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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부문 스크랩 [연재]한(恨)-징 11회-
최석영 추천 0 조회 24 07.10.25 20:4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한(恨)

 

-최석영-

 

5부 징 11회


누군가 만일 범죄를 목적으로 변장가면을 쓰고 김경일 소방관으로 행사했다? 이게 무슨 미션임파서블도 아니고 꼭 그렇게까지 해서 흥신소 직원을 죽여야만 할 이유가 있을까?

‘아니요-. 그날은 어쩐 일이신지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말씀도 없으셨어요. 평소 다혈질의 성격이시라 언짢은 일이 있을까봐 말을 걸지 못했었어요.’

구급차에 동승했던 구급대원의 말이 생각났다. 친화력이 없던 김일중 은근히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그를 유심히 지켜보거나 얼굴에 관심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놈들은 그것을 감안 했을 수 있다. 만일 연이가 범인의 얼굴이 연상된 인상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면 김일중 소방관이 구급차를 운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을 테고 그러면 남원소방서 내부까지는 수사력이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내부의 공모자!’

백 형사는 유력한 용의자로 허 소방관을 지목했다. 그는 그날 비번 이었고 김 소방관과는 같은 차를 교대 운전 하는 직장 동료이면서도 감정이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심부름센터 직원을 살해하는 쪽에서 김 소방관은 자기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괴팍한 성격이 사조직에 못 견뎠을 것이다. 그런 그가 흥신소 직원을 살해  하기로 한 날 근무일 이었다면?

“어제가 원래? 김경일 소방관의 근무일 이었습니까?”

“에- 그게 김경일 소방관은 원래 홀수 일 날 근무자 인데 소방연수를 다녀오는 바람에 짝수일로 바뀌었습니다.”

“언제요?”

“그게- 삼일 전입니다.”

“그럼 삼일 전까지는 허 소방관이 근무하기로 한 날이었다는 겁니까?”

“예-! 이 아둔한 친구가 연수를 다녀오면 하루를 쉬고 그 다음에 나와서 출근을 하는 건 데 쉬라고 준 날을 반납하고 나와서 근무하는 바람이 홀수 날 이 짝 수 날이 돼 버렸습니다. 그거야 뭐 우리 내부에서는 종종 일입니다만 근데 그게 무슨 도움이…?”

 “아-아닙니다. 이 테이프 좀 복사해 주시겠습니까?”

허 소방관에게 미행 조를 붙였다. 아직 저쪽에서는 허 소방관을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수 있다. 그러면 좀 더 내부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었다. 그 때 전화가 울렸다. 김 형사였다.

“전주 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전주?”

“예- 렌터카 사장이 낚시터에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이 트레일러 기삽니다.”

“트레일러 기사?”

“예- 어제 사고를 낸.”

“사망사고 운전자가 돌아다닌단 말이야?”

“예- 남원서 교통계서 고의성이 없고 또 직접사인이 아닌데다 기계고장으로 인한 사망사고라 일단 불구속 수사 지휘가 내려왔답니다. 그렇게 조치하는 계 통상 적이라는데요.”

‘트레일러 기사가 렌터카 사장을 만났다? 그럼 렌터카 사장이 행동 대장이나 상부? 가만, 피살자 박달수를 살해한 사람은 어느 쪽이지?’

“김 형사, 박 달수 교통사고 타이어 자국하고 어제 사고를 낸 트레일러 바퀴와 비교해 봐.”

“예- 알겠습니다.”


남원경찰서는 취재 기자들로 북새통이었다. 명목상 특별수사 본부가 차려진 3층 사무실로 들른 수사진은 약간의 브리핑 자료를 배포하는 것으로 수습해 보려 했지만 상부에서 보다 자세한 설명을 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반장이 직접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인터뷰 자료를 준비하는 정이었다.

“반장 날세.”

“예 총경님.”

“내 힘으로는 힘들 것 같아. 그러서 말인데 언론 플레이를 한 번 해보면 어떨까? 언론이 들끓으면 수사중단 압력도 수그러들 테고 그러면…”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반장의 김경일 소방관의 죽음으로 촉발된 연쇄 살인 의혹은 전국을 들끓게 만들었다. 거기에다 수 천 년을 내려오는 살인 집단이 있을지 모른다는 반장의 발표는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고 달아오르던 대선 이슈를 잠재워 버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이 일개 연쇄 살인의 철저 한 수사를 외쳐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기자 회견을 마친 반장이 미니밴에 몸을 실었다. 밴에는 수사팀 전원이 모여 있었고 얼굴은 무거웠다. 백 형사는 낮에 소방서를 출입하며 얻게 된 정보를 보고했다. 반장이 각각의 수사 요원이 담당했던 수사 결과를 보고 받은 다음 한참을 묵묵히 있었다. 그들은 일부러 차 안에서 회의를 하는 중인 듯 요천을 따라 난 외곽 도로를 천천히 달리며 주천면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문제는 말이야. 박달수를 살해한 차량의 자국과 흥신소 직원을 살해한 트레일러의 자국이 일치 하지 않는다는 점인데 과연 그 놈이 그놈일까? 놈들이 이렇게 허술할 리가 없어. 지금까지의 사건 진행을 볼 때 연쇄 살인 집단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고사 위장 살인극은 별개의 문제야.”

“연쇄 살인범을 사고사 위장 살인범이 보호해 준다는 생각이십니까?”

