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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대산(馬垈山 1052m) 곰봉 영월
면산(綿免山 낙동정맥)
마대산(馬垈山 1052m) 강원 영월
구간 : 노루목-어둔이골-어둔재-정상-북릉삼거리-김삿갓생가-노루목(10km 4시간)
노루목에서 서쪽 골짜기로 7분 거리에 선낙골과 어둔이골 합수점. 이름 없는 폭포가 반긴다.
김삿갓 생가가 있는 곳은 왼쪽 어둔이골이다.
생가터 쪽으로 징검다리를 다섯 번 정도 건너 30분 오르면 합수점.
북쪽 계곡 초입에 김삿갓 생가터 안내판이 있다. 합수점에서 어둔재로 이어지는 왼쪽 계곡으로 들어간다.
15분 걸으면 다래나무가 눈에 띄고 머루도 보인다.
40분 정도 올라가면 주능선 남쪽 배틀재로 이어지는 어둔재에 이른다.
어둔재에서 북쪽 능선으로 향한다. 노송과 다람쥐가 춤을 추는 능선을 90분 걸으면 정상(1052m)이다.
태화산, 응봉산, 망경대산, 곰봉, 어래산, 형제봉이 마대산을 에워싸고 있다.
동강 물을 받은 남한강 물줄기와 고씨동굴을 품고 있는 태화산이 그림 같다. 하산은 북릉을 탄다.
6분 뒤 동쪽 지능선으로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 주능선을 버리고 동쪽 아래 지능선을 타고
25분 내려서면 어둔이골 상류에 닿는다. 40분 거리에 김삿갓 생가에 이른다. 7분 뒤 합수점을 지나
30분후 노루목에 이른다. 마대산은 우리나라 마지막 비경지대가 될 산. 서쪽 아래 고씨동굴 앞을
흐르는 수려한 남한강의 풍광과 북으로 흐르는 옥동천이 남한강으로 합수되는 보기 드문 비경이다.
구간 : 대야리-맞대마을-정상-선낙골-너둔이-무릉계곡-든돌상회-들모랑이.
구간 : 노루목-김삿갓묘-오른쪽지능선-주능선-정상-서북주능선-동남지능선-김삿갓집터-삿갓주점
노루목에 부녀회가 운영하는 김삿갓주점이 있다. 삿갓묘를 지나 오른쪽 능선으로 정상에 올랐다가
김삿갓 집터로 내려온다. 김삿갓은 생전에 나 죽으면 여기 묻으라고 아들에 유언을 남긴다.
1982년 향토사학자 박영국씨가 추적과 고증 끝에 와석골에서 그의 묘를 찾아낸다. 강원 경상 충청 3도
경계에 와석골. 89년 밭 한가운데 초라한 무덤을 정부에서 밭과 앞집 세 채를 사들여 재정지했다.
‘네 다리 소나무 소반에 죽이 한 그릇, 하늘과 구름이 함께 떠도네, 주인장, 제발 무안해 하지 마오,
나는 물 속 청산을 사랑한다오’ 김삿갓 집터는 묘에서 왼편으로 2km 윗쪽 산행 길이다.
노루목 김삿갓 유적지에 내려 돌에다 새겨놓은 시판과 무덤을 둘러본 후 잘 닦여진 찻길 따라
김삿갓 생가가 있는 골짜기로 오르니 얼마 후 길이 두 가닥. 직진은 일월암자 가는 길.
왼쪽으로 계곡을 건너 오르면 생가로 가는 길이다. 30여분 오르니 길이 끝나는 지점에
통나무로 지은 찻집이 있고 그 집 오른쪽으로 난 계곡 소로를 오르면 잠시후 복원된 생가가 나온다.
등산로는 그 생가 앞으로 이어 진다.
기념관을 관람하고 되돌아 나와 무덤이 있는 유적지를 둘러보고 사당이 있는 좌측 계곡으로 난 찻길을
따라 30분쯤 오르면 산뜻하게 새로 지은 통나무집이 있다. 승용차도 올라 갈 수 있다.
마을에서는 김삿갓 생가 옆집 또는 '우구'네 집으로 통하고 있다.
'현근호'씨댁 전화번호는 033) 374-9694 이며 우구 어머니를 찾으면 된다.
버스 종점의 마을에도 민박집이 있고 음식점도 몇 집 있다.
난고 김삿갓 문화큰잔치
가을바람 닮은 시인을 기리는 예술 잔치
9 월29일부터 사흘간 노루목 일원에서 펼쳐져
커다란 삿갓 뒤집어쓴 채 죽장 하나 들고 삼천리를 방랑한 김삿갓 난고 김병연은
1807년(순조 7년) 3월13일 경기도 양주군 회천면 회암리에서 태어났다.
시인이 6세 때 조부 익순이 홍경래난 때 투항한 죄로 처형당하고, 부친은 남해로 유배를 갔다.
후일 조부의 죄가 멸족에서 폐족으로 감형되어 병연 형제는 모친에게로 돌아갔다.
아때 부친은 병으로 돌아가시고,
세인들의 눈을 피해 모친은 가족을 이끌고 강원도 영월 삼옥리로 이주하게 된다.
시인은 이런 가족사를 전혀 모르고 영월에서 공부하며 자랐고, 20세 때 영월 향시에서 조부 김익순을
비난하는 시로 장원급제를 하게 된다. 그해 모친으로부터 김익순이 자신의 할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조상을 욕되게 한 죄인이라는 죄책감에 마대산 자락인 어둔이계곡으로 옮겨 은둔생활을 했다.
이후 잠시 한양으로 올라가 공부했으나 24세 되던 해에 출세에 대한 생각을 접고 닷 영월로 귀가해
아들 학균을 형인 병하에게 입양시키고, 그해 얻은 차남 익균과 부인을 남겨둔 채 조인이 하늘을
볼 수 없다는 뜻으로 삿갓을 쓰고 비운의 방랑객이 됐다.
시인은 금강산 유람을 시작으로 함경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 각지를 방랑하면서 서민들의 애환과
양반들의 잘못된 생활상들을 시로 옮겨 놓았다. 30년이 넘는 방랑생활을 끝내고 57세 되던 해인
1863년(철종 14년) 3월29일 전라도 화순군 동복면 구암리에서 별세했다. 별세 3년 후 차남 익균이 와서
와석리 노루목으로 묘를 이장했다.
김삿갓이 고뇌의 젊은 시절을 보낸 산골
시인이 세상을 떠난 뒤 풍자와 대담으로 가득한 노래는 100년이 넘게 인구에 회자되었건만,
소문으로만 떠돌던 시인의 묘소는 20세기 말에 와서야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시인의 아들 익균이 전라도 화순땅 동복에서 이장한 김삿갓의 묘소를 영월의 향토사학자
고 박영국 선생이 영월 마대산(1,052m) 기슭의 와석골에서 찾아낸 것이다. 1982년 일이다.
