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초등학교 시절이었던 70년대 초에 한창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면서 마을의 초가집이 헐리고 슬레트가 보급되기 시작했다.마을에서 맨처음 초가집이 헐린 집이 우리집이었는데 그해 모두 슬레트 지붕으로 바뀌었다.
당시 슬레트가 유해하다는 정보도 없던터라 깔끔함과 편리하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시골집들이 슬레트로 지붕을 교체하였다. 슬레트가 자주 사용되면서 지붕 뿐만 아니라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었는데 담이나 창고를 지을 때에도
사방이 모두 슬레트를 사용하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가장 끔찍했던 것은 바로 삼겹살이나 소고기를 구워 먹을 때 이 슬레트를 이용했다는 점이었다. 당시에는 밀도살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는데 마을에서 소나 돼지를 잡으면 즉석에서 불을 해놓고 그 위에 슬레트를 올려놓고 고기를 굽곤 했다.당시에는 암에 대한 공포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먹고 살기 힘들었던 때라 슬레트 위에서 자글자글 끓는 고기를 누구도 마다하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고기를 나누거나 구워 먹곤 했다.
또 천렵을 가거나 서리를 한 뒤에 감자나 고구마도 슬레트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 모래를 얹어 구워 먹기도 했다.유해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마구 사용하던 슬레트가 마을 사람들에게 얼만큼 해를 주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그때의 무지함에서 비롯된 일들이 지금은 씁쓸한 추억으로 남아있는데 불거진 석면의 공포로 부터
자유로울수 없다 슬레이트 지붕이 석면이란 사실을 몰랐을 사람이 많다 슬레이트 지붕으로 고기를 굽는것은 염라대왕을
빨리 부르는 죽음을 자초하는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