분들 덕분에 댓글이라도 쓰니
글을 잊어 먹지 않아서 좋습니다.ㅎ
글 잘 읽었습니다.
앗 그 여인도 갱상도 아지매였는데 ㅋㅋ
날짜 미리 알려드릴 테니 꼭 나타나셔요.
하산 후 구례에 있다는 플라타나스 나무인가
뭔가 하는 카페에도 가보게요.
@앵커리지 ㅎㅎㅎ
갱상도 귀신 아지매~~
ㅎㅎㅎ
이 번에는 둥실님 두고 혼자 가야지!
둥실님과 함께여서 행복했군요
산사나이 답습니다ㆍ
마음은 산이로되
몸은 물이로다 !
둥실님 빼고 몰래 갈랬더니 둥실님은 작년에
다녀왔다네요 ^^
그녀는 나랑 띠동갑에 구미호 같았는데, 실은
예쁘지는 않았어요 ㅋ~
둘이서 산행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고
감사한 여행이었습니다.
두 분이 지리산 다녀온 지,
2년 정도 되었네요.
저는 그 여인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2년 전인데 두 분 다 훤칠한 키에
미남으로 보이네요.
아마도, 짝을 지어서 지리산 종주하면,
다람쥐 같은 여인들이 따르겠습니다.
자신의 집에 까지 가자고 했다면,
홀딱 반해버렸을 것 같네요.^^
둥실님과 꼭 짝 지어서 다니시길 바람니다.
혼자서는 지리산 구미호 여인에게 납치되기 쉬울 것 같아요.
가만 보자하니,
산 잘 타고 뭔가 자랑하고 싶은 거 아니예요.^^
상쾌하게 잘 읽고 갑니다.
잘 봐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저는 사진과 달리 길이가 짧은데 그날
사진을 아햇쪽에서 찍어 그렇게 보이는 겁니다.
저나 둥실님이나 헉헉거리며 다니는 나이가
되어서 언제 또 거기에 갈 지는 모르겠습니다.
ㅎ 요 밑 어르신이라는 글이 나이값 못하는 푼수를 떨지만 이 글은 구미호 처럼 혼을 빼놓는 수작입니다.
둥실님과 그런 사이였군요,
카페의 순기능 일텐데 아쉽게 저는 멀리 떨어져 지내니 그런 기회가 언제쯤이나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당장은 아쉽지만, 시절 인연이 닿으면 함께
북한산에 오르는 일도 있지 않겠습니까.
단풍들겟네 님과 마음자리 님은 꼭 만나보고
싶은 분들입니다. (앗 또 남자들이네 ^^;;;)
동성이 편하기는 저도
그렇습니다.
둥실님과는 본래 구면이시네요.
몰랐습니다.
글로 소통하다보면
조금씩 알기도 하고 친하기도.
아무하고나 잘 친하는
사람이 있지요.
여인이 스스름없는 성격?
그 여인.설마 딴 마음이 있을라고요.
저는 글로나 조금 나서지
실제는 극 내향입니다.
5060에 구면인 분들이 다섯쯤 됩니다.
카페나 산에 다니면서 주로 동성들과 친하게
지내며 어울렸구요.
일단 친해지면 시원하게 통하는데, 먼저 말을
붙이는 게 제일 어렵더라구요.
저는 극단의 내향과 외향이 번갈아 나타나는
종잡을 수 없는 유형입니다 ^^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가셨나봐요.
저는 천왕봉에서 하산할 때 중산리로
내려왔는데요.
중산리까지 엄청 길던데요.
그래도 현지조달 여인네가 있어서
심심하진 않으셨겠어요.
카페에서 만나 두 분이 같이 가신다는게
쉽지 않은데요.
맘이 잘 통하시나봐요^^
시간 나시면 5060카페 정기산행도
강추예요.
천왕봉 찍고 중산리로 다시 내려가면 사실은
짧은 코스지요. 우린 장터목 대피소 들렀다가
백무동으로 하산했어요.
다음엔 장터목에서 세석 대피소에 이르는
연하선경을 꼭 걷고 싶어요.
5060 정기산행은 띠별로 주관을 하던데
닭띠방이나 카페에 아는 사람도 없고 해서
영 내키지가 않습니다.
@앵커리지 저도 달구띠인데요.
띠방 산행은 산행이라기 보다
그냥 둘레길 가는거구요.
(저도 가입하고 활동한지 2년 밖에 안돼서요.띠방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요)
정기산행은 매달 첫 번째 토요일은 원정산행이구요. 세 번째 토요일은 근교 산행이래요.
정기산행 새로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아직은 기틀이 안잡혔지만 만우방장님겸 산대장님이신데요.대장님 참 좋아요. 제인 총무님도 좋구요. 선선한 가을 어느 날 정기산행 강추예요.
@나무랑 나무랑님이 닭띠였어요?
원숭이띠로 알았는데 ^^
정기산행 한 번 들여다 보겠습니다만,
저는 워낙 혼자 다니는 편이에요.
이베리아님도 닭띠에요.