당시 박영국 선생은 '김삿갓 무덤은 태백산과 소백산 사이의 양백지간,
영월과 영춘 어간에 있다'는 고문서 기록 하나에 의지했다고 한다.
핍박과 천대를 피해 흘러들어온 시인의 갖복이 살던 집터와 시인의 묘소가 남아있는
하동면 와석리 어둔이 마을은 산 깊은 영월에서도 깊디깊은 오지였으나,
몇 년 전 시인의 묘소 근처까지 제법 번듯한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뜷렸다.
계곡 옆 비탈밭 한가운데 봉분 하나만 달랑 있던 초라한 묘소는 1980년대 후반에 새롭게 단장됐다.
'詩仙 蘭皐 金柄淵之墓(시선 난고 김병연지묘)' 라는 소박한 빗돌은 고뇌로 이 땅을 떠돌던
방랑시인의 흔적을 알려준다.
김삿갓 집터는 묘소 앞의 '시선 당집'에서 계곡길로 들어선다. 시인이 삿갓 쓰고 집 떠날 때 걷던
산길은 지게 지고 겨우 드나들 정도로 좁았지만, 이젠 사륜차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제법 널찍하게 변했다. 온갖 들꽃들 화사하게 피어난 큰길서 벗어난 뒤
정겹게 흐르는 계류 건너 오솔길로 들어가면 이내 방랑시인의 집터다.
시인의 집은 흔히 말하는 명당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월 좋게 음풍농월할 만한 곳도 아니다.
앞마당도, 텃밭도, 지붕 위로 보이는 하늘도 모두 손바닥만하다. 김삿갓 시인의 집터는 묘소 앞에서 1.7km 걸어가야 한다. 천천히 걸어도 왕복 1시간~1시간30분 정도면 충분한 산책길이다
(자세한 정보는 김삿갓계곡 홈페이지 www.kimsagat.or.kr 참조. 033-374-1660).
최근에 복원된 김삿갓 시인의 옛집
김삿갓 유적지가 있는 김삿갓계곡의 원래 이름은 마을 이름을 딴 와석계곡. 그런데 김삿갓 시인의
묘소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계곡 이름도 자연스레 김삿갓계곡으로 바뀌었다.
현재 예술인촌, 조선민화박물관, 묵산미술관 등이 자리잡고 있는 김삿갓계곡은 최근 문화와 예술을
아우르는 테마관광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2003년 노루목 김삿갓 유적지에 건립한 김삿갓문학관은 김삿갓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김삿갓의 발자취를 찾아 일생을 바친 고 박영국 선생의 김삿갓 연구자료가 전시되어 있고,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다양한 김삿갓 관련 자료를 상영하고 있다(개관시간 매일 09:00~18:00.
요금 일반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주차료는 없다. 전화 033-375-7900.
김삿갓의 고뇌와 문학을 이해할 수 있는 축제
조선 말엽 구름처럼 바람처럼 떠돌며 발걸음 닿는 곳마다 해학과 풍자시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방랑시인 난고 김삿갓 문화큰잔치는 매년 가을 김삿갓계고에서 열리는 문화잔치 한마당이다. 제9회를 맞이하는 올해에는 9월29일(금)부터 10월1일(일)까지 사흘간 하동면 와석리 김삿갓 묘역 일원에서 총 7개 분야 38개 종목으로 열린다.
개막 첫날붜 전국 민화공모전 수상작과 조선민화, 분재 등 400여 점이 조선민화박물관에서 전시되고, 문화예술회관에서는 한국화 70여 점과 수석 80여 점이 마지막 날인 10월1일까지 전시된다.
둘째 날에는 김삿갓유적지에서 전통예절의 6법 공양으로 올리는 헌다의식에 이어 난고 김병연을
추모하는 고유제와 추모굿을 열어 김삿갓의 시대정신과 예술혼을 추모한다. 오후에는 난고문학관에서
난고선생의 작품세계에 대한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그의 작품에 대하여 열띤 토론의 장이 열리며,
한양대 이승훈 교수와 강원대 서준섭 교수의 문학강연이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개최된다.
난고문학관은 260평 규모로 전시실, 영상실, 자료실, 난고문학실, 김삿갓 일대기실로 되어 있고,
전시실에는 김삿갓 관련 책자(40종)와 시선 김삿갓유적보존회 보관 작품, 휘호대회 수상작품,
심포지엄 책자, 김삿갓 관련 조각작품 등이 전시되고, 일대기실에는 김삿갓의 일생과 더불어
대표적인 시를 체계적으로 전시하여 관람객이 김삿갓의 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난고 문학광장에서는 여음회의 무용공연과 인터넷 시 동호인들이 참여하는 난고와의 문학이야기가
이루어지며, 전통 짚공예품 시연과 인절미를 만드는 과정, 목공예, 한지 등의 시연 및 체험행사에
관광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고, 개막식에 이어 가을 분위기에 맞는 가수 강은철, 원미연,
녹색지대가 출연하는 가을밤이 펼쳐지며, 향토음식 먹거리장터가 다음날까지 이어진다.
특히, 영월읍 관풍헌에서 개최되는 전국 한시 백일장은 1826년대 영월 동헌에서 있었던 김삿갓 향시
급제를 재현하는 전통방식으로 치러지며, 오후에는 한시 백일장 참가자에 대한 시상식이 열린다.
마지막 날인 10월1일에는 전국 백일장, 초중고 학생백일장, 휘호대회, 만화그리기 대회 등 문예행사가 다채롭게 이루어지며, 오후 1시부터는 강원도립관현악단의 국악공연이 있으며, 이어서 영월 지역의 대표적인 예술단체인 민예총 영월지부의 국악공연이 이어진다. 또한 김삿갓 주거지를 지나 마대산 정상에 오르는 등반행사에서는 김삿갓이 고뇌하던 삶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다.
한편, 축제기간 중 영월읍에서 하동면 와석리 노루목 김삿갓 묘역까지 30km 구간을 시내버스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여 축제 참가자와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김삿갓민박(033-374-9595), 김삿갓펜션(374-1660~1), 밤나무집(374-9198), 버들고개민박(374-9208)
등 민박과 펜션이 있다. 이외에도 노루목상회(374-2738), 떠돌이화가까페(374-0018),
시가흐르는마을(374-8433) 등 차 마실 곳과 식당도 여럿 있다.
