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좋은 그림일까? 사실 나쁜 그림이란 없다. 그림이 좋은 그림이
될려면 첫째, 우선 일정한 수준의 표현력과 테크닉이 작품에 녹아있어야
한다.
이 말은 재료를 잘 다룰줄 알고 그 재료에 맞게 그림을 그렸는가, 하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다.
둘째는 구성과 표현에 있어 실수나 허점이 보이지 않아야 한다. 이것을
구분하는 것은 도상학적인 관점이나 색과 선 면으로 본 작품의 구성요소
로 분별해 낸다.
사실 많은 현대의 많은 작가들은 이런 기본적인 구성요소도 파괴하고 있
다. 이런 현대의 작품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더욱 헷갈리고 있고 그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이런 작품에 비해 자산의 것은 좀 낫다고 착각을 한다.
그들은 정한 통과의례를 대부분 거친 사람들이다. 이를테면 제대로 데생
과 해부학 공부를 하고 기본 묘사력을 넘어서거나 이에 준한 과정을 거치
고 나서 자유롭게 표현해 자기의 방법을 개척하고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
은 사람들이다.
셋째는 작가의 작의(作意)가 작품에 잘 표현되어 감정이입이 잘 되고 있
는가이다. 관객은 그림을 그린 작가를 직접 만나볼 기회란 거의 없다.
그림을 통해 작가의 마음과 작가의 작의성을 더듬고 짐작할 따름이다.
좋은 작가란 이 작의(작가가 그리고자 한 의도)를 아주 잘 표현해 관객
에게 그 마음을 일부라도 전해줄수 있는 그림이다.
여기서 얻어지는 것이 바로 공감(共感)이다. 예술에 있어서 이 공감을 느
낀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고 속성소이다. 이것은 바로 예술의 소통
의 도구이기도 하다.
이런 세 가지 요건을 갖추었을 때 비로소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작가(작가)
라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사실 그림은 유아서부터 손을 움직일 줄 아는
사람은 모두 그림을 그릴 줄 안다.
그러나 그 그린 그림들이 모두 그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
들은 일정한 대학 이상의 미술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그리는
그림은 그림일 수 있을까?
역시 아니다. 사실은 그림이 되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법대 나왔다고 다 법조인이 되는 것이 아니고 문창과를 나왔다고 모두 작가
가 되는 것은 아니지않는가?
대부분의 미대 졸업생도 미대를 졸업할 때 속으로는 자기는 작가가 될 재능
이 없다는 것을 의심하고 끝내는 전문 화가나 작가로서의 길을 포기하는 경
우가 많다.
그림은 손으로만 그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그런 일반적인 과정을 거치고 일반에게 인정을 받고 살아남는 사람은 로터리
당선 만큼의 어려운 확률을 거쳐 살아남은 사람이다.
대한 민국에 등단을 한 문인들이 만명도 넘지만 이들 중에 문학사에서 살아
남아 이름 정도는 거론될 수 있는 사람은 100명 남짓이 될꺼고 다시 한 세대
가 지나면 10명 정도가 작품으로 살아남을 수 있고 또 다른 한 세대가 지나
면 불과 몇 명 만이 살아남게 될 뿐이다.
국문학과나 문창과를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 시가 되고 싶은 시나 글이 되고
싶은 글을 쓰다가 사라지듯이 대부분의 미술 작가 지망생들도 그림이 되고
싶은 그림을 그리다가 사라진다.
그러면 이렇게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 전문 작가나 전문 예술가로써 성공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한국에선 이런 방법으로 <줄서기>나 <줄타기>를
많이 이용한다.
우선 명문 미대나 인정받은 학과에 들어가 그 편에 끼어 줄을 타는 것이다.
그러면 줄이 없는 사람보다는 다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를테면 미술은
그룹전이나 동우회를 통하여 발표할 기회를 많이 갖게되고 미디어에 노출될
기회가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문인의 경우에도 선배나 후배들이 출판사나 관련 매체인 잡지사에 일
하는 경우가 많아 줄만 잘 타고 싸가지가 있게만 보이면 자주 지면을 얻어 발
표할 기회가 많다.
이런 기회를 일부러 만들려고 지방 문인들이나 변방 사람들은 언론이나 매체
에 기고할 기회를 얻기 위해 접대는 물론 원고료도 안 받고 더 보태 담당자에
게 접대를 하는 일이 많았다.
그만큼 경쟁력이 극심해서 그렇다고 이해를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이나 기타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결코 자신의 작업을 위해서도 바
람직하진 않다.
왜냐하면 좋은 예술이란 아름다운 감성을 바탕으로 한 순수한 영혼의 일깨움이
나 자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각적 순수와 영혼적인 순수를 자기의 작
품에 반영할 때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은 이런 이들은 <그림 같은 그림>이나 <글 같은 글>만을 쓰며 원숭이처럼
흉내를 내고 폼만 잡다가 사라지는 시대의 장식품들이 될 뿐이다. 자기의 색깔
을 만들어 그것을 자기 것으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은 사실 험난할 뿐이다.
먼저 한국의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다시 좋은 그림이 무엇인지 한번 알아보도
록하자. 우선 그림을 6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1)마음이 없이 손으로 그린 기교의 그림들
2)그림이 되고 싶은 선들과 면들
3) 그림이 비로소 된 그림들
4)좋은 그림
5)아주 좋은 그림
6)훌륭한 그림
모두 그림은 그림인데 1)과 2)는 그림이 되고 싶은 그림 같은 그림일 뿐이다. 그
리고 3)의 비로소 된 그림이란, 이런 그림 같은 그림을 넘어서 작가의 고유적인
표현의도와 작의성이 충분히 표현된 작품을 할 줄 아는 단계를 의미한다. 그리고
4)번째의 좋은 그림이란 작가로서 창의성을 가지고 개성있는 자기의 작품 세계를
표출할 줄 아는 단계를 의미한다.
5)아주 좋은 그림이란 창의성과 개성 그리고 관객들에게 작가의 작의를 전달해
줄수 있는 그림이다. 이런 그림은 스스로 관객에게 느낌을 전달해 주는 '소통의
기능'을 갖고 있는 마치 스스로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 같은 '살아있는 그림'이
다.
6)번째의 훌륭한 그림이란 시대와 공간을 넘어서 만인에게 예술혼을 불어넣어
줄 수있는 명화의 반열에 든 그림들을 말한다.
예/ 3) 그림이 비로소 된 그림들
나혜석과 천경자의 이 그림들은 내가 보는 수준의 좋은 그림들은 결코 아니다.
이 정도 같으면 세번째의 비로소 그림의 수준은 갖추고 그림이 된 그림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외변적 요소인 줄서기(천경자의 경우)와 삶의 신비화(나혜석)로
예술 세계와 작품들이 과대 평가를 받고 있다.
예/ 4)좋은 그림
아래의 이중섭과 일본에서 활약중인 이우환은 좋은 작가 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중섭은 한국에 잘 알려진 작가이긴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거의 무명작가이다. 이에
비해 이우환은 세계의 주요 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할 정도로 현대 미술에선 한 획을
긋고 인정을 받은 60대의 생존 작가이다.
예/ 5)아주 좋은 그림
나는 아주 좋은 그림의 예로 안견의 그림을 꼽았다. 그는 동양의 회화정신을
그대로 작품에 수용하여 자기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대로 보여주어 시대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