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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칠맞은 사람이 됩시다!
"참, 일을 칠칠맞게 한다"라고 말했다가
온갖 아름답지 않은 형용사가 동원된 지청구를 들었습니다.
'칠칠하다'의 제 뜻을 설명한 후에야 오해를 풀 수 있었습니다.
나는 아내에게 가끔 '칠칠하다'는 말을 합니다.
사실 내 아내는 칠칠맞은 여자입니다.
나를 칠칠하게 위하고, 아들과 딸 애가 칠칠해지도록 칠칠하게 가르치고,
시부모와 친정부모를 참으로 칠칠맞게 섬기거든요.
이 글을 읽는 이녁이나 내가 아는 모든 사람, 아니 이 나라 사람 모두가 칠칠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꼼꼼하게 일 처리를 하지 못하는 상대방을 탓하면서
"너는 왜 그리 칠칠맞냐"라거나
"칠칠맞게 어디서 잃어버린 거야" 따위로 말하는 사람을 자주 봅니다.
또 드라마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칠칠하다는 소리를 듣고 충격을 받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하지만 '칠칠하다'는 말해서 좋고, 들어서 좋은 말입니다.
"푸성귀가 길차다"
"(하는 품이) 막힘이 없고 민첩하다"
"주접이 들지 않고 깨끗하다" 등의 뜻을 지녔거든요.
따라서 남에게 빈정거리거나, 남의 잘못을 야단칠 때에는
'칠칠하지 못하다'라거나 '칠칠찮다(칠칠하지 않다)' 따위의 표현을 써야 합니다.
또 남으로부터 '칠칠맞다'는 얘기를 들으면 불같이 화낼 것이 아니라 환한 얼굴로 고맙다고 인사할 일입니다.
안절부절하지 마라!
'칠칠하다'와는 사례가 다르지만,
꼭 써야 할 '-못하다'를 생략해서 아예 낱말 자체를 '불구不俱의 말'로 만드는 사례도 있습니다.
'안절부절하다'가 바로 그런 말입니다.
표준어 규정 제25항은 "의미가 똑같은 형태가 몇 가지 있을 경우,
그중 어느 하나가 압도적으로 널리 쓰이면 그 단어만을 표준어로 삼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안절부절하다'와 '안절부절못하다' 중
'안절부절하다'를 버리고 '안절부절못하다'만을 표준어로 삼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안절부절하지 말고 좀 진득하게 기다리거라"라고 하는 따위 말은
"안절부절못하지 말고 좀 진득하게 기다리거라"로 써야 바른 표현이 되는 겁니다.
특히 "아버지는 집을 나간 철수 때문에 안절부절이다"라는 문장에서,
'안절부절이다'는 하나의 말인 '안절부절못하다'의
허리를 싹둑 자른 뒤 체언(명사, 대명사)에나 붙는 조사 '이다'를 갖다 붙인 '불구의 말'입니다.
물론 '안절부절'은 쓸 수 있습니다.
그 자체로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 할 바를 모르는 모양'을 뜻하는 부사거든요.
그런데 부사는 모양을 바꾸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사' 같은 게 붙지 않습니다.
"전차에 올라타자 조바심은 더욱 심해지고 안절부절 견딜 수가 없었다"처럼은 쓸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정한 주견이나 줏대없이 이랬다 저랬다 하여 몹시 실없다"의 뜻을 가진 말로는
'주책없다'만 표준어로 삼고, '주책이다'는 버리도록 했습니다.
그러니까 "박영감은 참 주책이다"는 "박영감은 참 주책없다"로 써야 바른 표현이 되는 겁니다.
- '건방진 우리말 달인1(다산초당)'에서 퍼와 정리함
첫댓글 칠칠맞지 못하게..뜻은 알고 있었지만 '칠칠하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건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쓰지 않는 탓일지도..칠칠맞은 아내랑 사는 사람은 참 좋겠어요..^^
맞아요. 많은 사람이 틀리게 쓰면 내 혼자 바르게 쓸 경우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어요.
주로 부정적인 표현으로만 쓰는 동사이지요? 머리에 쏙쏙 드는데요. 질문이 있습니다. '주책을 떨다', '주책을 부리다' 등은 어떻게 되는 거지요?
원래는 주책이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을 뜻하는 것이었는데 워낙 많이 다르게 쓰다 보니 '주책을 떨다. 주책을 부리다'의 경우는 '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대로 하는 짓'으로 규정지어 졌습니다. 그러니 그것도 맞는 말이 되었습니다.
정가네님 고맙습니다. 그러면 선생님 다시 질문요, '주책'이 들어가면 무조건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겠습니까?
현재의 쓰임으로는 그렇다고 봐야겠지요.^^
칠칠하다...언제가 어디선가 정가네님께 한번 배웠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틀리지 않게 잘 사용 한답니다.
직접 말로 할 때는 잘 사용하셔야 해요. 자칫 잘못하면 욕먹을 수도 있으니까요.^^
알고는 있으면서도 쉽게 쓰기에는 거북한 말이지요.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칠이란 숫자가 서양에서는 행운의 숫자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뭔가 좀 모자라는 걸 표현할 때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칠푼이 칠득이 칠삭둥이 땡칠이 등등...^^
ㅋㅋㅋ... 칠칠하다는 숫자와는 관계없을 테지요.^^
칠칠하다, 안절부절못하다,주책없다.저도 잘 쓰겠습니다.
넵!
칠칠치 못한 마누라를 둔 내 남편은 가끔 사람들 모인자리에서도 자꾸 저를 기죽이는 말만 골라서 해서 미워 죽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주책없이 제 자랑을 막 늘어 놓지요..그러다가 제 잘못이 드러나면 제가 안절부절 못하고 가시방석에 앉은 듯 빨리 집에 가고 싶지요... 맞습니까요??
그런데 콩쥐님 글엔 자조적인 내용이 많아요. 앞으론 부부 사이에 일부러라도 서로 칭찬하기 시합을 해 보세요. 뭔가 달라질 겁니다. 안절부절못하다는 한 낱말이니 붙여써야 합니다.
안절부절못하고..이렇게요? 우와..길다.
와... 안절부절못하다를 모두 붙여써야 하는군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