중앙고속도로-제천나들목-38번 국도-영월-88번 지방도-하동면 각동리 삼거리(좌회전)-7km-
옥동리 삼거리(우회전)-5km-김삿갓유적지. 서울 기준 3시간 소요.
영월-김삿갓유적지 노루목행 농어촌버스가 매일 6회(06:20, 08:30, 11:00, 14:00, 16:00, 18:40) 운행.
50분 소요. 축제기간 중에는 1시간 간격 운행.
택시 영월에서 김삿갓계곡 노루목까지 편도 20,000원. 25분 소요. 영월콜택시 전화 080-372-1818,
봉래택시 374-2644, 영흥택시 372-7766, 대석택시 374-4556.
영월 마대산(1,052.2m)
" 바람같은 시인이여, 어디로 떠나시려나요!"
노루목~마대산~처녀봉~노루목 코스 4시간30분 소요
마대산은 김삿갓 시인의 고뇌가 서린 산이다. 산 동쪽의 노루목에는 시인의 무덤이 있고, 어둔이계곡 중간에는 시인이 영월로 숨어들어와 살던 옛집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잠시나마 시인이 기댔던 마대산은 백두대간의 정기를 듬뿍 받고 솟았다. 백두대간의 고치령과 마당치
사이에 솟은 1032m봉에서 북으로 가지를 치는 산줄기는 형제봉(1,177.5m)을 빚고 배틀재에서
숨을 고른 다음, 바로 이 마대산을 빚어놓은 것이다. 여기서 마대산 산줄기는 두 갈래로 나뉘는데,
서쪽 산줄기는 수리봉과 삼봉을 지나 남한강으로 잦아들고, 북쪽 산줄기는 옥동천에서 세력을 다한다.
마대산에는 맞대골, 드름골, 선낙골, 어둔골 코스 등이 있으나 대중교통편이 편리한 대야리 맞대골과 와석리 김삿갓계곡에서 오르내르는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된다. 이 중에서도 정상까지 접근시간이 짧은 노루목에서 오르내리는 코스가 제일 인기 있다. 이 코스는 김삿갓 묘소와 주거터를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역시 김삿갓문화큰잔치 행사 중에 열리는 산행코스도 주무대인 노루목에서 시작한다.
김삿갓 묘소 앞 당집에서 산행시작
산행들머리인 노루목에는 장승과 돌탑이 조성되어 있고 '시선 당집'도 있다. 맞은편 언덕에는
김삿갓 시인의 묘소가 보인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시인의 묘소에 술 한잔 올리는 것은
마대산을 찾은 등산인의 당연한 예의일 것이다.
신비스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당집에서 왼쪽의 널찍한 비포장길로 10분 정도 오르니 '←마대산 정상 3.4km, 김삿갓 주거유적지 1.1km, 선낙골→' 푯말이 서있는 삼거리가 나왔다. 왼쪽 골짜기는 어둔이계곡이고, 오른쪽은 선낙골이다. 우리는 시인의 옛 주거터를 먼저 볼 수 있는 어둔이계곡으로 정상에 오른 다음 선낙골로 하산하기로 했다.
작은 지계곡을 건너 어둔이계곡 산길을 따라 25분 정도 올라서니 통나무다리 앞 합수점 삼거리다.
왼쪽은 전방 약 100m 거리로 보이는 민가(찻집)로 이어지는 길이고, 오른쪽은 김삿갓 주거터로 이어지는 등산로다. 여기서 오른쪽 통나무다리를 건너 3~4분 정도 가면 김삿갓 주거터에 닿는다. 주거터에 있는 초가집은 최근에 복원한 것인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탓인지 문짝이 다 떨어져 나가 안타깝다.
김삿갓 주거터 주변에는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본격 산행은 하는게 아니라 대부분 김삿갓 시인의 주거터까지만 다녀오는 산책객들이다. 만약 어린이를 동행했다면 이 김삿갓 주거터까지만 다녀오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듯싶다. 묘소 앞에서 이곳까지 거리는 1.7km인데,
코흘리개와 천천히 걸어도 왕복 1시간~1시간30분 정도면 충분한 산책길이다.
김삿갓주거터를 뒤로하니 본격적인 등산로가 펼쳐졌다. 집 앞의 개울을 건너 계곡 안으로 15분 정도 들어가면 합수점에 닿는다. 여기서 오른쪽 지계곡으로 약 100m 올라가니 갑자기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가파른 길이 떡하니 가로막았다. 이런 가파른 산길은 30분 정도 이어졌다.
급경사 노송군락 지능선을 타고 10분 정도 오르니 오래된 묘 1기가 나오고, 여기서 30분 가량 더 오르니 드디어 경사가 부드러워 지더니 능선마루다. 선낙골 너머로 처녀봉이 마주보이는 동릉이다. 뒤돌아보니 우리가 땀 흘리며 올라온 어둔이계곡과 김삿갓주거터가 보였다.
부드러워진 산길을 한가롭게 걸었다. 산길엔 철쭉나무들이 마치 터널처럼 이어져 자라고 있다. 철쭉이 피는 늦은 봄날에 오면 황홀할 듯싶다. 이렇게 20분 정도 올라 북동릉 푯말 '←정상 0.1km, 전망대 0.9km→'이 있는 삼거리에 닿았다.
푯말에서 왼쪽 길로 5분 정도 오르니 드디어 마대산 정상. 이곳에서의 조망은 북동 방향으로 뻗은
주능선과 서북 방향으로 태화산이 손에 잡힐 듯 시야에 들어오고, 그 밑으로 남한강을 따라
고씨동굴 주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남쪽으로는 숲에 가려 조망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마대산 정상에서 전망대바위(1,030m)가 있는 봉우리까지 산길은 아주 부드럽다. 자줏빛 쑥부쟁이, 새하얀 구절초가 곳곳에 피어 있어 가을 산을 걷는 감흥이 한껏 일어난다.
산속의 분지를 이루고 있다.
전망대바위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300m 정도 걸으니 처녀봉으로 이어지는 삼거리 안부다. 여기서 북쪽 방향의 왼쪽 계곡길로 내려서면 하동면 소재지가 있는 옥동리로 하산할 수 있다.
우리는 곧장 걸었다. 5분 정도 오르니 아름드리 소나무가 서있는 처녀봉 정상이다. 이곳에서 소나무 너머로 동쪽 김삿갓계곡 건너로 마주보이는 곰봉이 듬직하다. 그 뒤로는 시루봉과 태백산이 함께 보인다.
처녀봉에서 내려서는 남쪽 산길 주위로는 아름드리 금강송들이 쭉쭉 뻗어있다. 삼거리에는 '김삿갓 묘역 1.2km' 라는 푯말이 있다. 여기서 20분 내려가니 처녀봉 남동릉 삼거리다. 다시 지그재그 산길을 20여분 내려서면 드디어 선낙골 자그마한 계류와 만난다. 왼쪽으로는 외딴 민가가 보인다. 널찍한 앞마당에는
배나무 몇 그루도 자라고 있다.
