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어릴수록 시야의 폭이 좁고 행위의 예측가능성이 낮아서 자꾸 부딪히고 다치곤 합니다.
마치 초보운전자가 불안함을 덜기 위해 정면만을 바라보고 고개를 앞으로 내밀면서 조심스레 운전하지만, 그게 더 시야를 좁히는 자기중심적 운전이라서 돌발상황에 대처를 늦게 만들어 사고의 위험이 높은 것처럼 말이죠.
초1의 아이들에게 몸 부딪힘은 일상입니다. 자기들이 무슨 아이언맨이나 되는 것처럼 위에서 떨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날아다니고, 누구 머리가 더 단단한지 비교체험 하듯이 공놀이하면서 머리부터 들이밉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크게 다치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놀라서 우는 경우는 많지만 진짜 아프거나 많이 다쳐서 힘들어하는 경우는 드물더라구요.
큰 부딪힘에 의한 상처는 대개 보건실로 보내서 처치하지만
자잘자잘한 몸의 상처나 긁힘, 생채기는 자주 발생합니다.
사물함이나 책 모서리에 긁혀서 작은 상처가 나거나- 실은 그 상처도 자세히 보아야 보일 정도로 미미한 경우가 많기도 하구요.- 무언가를 만지다가 손톱 근처의 살이 약간 갈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인이야 어떻든 일단 자기 몸의 상처가 발견되면 대개 울상을 짓고 선생님을 찾아옵니다.
“선생님. 저 다쳤어요”
‘어디보자. 어디?’
“여기 다쳤잖아요. 피나요”
‘피? 이건 피가 나는 건 아니고 긁혀서 살짝 붉게 일어난 거야’
“그래도 아파요~”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대개 고학년은 학생들 스스로 대수롭지 않은 듯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넘어가거나, 많이 아프면 보건실에 찾아가지만,
저학년은 교사이자 양육자이자 영양사이자 의사이기도 한 담임선생님께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합니다.
작은 생채기라 딱히 해줄 건 없지만 이럴 때 요긴한 게 일회용 밴드입니다.
이거 하나 붙이면 아이들의 얼굴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이 찾아오고 이미 다 나은 듯 행동합니다.
피그말리온 효과를 내듯 반창고 하나가 심리적 위안과 안정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마치 감기몸살에 걸렸을 때 고춧가루 탄 소주를 마시면 나을 수 있다는 어른들의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심리적 믿음 같은 거랄까요?
1회용 밴드는 단순한 처지도구가 아니라 저학년 교실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의약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