원래 닭띠들은 잘 안 보이는데 ㅎ
@앵커리지 옙^^ 1957년 달구예요.
생일이 빨라서요.
38년전 86년쯤
가을 날
회사 산악횡ㅝㄴ들과 설악산 공룡능선을
탄 적이 있었습니디.
오후3시경
한 참 헉헉거리며
가고 있는데,
그 공룡능선을
우리와 반대로 가는 아릿다운
아가씨?를 보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그 방향으로
혼자 날렵하게
산 타는 아가씨
아마도 지리산에서
보았다는
그 아줌씨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으면
설악산 구미호가
지리산 구미호가 되어,
앵님과 둥실님 앞에 나타난 것인지...,
가을 날
앵님과 둥님께서
수필방 회원님들과
북한산 걷기하면
좋겠습니다.
지리산 여인께서
이번엔 북한산에
나타나실지....?
2006 년 지리산을 종주하는데, 20대 중반쯤
되는 아가씨가 혼자 큰 배낭을 지고 카메라를
목에 걸고 힘겹게 가더군요.
포기할 줄 알았는데 남자 다섯인 우리 일행에
섞여 종주를 끝냈어요. 참 대단하더라구요.
수필방 멤버들만 북한산 둘레길을 걷는다면
대환영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은 부담스럽구요
저는 산이라고는 꼭대기까지 올라가본 산이 몇 안 됩니다. 체력이 영 안 되기도 했고, 산 취미를 늦게 가졌거든요. 그래서 지리산과 설악산 능선길은 부러워만했지 엄두를 내보진 못했습니다. ㅎ
제가 고국에 나갈 기회가 있다면 그나마 제가 좋아하고 즐겨찾았던 북한산의 둘레길, 정많은 수필방님들과 다함께 걷고 싶습니다.
그러셨군요.
마음님과 단풍님 오시면 둘레길 한 번 걷지요.
꿈을 꾸면 이루어 질 테니까요.
@앵커리지 저도 환영합니다.
마음님과 단풍님
오시면 둘레길
한 번 걷지요.
그 여인이 신비롭습니다 .
어쨌든 지금까지 앵커리지님께 기억으로
남아 있네요 .
다음에 만나면 따라 가 보세요 .ㅎㅎ
둥실님과 아는 사이 셨네요 .
좋은 인연 쭉 이어 나가시길 바랍니다.
묘한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어요.
사내 둘이 산행하는데 스스럼없이 먼저 말을
건네고 동행해 준 것만도 고맙구요.
산에서 날아다니듯 하고, 혼자 산다면서 자기
집에 가자고 하는 순수한 사람이었는데, 사실
또 만나기야 하겠습니까 ^^
둥실님과는 가끔 소통합니다.
제가 혼자 다녀왔던 중산리~천왕봉 산행시기와 비슷하네요.
여자 혼자 가니 웬 남자 분들이 그리 말을 걸고 따라 붙는지.덥고 힘들어 죽겠는데
..멋 모르고 혼자 왔다고 했다가~
나중엔 사람 많은 곳에서 소리쳤습니다.
산에 오셨으면 산이나 보시라고 왜 자꾸 말 거시냐고...
젊은 사람들이 내 고함 소리에 쳐다보고 웃고, 상대는 얼굴이 벌게지고...
앵커리지님은 아닌게 확실 하네요..ㅎ
지리산은 종주 한번 하고, 중산리에서 단독 정상 한번 가고는
다시 가고 싶지 않네요. 바닥이 거의가 돌이라 힘들던데.
조심히 다녀오세요.
덕분에 추억 떠 올려 봤습니다.
그맘때쯤 지리산에 다녀오셨군요.
저는 작년엔 혼자서 섬삼재에서 반야봉 찍고
뱀사골 거쳐 반선으로 하산했는데 20km쯤
되더군요. 지겨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
요즘엔 혼자 다니는 여성 산객들이 많아지고
여성에게 먼저 말 붙이기도 어려운데 아마도
커쇼님이 미인이라 남성들이 다가가 보려고
그랬나 봅니다 ^^
지리나 설악이나 북한산이나 모두 돌이 많아
힘들지요. 장거리를 걸을 때는 중등산화가
도움이 되더라구요.
기이한 그 여인의 정체가 궁금하네요.
산행기를 읽다보면
가끔 범상치 않은 일화를 접하곤 하는데
산행의 색다른 재미일 것 같아요.
한편으론 살짝 두려울 때도 있을 듯 하구요.
참 독특한 여인이었어요.
아무 인사도 없이 우리 대화에 마치 일행인 양
자연스레 끼어들고, 지리산을 정말 잘 알았으며
산행을 평지 걷듯 했어요.
일반적이지 않은, 아주 때묻지 않은 사람이라
생각했지요. 뭐 구미호면 어떻겠습니까 ^^
저는 거의 혼자 다니느라 기이한 경험을 몇 번
했는데 무섭지도 않고 평온하더라구요.
전에 올린 설악산 얘기 한 번 읽어보세요.
제목은 '그날 밤 우리가 만난...' 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