시인이 영월 드나들던 옛길
여기서부터 산길은 선낙골을 오른쪽에 끼고 이어지는 널찍한 콘크리트 포장이다. 선낙골 코스는 일명 '김삿갓 등산로' 라고도 볼린다. 바로 이 코스로 옛날 김삿갓이 영월 나들이를 다녔다는 데서 생긴 이름이다. 그래서일까. 산길에는 짙은 숲 향기가 넘쳤다. 가래나무 쪽쭉 솟아있는 계곡도 더없이 맑았다.
사람들 번잡한 어둔이계곡보다 선낙골은 한가하면서도 숲의 정취는 더 좋았다.
이렇게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30여분 내려서니 어둔이계곡과의 합수점이 나타났다. 여기서 20여분 더 내려서니 드디어 처음 출발했던 당집이 보였다. 기울어가는 저녁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시인의 묘소가 눈앞에 가득 들어찼다. 문득 술에 취한 시인이 허공을 바라보며 시상을 다듬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네 다리 소반 위에 멀건 죽 한 그릇
하늘에 뜬 구름 그림자가 그 속에서 함께 떠도네
주인이여, 면목이 없다고 말하지 마오
물 속에 비치는 청산을 내 좋아한다오
- 김삿갓의 시 '죽 한 그릇' 전문-
* 산행길잡이
마대산은 가파른 구간이 있기는 하나 전체적으로 험하지는 않은 편이다. 정상 조망은 그리 빼어나지 않고, 차라리 정상 동북쪽의 전망대바위가 좀더 조망이 좋았다. 노루목에서 어둔이계곡~김삿갓주거터~동릉~정상~전망대바위~처녀봉~선낙골~노루목 회귀 코스의 산행거리는 약 8km로,
산행시간만 총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식수는 가능하면 노루목 당집 앞에 있는 샘에서 떠가는 게 좋다.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김삿갓주거터 앞의 계곡에서 받아가야 한다. 또 선낙골쪽으로 올라갈 때는 마지막 민가 앞으로 흐르는 계곡에서 식수를 떠가야 한다.
곰봉(930m)
구간 : 민화박물관-(60분)-주능선-(50분)-정상-(70분)-김삿갓묘역주차장.(3시간30분)
와석계곡(谷洞川)으로 들어서면 대추나무골 입구에 조선민화박물관(떠돌이화가 카페) 간판이 서있다.
노변에 승용차 여러 대 주차공간. 100m 오르면 민화박물관 뒤로 김해용씨 집이 있다.
50년 넘은 강원도 전형적인 산골 집이 흥미롭다.
앞뜰에서 식수를 준비하고 집 왼쪽 뒤로 개집 앞을 지나 능선에 붙는다. 18분 뒤 암릉길.
가파른 곳에는 밧줄이 있다. 30분 뒤 암릉이 끝나고 10분 뒤 평지에 이른다. 50m 위로 주능선에 이르고
곰봉 정상 0.8km 팻말. 10분 뒤 855봉을 지나치는데 암부를 이루어 조망이 좋으므로 올라가 본다.
20분 뒤 곰모양 바위에 팻말이 서있는 정상이다.
소백산 월악산의 윤곽이 나타난다. 마대산이 병풍을 두른 듯이 마주 보이고 남쪽으로 의풍리 분지 너머 백두대간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팻말 남쪽으로 하산로가 열린다. 내리막길 경사가 심하다. 7-8분 뒤 길이 두 가닥 나뉘지만 다시 합쳐진다. 횟대바위가 있지만 경관이 없으므로 그냥 왼쪽 길을 택해 내려간다.
하산 30분쯤 되면 평평한 삼거리 길목. 김삿갓묘역 팻말이 가리키는 대로 부드러운 능선을 내려선다.
키큰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잡목이 거의 없어 쾌적하기 그지 없다. 능선은 차츰 좁고 양쪽이 급경사인 좁고 긴 형태로 변한다. 20분 뒤 갈림길. 오른쪽이 곡골 내려서는 길인데 길이 험하고 별달리 볼 것도 없다.
커다란 안테나 옆을 지나치면서 안테나선 끝인 해산식당 뒤 한국전파기지국 안테나에서 끝난다.
해산식당 앞은 널찍한 주차장이며 그 오른쪽 모서리에 김병연의 묘가 있다.
묘비에는 詩仙蘭皐金炳淵之墓. 김삿갓묘에서 출발지점까지 2km 계곡이 좋으므로 슬슬 걷는다.
해선식당 주차장에서는 손님이 원하면 태워준다. 김철호민박(374-9198) 닭백숙 한 마리를 주문하면 뒤따라 닭죽이 나온다. 삿갓주점(374-4226)감자전 메밀묵 칡국수 . 해산식당(033-374-9209)의 진짜토종 닭백숙, 와석상회(374-9224)에서 영월행 버스 1일8회. 와석계곡 입장료 2천원. 곰봉에는 더덕이 많았으나 단체 산행객들이 모조리 캐어가서 별로 없고 취나물 산행으로 권할만하다.
곰봉 & 김삿갓계곡
황장목과 어울린 기암절벽에 청정계류 탁족
해발 930.3m인 곰봉은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 와석리 김삿갓계곡과 미사리계곡 사이에 솟은 산이다.
산자락에는 아름드리 황장목 군락과 어우러진 기암절벽들이 이어져 산행의 묘미를 더해주는 산이다.
등하산지점인 김삿갓계곡에는 이름 그대로 김삿갓 유적지와 김삿갓문학관, 조선민화박물관 등 볼거리를 비롯해서 인근에 별미집들도 많다.
산행은 조선민화박물관 입구에서 시작된다. 예전에는 박물관을 통과해 김해용씨 농가 왼쪽으로 올라갔었다. 그러나 그동안 박물관을 통과하는 일부 몰지각한 등산인들이 박물관 내 분재와 귀중품들을 몰래 들고 가는 일들이 생긴 이후부터는 박물관을 통과하지 못하게 됐다.
박물관 입구 왼쪽에 작은 '등산로 입구' 푯말이 있다. 새로 난 이 길로 오르면 예전 김해용씨 농가 왼쪽 길로 이어진다. 이 농가는 박물관 측에서 사버렸고, 금년 79세가 되었을 김옹은 영월읍내로 이사갔다.