“아니- 놈들도 연쇄 살인범에 대해 몰라. 안다면 박달수가 죽지를 않았겠지. 지금 놈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가 연쇄 살인범을 잡아서 세상에 내 놓는 것이야.”

“왜죠?”

“글쎄- 그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지. 그건 아마 놈들이 누구인가가 밝혀지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차가 냉면집에 멈췄다. 좁은 주차장엔 차가 꽉 차 있어서 도로변에 차를 받치고 들어가려는데 오 형사가 차 번호판을 보고서 반장을 불렀다.

“반장님. 남원서 서장님 찬데요.”

“그래? 그럼 누굴 만나는지 한번 들어가 볼까?”

수사팀이 들어가 탁 트인 마루 같은 홀을 휘둘러보았다. 서장은 안쪽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서장은 오항연 전의원과 함께 냉면을 먹고 있다가 반장 일행이 냉면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알고 인상이 굳었다. 반장은 오항연(오충일의 아버지)을 직접 본 적은 없다. 가끔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아 알기 때문에 그저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것을 알 뿐이다.

“어이구 반장. 여기는 어찌? 여기도 수사할 일이 있나?”

“아닙니다. 직원들 점심을 먹여야 하기 때문에 들렸습니다.”

“그래? 이렇게 떼거지로?”

수사팀이 인상을 구겼다. 서장이 수사팀을 훑는다. 남원 서에서 파견한 직원은 이미 팀에서 퇴출 되 없었지만 그래도 아는 직원이 섞였는지 습관처럼 살피는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사건을 맡은 유해용 반장입니다.”

한 때 내무부 장관을 맡았던 오항연 전의원을 향해 유 반장이 명함을 꺼냈다. 상관이었던 사람이라면 사람인데다 수사상이라도 그와 안면을 터놓아야 할 사람이었으니 마침 잘된 상황이기도 했다. 오항연 전 의원은 늙은 노구에도 도도함이 기죽지 않았다. 비아냥거리는 반장의 가벼움에 비하면 오항연 전의원은 그래도 무게 있는 정치인이었다.

 “수사관들도 사람인데 많이 먹어야지. 내 이번에 자식일로 자네들에게 큰 덕을 봤네. 오늘 정심은 내가 낼 테니 많이들 먹게.”

“아닙니다. 저희 수사 비에 점심값이 따로 나옵니다.”

“내가 내부부 장관을 하던 사람이야. 자네들도 옛 직원 이라면 직원이었는데 점심 한 끼 사준다고 뇌물죄가 성립 되겠나? 깐깐하게 그러지 말고 그냥 먹게.”

수사팀이 자리를 잡자 주인인 주문을 받고 수육과 냉면을 내왔다. 유반장이 잠깐 묵례를 하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누가 이리로 오자고 한 거야?”

“죄송합니다. 반장님 제가.”

“아냐 잘했어. 근데 정말 우연이야?”

유반장이 오 형사를 보고 씽긋 웃었다. 뭔가 감을 잡았다는 투다. 수사관들이 가위질한 냉면을 비비는데 서장과 오항연 전의원이 자리를 일어섰다. 수사관들이 일어 서려하자 그냥 있으라는 손짓을 하고 식대를 계산하고서 나가는 뒷모습이 왠지 서둔다는 느낌이다.

“서장이 오항연의 개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인데 왜 저럴까요?”

“면 불어.”

반장의 말에 더 이상 말을 있지 못한 오 형사가 비빈 냉면을 한입 밀어 넣는데 옆자리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이 슬쩍 일어서서 계산을 하며 나간다. 반장이 눈짓을 했다. 뒤따라 가 보라는 뜻이다. 팀원 중 막내인 오형사가 젓가락을 놓고 그들을 뒤쫓았다.

“왜그러십니까?”

“오항연이 벽 쪽에 앉고 아까 두 사람이 일렬로 앉아서 오항연을 바라보고 있었어.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겸상하지 못할 어떤 사이라면…”

사리와 육수를 들고 온 사장 때문에 반장의 말이 끊겼다. 반장이 식당 주인에게 물었다.

“오전의원께서는 여기 자주 오십니까?”

“예- 우리 집 20년 단골 이십니다. 참 고마우신 분이시지요.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 주시고 하하하”

“그러시군요.”

“저희 아버님이 원래 운봉서 머슴살이 하던 분이십니다. 그런데 오 의원께서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냐고 하시면서 서울에 유명한 식당에 취직을 시켜 주시고 기술을 배우라고 하셨죠. 그래서 저희 아버님이 그 식당에서 냉면 뽑는 기술을 배워서 남원으로 오신 계 20년 전입니다. 제가 아버님께 물려받은 지는 5년이 됐고요.”

오형사가 들어왔다. 그의 보고에 의하면 두 사람은 보절면에 있는 골재 채취장 덤프트럭 기사라고 했다. 수사팀이 자리를 일어섰다. 냉면을 먹지 못한 오형사가 투덜거리며 식당을 나서고 김 형사는 교통 계에 박달수사고 차량이 정확히 덤프인지를 확인하였다.

“그러니까 덤프 기사가 박달수 일을 해결한 공로로 포상의 성격으로 오항연 전의원을 면대했다. 이런 공식이 성립 되는 건가?”

보통 사이라면 나란히 앉지를 않는다. 그런데 그들은 거칠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나란히 앉아서 냉면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는 그들은 의심이 갈만한 사람들이었다.

“그놈들 차를 뒤져봐 뭔가 있을 거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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