농가를 뒤로하고 외딴 무덤을 지나 20분 오르면 암릉이 시작된다. 노송들이 어우러진 암릉으로 45분 가량 오르면 곰봉 주능선인 북릉 안부를 밟는다. 정상 방면으로 10분 거리인 855m봉 사면을 지나 30분 가면 10m 높이 선바위가 나타난다.
선바위를 휘도는 왼쪽 길로 들어 울퉁불퉁 바윗길로 20분 더 오르면 곰처럼 생긴 바위로 이뤄진 곰봉 정상을 밟는다. 정상에서는 동으로 태백산, 남으로는 선달산과 소백산 형제봉이 하늘금을 이룬다.
하산은 남릉을 타고 내린다. 남릉으로 20분 거리인 횟대바위를 지나 뚜렷한 능선길로 약 30분 가면 삼거리(묘 1기)에 닿는다.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어래산으로 이어진다. 삼거리에서 오른쪽 지능선을 따라 30분 가량 내려서면 묘 3기가 나타난다. 묘를 뒤로하고 20여분 더 내려서면 해산식당 앞이다.
민화박물관을 출발해 북릉~정상~남릉 삼거리~해산식당으로 하산하는 거리는 약 7km로, 5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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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식당 앞 왼쪽(남쪽) 넓은 주차장 건너로 보이는 2층 건물이 난고 김삿갓문학관이다. 이 문학관에서는 방랑시인 난고 김병연이 태어나서부터 1863년 3월29일 전라도 동복 구암리에서 57세로 인생을 마감할 때까지의 모든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입장료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문학관 주차장에서 다리를 건너 마대산 등산로 입구에 자리한 김삿갓 묘와 자연석에 음각한 시비들이 전시된 김삿갓유적지도 뺄 수 없는 볼거리다.
김삿갓계곡의 본래 지명은 곡동천이다. 또는 와석리에 있다 하여 와석계곡, 무릉도원 같다하여 무릉계곡으로 불린다. 서쪽 마대산과 동쪽 곰봉 사이로 깊게 패어내린 협곡으로 여름 더위를 잊기에 그만이다. 남동쪽 협곡 끝머리인 백두대간 선달산 늦은목이에서 발원한 남대천 물줄기를 옥동천으로 이어주는 계곡이다.
수림지대가 병풍처럼 줄지어선 가운데로 흘러내리는 계곡 곳곳에는 탁족을 즐기기에 좋은 장소가 즐비하다. 쉬어가기 좋은 계류가마다 노송들이 그늘을 드리워 준다. 상류에 일절 공해를 일으키는 유해장소가 전무해서 물빛이 맑기 이를 데 없는 쪽빛이다. 김삿갓 묘에서 계류를 따라 계곡미를 감상하며 슬슬 걸어 50분~1시간 가량 약 2km 걸어나오면 곰봉 등산기점인 조선민화박물관이다.
영월~김삿갓유적지=시내버스(영월교통 033-373-2373)가 1일 6회(06:20, 08:30, 11:10, 14:00, 16:00, 18:40) 운행. 요금 2,170원. 또는 1일 10회(06:00~19:10) 운행하는 녹전행 버스 이용. 김삿갓계곡 입구 와석상회 앞에서 하차(요금 2,000원), 입구에서 민화박물관까지 3.5km 걸어 들어가야 된다.
김삿갓유적지 종점에서 영월행 버스 1일 6회(07:00, 09:30, 12:00, 14:50, 16:50, 19:30) 운행.
영월에서 김삿갓유적지 주차장까지 택시 편도 20,000원, 25분 소요. 영월콜택시 전화 080-372-1818, 봉래택시 374-2644, 영흥택시 372-7766, 대석택시 374-4556.
김삿갓계곡 입구와 조선민화박물관 사이에 있는 묵향황토민박(033-374-8829), 든돌민박(374-0185 ?), 펜션농원(374-0185 ?), 주막상회(374-3765), 칠부자민박(374-6714), 조선민화박물관 남쪽 밤나무집(374-9198), 김삿갓유적지 주변인 김삿갓식당민박(374-9666), 노루목상회(374-2738), 해선식당민박(374-9209), 노루목식당민박(374-6986) 등에서 민박과 식사가 된다.
곰봉 하산지점인 해선민박식당에서 토종닭백숙(30,000원), 감자부침(3,000원)을 판다.
면산(綿山 1,245.2m)
강원도 태백과 경북 봉화의 경계에 위치한 면산(1,245.2m)은 낙동정맥에 속한 산이다.
이 산은 화전을 일궈가며 난리를 면(免)했다고 해서 면산이라 하고, 주민들은 정상 부분이 펑퍼지하다 해서 두리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국립지리원에서 발행한 지도에는 면산(綿山)으로 표기되어 있다.
구간 : 휴양림기점~연화폭~구랄산~면산~구랄골~연화폭 원점회귀 코스
치악산이나 천왕봉, 주왕산 등은 산명에서 벌써 만만찮은 오기와 자존심이 느껴진다.
하지만 면산은 그 얼마나 부드러운가. 이름만이 아니다.
차가 계곡 저 위 연화폭포 앞까지 올라간다고 하므로, 거기서 정상 올랐다가 한 바퀴 돌아 내려오는 거리가 지도를 보니 고작해야 6km 정도다.
1:25,000 지형도의 등고선 조밀도를 보아서는 조금 게름칙한 바 없지 않았지만, 연화폭포~구랄산~면산~구랄골~연화폭포 코스는 거리가 워낙 짧아서 '깨끔발로 돌아도 반나절이면 돌겠다'며 우습게 보았다. 게다가 면산 주능선(석개재~정상~토산령)은 낙동정맥 줄기가 아니던가. 길이 아마 신작로처럼 잘 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지레짐작으로 나섰던 면산 산행에서 우리는 큰 코를 다칠 뻔 했다. 독자 여러분께 미리 알려드리노니, 면산의 이 코스는 절대 가지마시라. 마음 같아서는 주말마다 도시락 싸 들고 가서 말리고 싶다. 한 바퀴 돌아본 소감으론, 국내 산중 어느 산보다 더 위태롭고 까다로웠다.
특히 구랄골 하산길은 여차하면 황천길일 위태위태한 급사면의 연속이었다. 사진기자가 실족해 털퍼덕 주저앉아 줄줄 미끄러져 내려가기 시작할 대의 그 아찔했던 순간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다. 하필이면 이 날따라 보조자일도 차에 두고 나선 우리는 발 앞이 휑한 벼랑에 막힐 때마다 긴장으로 입 속이 말라붙곤 했다.
이 아찔한, 개미귀신의 구덩이 같은 구랄골을 드릴 만점이라며 다시 오겠다고 한 어처구니없는 동행자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의 이름을 여기서 밝힐 수는 없는 일이거니와, 우리는 그가 '기막히게 멋지다'며 취재를 권유한 산들은 일단 모두 보류 처분해 두기로 했다.
지형도를 보면 면산은 동쪽이 급준하고 서쪽 태백시쪽이 비교적 완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쪽 사면의 등행로를 택한 것은 가곡자연휴양림을 기점으로 오르내리는 원점회귀형 산행로를 한 가닥 독자들께 소개하고자 해서였다.
태백의 고참 산꾼 기부래씨, 풍곡리 덕풍계곡 중류부의 전망좋은 강변 둔덕에 자리잡은 '언덕 위의 하얀집' 모르쇠산장 주인 엄기학씨, 모르쇠산장 맞은편 산자락의 통나무집 주인 최신호씨 등 일행은 모드 일곱 명.
엄기학씨의 소형 승합차로 일단 연화폭포 앞의 널찍한 공터까지 올라갔다. 여기에서 찻길은 끝나며, 길은 가곡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에서 잘 정비해두었다. 대형버스라도 회차가 가능할 정도로 넓은 공터 옆에 너와지붕을 한 정자가 서 있다. 연화폭포 물줄기가 훤히 바라뵈는 곳이다.
연화폭포는 인공의 폭포다. 우리가 하산할 구랄골에서 아연을 캐내기 위해 중간에서 능선을 가로질러 굴착, 물줄기를 이쪽으로 빼돌린 것이다. 비록 인공이지만 여기 정자에서 보기엔 협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매우 자연스런' 폭포다. 높이 약 40m즘 되는 널직한 소마저 패여 있어, 인공폭포임을 알려주기 전에는 아무도 인공폭포임을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가 자연스럽다.
깊은 지하를 관통한 지라, 물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갑다. 이 물을 한 통씩 떠 담고서 오전 9시10분에 산행을 시작했다. 폭포 왼쪽 아래의 물줄기를 건너 소로를 따라 협곡 안으로 접어들었다. 곧장 능선으로 붙는 길도 있다면서 엄기학씨는 협곡을 따라 오른다. 물줄기는 지름이 3~4m쯤 되어 보이는 검은 동혈에서 콸콸 흘러나오고 있다. 저 아래 정자각 옆의 눈요기용 물레방아를 돌리기 위해 물을 빼내느라 설치한 송수관이 다소 흉물스럽다.
동굴 위의 협곡은 바싹 말라 붙어 있다. 이 협곡 안으로 100m쯤 오르다가 사방공사를 한 지점에서 왼쪽 위의 능선을 향해 가로질러 올랐다. 산비탈 경사가 상당하다.
일단 능선에 붙어 잠시 숨을 돌리고 발길을 이었다. 우리가 올라선 능선은 종내는 면산 정상 북쪽 약 400m 지점의 구랄산으로 이어진다. 전체적인 경사도는 치악산 사다리병창 정도 될까. 사다리병창을 가본 사람은 계단이 놓이지 않은 옛 사다리병창을 연상하면 거의 틀림없다. 연화폭포에서 구랄산까지 거리는 약 3km로, 세렴폭포~비로봉 간의 사다리병창과 길이도 비슷하고 북향의 산릉이라는 점까지도 흡사하다.
경사가 급한 능선에 수목은 울창하나 대개는 참나무 종류이고 별로 굵은 것이 없다. 과거 채광 때 동바리로 쓰느라 모두 베어냈던 것일까. 연화폭포로 내리뻗은 제일 끝가지 지능선을 오르는 데 1시간쯤 걸렸다. 좀더 굵은 지능선과 합해지고 나서도 경사는 여전하다. 양쪽이 가파르고 잡목이 무성히 자란 암릉지대가 100m쯤 이어지기도 한다.
며칠 비가 내린 끝이어선지 온갖 버섯들이 자라나 있다. 태풍에 포자가 나려온 것인지, 주위에 소나무는 없는데 송이버섯도 굵직한 것 두어 개를 캘 수 있었다. 주황색의 싸리버섯은 사방에 널렸다.
좀더 굵은 능선과 합해지는 890m봉에 이르러서는 길을 착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봉에 올라서자마자 오른쪽의 내리막길을 택해야 한다. 숲 사이로 저 앞에 면산과 구랄산이 보이기도 한다.]
890m봉부터는 경사가 한결 완만하여 걸음도 여유로워졌다. 잡목이 우거진 흰 바위 능선을 지난 뒤부터는 야생초화도 한결 많아진다. 독사가 입을 한껏 벌린 형상의 꽃을 피운 희귀종 식물 참배암차조기 군락도 있다. 그외 진범, 촛대승마, 꿩의다리 등 야생화들을 돌아보며 낙동정맥 주능선 상의 구랄산에 오른 시각은 12시20분. 주변의 나무를 베어넘긴 구랄산 정상에서 점심을 들었다.
오르는 데 고작 3시간 걸렸으니 하산이야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며, 점심을 먹고 나서 낮잠까지 즐긴 다음 면산 정상 구경길에 나섰다. 구랄산에서 일단 안부로 뚝 떨어졌다가 면산 정상으로 오르기까지는 그래도 15분 남짓 걸린다.
낙동정맥 종주팀들의 표지리번이 여러 개 매달린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10m 나서야 면산 정상이다(왼쪽은 낙동정맥의 석개재 방면). 별다른 볼거리나 조망이 없어서 곧 발길을 되돌렸다.
다시 구랄산 정상으로 돌아와 하산길에 접어든 시각은 어느덧 오후 2시30분. 이제부터 2시간 남짓 뒤인 5시경이면 하산이 끝나지 않겠느냐면서 뻥 둟린 낙동정맥 길을 걸었다. 구랄산에서 긴 내리막을 걸어 내려간 다음 작은 봉을 하나 넘자 오른쪽 구랄골로 난 길목이 보인다(좌표 북위 37도06분30초, 동경 129도05분31초). 왼쪽(태백쪽)으로도 길이 뚜렷하다. 일단 이 길목을 확인해둔 다음 봉우리 하나를 더 넘어가 보았다.
지형도에 양쪽으로 길 표시된 그 안부에는 그러나 길이 없었다. 조금 아래 쪽으로 내려가 보았더니 금방 엄청난 급경사로 변한다. 섬득한 느낌이 들 정도로 급경사였고 잡목과 덩쿨 투성이였다. 다시 능선으로 되돌아 올라온 뒤, 토산령쪽 길이라고 하여 별달리 좋을 리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발길을 되돌려 아까의 그 안부까지 돌아갔다.
그나마 가장 확실한 하산로는 이 길 뿐이었지만 뭔가 켕긴다. 등고선 조밀도가 아까 겁을 먹었던 협곡의 그것에 진배없었기 때문이다. 오후 4시10분, 계곡 하산을 시작했다. 길은 예상대로 곧 희미해졌고 경사도 이내 가팔라졌다. 그러나 이 시각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희미한 족적을 따라 그대로 곧장 내려갔다.
비록 흙비탈이지만 워낙 경사가 급해, 돌덩이 하나가 구르면 점차 가속도가 붙으며 굴렀다. 때문에 우리는 서로간 거리를 좁혀 내려가다가, 어떤 곳은 그것고 위험해보여서 한 명씩 차례로 움직였다. 그렇게 가파른 사면에는 나무가 붙어 자라기도 어려운지, 잡을 것도 마땅치 않았다.
워낙 골이 가팔랐던 덕일까. 톱날을 피해 살아 남은 거대한 엄나무며 전나무 등이 여러 그루 산비탈에 서 있다. 어떤 것은 밑에 서서 고개를 한것 젖혀도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키도 컸다. 그러나 하산길이 워낙 위태로웠던 탓에 차분히 그들 수목의 멋을 살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조마조마 가슴을 졸이며 내려갔던 또 다른 이유는 혹 절벽이나 폭포가 나타나면 어쩌나 해서였다. 결국 걱정이 현실로 나타났다. 저 아래 주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심상찮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수직 절벽을 이룬 폭포를 만났다. 폭포 위의 물줄기를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가로지르기를 했다. 마침 희미하게나마 사람이 다닌 흔적이 보여 다소 안심이었다.
하지만 흙으로 이루어진 산비탈이 이렇게까지 가파를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앞서 이 길을 다닌 이는 신발 바닥에 흡판이라도 단 것인가! 조금 오래도록 서 있으면 발이 서서히 미끄러져 내리는 길 같지도 않은 길을 더듬어 침묵 속의 전진을 계속했다.
족적은 양쪽으로 지류가 흐르는 산비탈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작은 절벽지대 옆을 돌아 계곡 가로 이어졌다. 두 지류가 합해지는 지점 바로 옆의 바위 둔덕이 평평하게 다듬어져 있고 곱게 접어둔 비닐도 보인다. 옳거니! 약초꾼의 모덤터다. 이제 그들의 족적만 잃지 않으면 무난히 히산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을 턱 놓고 간식도 넉넉히 든 다음 길을 이었다. 하지만 가파르기는 여전했다. 왼쪽 저 아래는 검은 암반 협곡 이었고 그 암반을 따라 수직폭, 와폭 등이 연이어진다. 경사가 괜찮은 편이었지만 두려움 때문에 그 경치가 제대로 눈에 들지 않았다.
가파른 비탈엔 나무도 별로 없어, 그저 균형감각만으로 아슬아슬, 가마득한 흙벼랑을 가로질러야 할 곳이 연이어 졌다. 로프가 있다 해도 그런 데가 너무 많아서 종내는 일일이 로프 설치하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30여 분 그렇게 절절매며 가로지르기를 하자 어느 순간 발길이 편해졌다. 주계곡 가를 따라 낸 옛 산판길을 만난 것이다. 물줄기를 이리저리 건너며 뛰다시피 하산을 서둘러 오후 6시10분경 이윽고 굴 입구에 도착했다. 검은 동굴 속으로는 우리와 함께 흘러내리던 물줄기가 세차게 빨려들고 있었다. 이 물이 능선 저쪽의 굴로 빠져나가 연화폭포를 이루는 것이다.
굴 바로 아래엔 철근 콘크리트로 보를 만들어 두었다. 보 아래쪽으로는 물론 물이 흐르지 않았지만 조금 내려가자 양쪽의 지류에서 흘러내린 물이 가늘게나마 흐름을 보였다. 하산길 도중의 콘크리트 표석을 보니 '연도:1981.11 공번:제2연화 81-6 심도:200M 대한광업진흥공사' 라고 새겨져 있다.
오후 6시30분, 무사히 출발지점의 공터로 내려섰다. 두 번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살벌한 구랄골을 돌아보니 잿빛 구름에 꽉 잠겨 있다.
97년 가곡면에서 낸 책자인 <가곡의 얼>에 보면 면산을 '풍곡리 선골(仙谷)과 태백시 동점동과의 경계지점에 위치한 해발 1,245m의 고지로, 가곡에서는 제일 높은 산' 이라고 기록했다. 또한 '면산에서 늦은목이 쪽으로 면산과 나란히 선 산은 구랄산인데, 이 산은 구렁이가 알을 품는다는 구랄골 막장에 있는 산이며, 20년 전 이 산에서 반달곰을 잡은 적도 있다' 고 적었다.
국립지리원의 지형도를 보면 동저동의 동 자는 그리 동(銅) 자이니, <가곡의 얼>에서는 이를 오기한 것 같다. 아무튼 취재를 다녀온 후에야 어렵사리 통화한, <가곡의 얼> 집필에도 참여했었다는 가곡면사무소 직원 김동선씨는 이렇게 말했다.
"저기 태백시 철암동에서 열차가 백빽 우는 소리가 넘어온 고개가 토산령 아래 느진목인데, 여기로 예전엔 소도 넘어다녔답니다. 지금이야 잘 다니지 않아 잡풀이 우거졌겠지만, 그래도 가을에는 철암쪽에서 송이 하러 올라온 사람들 고함소리가 들린다는 가곡 주민들 말이니 사람이 다닐 만은 하겠지요. 뭐, 느진목이가 어디냐구요? 태백 철암동에서 곧장 동족으로 뻗은 골짜기 있지요? 그게 버리골인데, 그 골에서 가곡면 막장사택으로 넘어가는 고개가 느진목이랍니다."
이렇고 보면 이 기사의 모두에 "면산은 절대 가지 마시라"고 한 말은 번복해야 할 것 같다. 느진목으로 하산하면, 가곡자연휴양림에서 하루 머물며 한 바퀴 돌아 내려오는 당일 코스로 그런대로 괜찮을 것도 같다. 아무튼 독자분중 누군가 느진목이로 하여 막장사택으로 하산하는 길을 답사하시게 되면 투고를 부탁드린다.
*산행 길잡이
구랄골 하산은 극히 위험, 느진목 하산이 좋을 듯..
면산 산행은 이번 르포 취재 산행 때 답사한 구랄골 코스는 극구 피하길 권한다. 그 대신 토산령 아래의 느진목으로 하산하도록 한다. 구랄골 보다 한결 길이 순할 것이다.
느진목으로 하여 막장사택으로 하산한다고 해도 산행은 해가 짧은 계절이라도 하루로 넉넉하다. 단, 하산지점을 잘못 잡고 엉뚱한 협곡으로 떨어지게 될 경우를 감안, 반드시 여분의 먹거리를 챙겨간다. 또한 30m 길이의 보조자일도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길을 잘못 들었을 때를 감안해 초시자는 동행하지 않도록 한다.
면산은 낙엽이 지고 난 뒤 사방의 조망이 어느 정도 틔였을 대 가면 그런대로 괜찮을 산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아 면산의 동쪽은 경사가 급하므로 겨울산행 또한 피하는 것이 좋을 듯.
*교통
수도권에서는 일단 영월을 경유, 태백시를 통과해야 한다. 영월에서 태백시에 이르는 코스는 두 가닥이 있다. 영월에서 석항~고한~사북을 지나 싸리재(해발 1,268m)를 넘어 태백에 이르는 코스와 영월에서 고씨동굴~하동~중동~상동을 경유하여 화방재를 넘는 코스가 있다. 양쪽 코스 모두 영월에서부터 75km 안팎으로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태백에서 삼척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르다가 통리 검문소에서 우회전해 호산으로 이어지는 427번 지방도를 타고 신리고개를 넘는다. 신리고개를 내려서서 신리 삼거리를 지나 풍곡리 삼거리에 이르면 지방도를 버리고 직진해 풍곡분교 옆을 지나 계속 지입하면 덕풍계곡 입구의 주차장이 보인다. 계속해 진입하면 가곡휴양림 입구에 이르게 된다. 태백시에서 34km로 40분이 소요된다.
동해 북부에서는 삼척시에 이른 다음, 동해안 7번 국도를 타고 원덕읍 호산리를 지나자마자 416번 지방도로 우회전해 풍곡리로 들어서면 된다. 삼척에서 휴양림까지는 76km, 동해 남부에서는 울진~부구~호산을 경유하여 풍곡리로 들어간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태백버스터미널(033-552-3100)에서 1일 6회(07:00, 10:00, 13:10, 14:50, 16:30, 19:00) 운행하는 호산행 버스 이용, 풍곡에서 하차. 귀향길에는 풍곡버스정류소(033-572-7136)에서 1일 5회(07:35~19:45) 운행하는 태백행 버스 이용. 요금 2,300원. 50분 소요.
구간 : 가곡휴양림~면산~동점동
정맥 마루에는 그런대로 길이 뚫려 있으나 그 외 길은 인적이 드문 탓에 숲이 짙어 산행 내내 하늘을 볼 수 없을 정도다.
면산 동쪽 가곡면 풍곡리에 있는 가곡자연휴양림을 들머리로 한다. 휴양림 매표소를 출발해 500m쯤 가면 주차장이 있고, 300m를 더 나가면 광산 사택 자리에 야영장이 있다.
여기서 300m쯤 가면 계곡 건너 오른쪽으로 산막촌이 보이고 길 왼쪽으로는 주차장과 테니스장이 보인다. 푹신한 너른 길을 따라 300m쯤가면 광산시설물을 개조한 관리사무소와 단체숙소가 있다.
매표소에서 25분쯤 가면 휴양림의 모든 시설물이 끝난다. 이후부터는 계곡의 멋진 풍광을 보며 적막강산 15분에 베월곡 합수지점이다. 물 건너 바위 벽에 '의심나면 다시보고 수상하면 신고하자' 라는 페인트 글씨가 희미하다.
서서히 합수점에서 옛 광산도로를 따라 5분쯤 가면 경적을 울리라는 녹색 교통표지판이 있다.
왼쪽 계류에는 와폭이 계속 이어지다가 광산초소가 덩그러니 있는 너른 터다.
배월곡 합수점에서 10분쯤 걸린다. 여기까지 승용차 통행이 가능하다.
폭포를 지나면 낡은 출렁다리가 계곡을 가로지르며 허공에 걸려 있다. 여기서 계곡 왼쪽을 올라서면
수로가 나타난다. 수로 안으로 걸어가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얼마 뒤 아연을 채광하던 면산광구 앞이다.
폭포에서 20분 걸린다.
넓은 공터에서 광구 오른쪽으로 난 넓은 길을 따른다. 폐석을 정리해 놓은 너덜 아래로 25분쯤 지나면 광산 폐석지대를 완전히 벗어나고 계류를 만난다. 이후부터는 물골만 따른다. 바위를 덮은 이끼가 파란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하다. 오른쪽 급사면을 오른다. 코가 땅에 닿을 듯한 된비알을 나무와 풀뿌리를 잡고 50분쯤 오르면 능선 마루다.
등산로는 남쪽으로 이어진다. 길은 고속도로를 만난 듯, 발걸음이 가볍다. 얼마쯤 가면 취밭목이라 불리는 너른 숲지대다. 나무가 하늘을 가려 컴컴한 취밭목에는 땅을 파헤친 흔적과 동물의 배설물 투성이다.
취밭목 남쪽의 두리뭉실한 두리봉 사면을 올라서면 갑자기 산죽밭이다. 등산로 서쪽으로 약간 치운친 산죽밭 속에 면산 정상 표지석이 숨어 있다. 주릉 갈림길에서 45분 걸린다.사방은 숲이 짙어
남쪽 조망만 약간 트여 있을 뿐이다.
하산은 서쪽의 동점동으로 한다. 취밭목으로 되짚어 내려가 덕골이나 가르마골로 하산할 수도 있으나
취밭목이 광활하여 입구 찾기가 수월치 않다. 서남쪽에 있는 삼방산(1,175.4m)을 따르다 1,180봉 안부에서 북쪽 박달골로 하산하는 게 좋다.
정상에서 낙동정맥을 버리고 서남릉의 산죽숲을 헤치고 내려선다. 산죽 숲이 끝나고 참나무 자작나무 사이로 20분쯤 가면 잘루목이다. 앞에 보이는 밋밋한 봉우리를 힘들이지 않고 올라서면 마당뜨리(마당뜰)라 부르는 넓은 지형인데 길을 잃기 쉬운 곳이다.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40분 가면 1,180봉 전 안부다.
이곳에서 능선을 버리고 박달골로 내려선다. 급경사길을 30분쯤 가면 계류를 만난다.
이어 경사가 완만해지고 15분쯤에 길은 계류를 따르지 않고 왼쪽 사면으로 돌아 내려선다.
그 계곡으로 그대로 내려가도 된다.
안부에서 1시간 내려서면 가르마골 독골 박달골이 만나는 합수점에 농가 두 채가 있다.
콧노래가 절로 나는 길로 20분쯤 가다 철다리를 건너면 농가가 보인다. 길은 점점 좋아진다.
다시 철다리를 건너면 포장길이다.포장길을 따라20분 걸음품을 팔면 동점초등학교 앞 동화상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