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의 개념도 시대에 따라 변천을 거듭해 왔다. 시민혁명으로 세워진 근대에는 차별없이 같은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기회의 평등, 형식적 평등이 강조되었다면 세계 1, 2차 대전 이후의 현대에서는 기회 제공 뿐만이 아니라 결과에서도 평등이 나타나야 한다는 결과의 평등, 실질적 평등이 평등개념을 대체했다.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도 이러한 실질적 평등을 이루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미국 법원의 판례와 의회의 입법화를 통해 발전한 이 적극적 우대조치 개념은 취업, 대학 입학, 정부 발주공사의 입찰 등에 있어서 특히 정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흑인,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에 대해 할당제(quota system) 등을 통해 우선적 처우나 적극적 특혜조치를 부여함으로써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적극적 우대조치의 개념은 태생적으로 백인, 남성, 비장애인에게는 역차별(Reverse Discrimination)을 발생시킨다. 미국에서도 적극적 우대조치가 자리를 잡아가자 역차별의 문제가 발생하였고 이 역차별 문제에 대해 1978년에 Regents of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v. Bakke(438 US 265)판결이라는 유명한 판결이 내려졌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Davis 분교에는 대학원 과정의 의과대학이 있었고 이 의과대학은 신입생 중 16%를 소수인종 중에서만 선발하는 인종 할당제(quota system)를 두고 있었다. 즉, 100개의 신입생 자리 중 16개를 두고서는 소수인종학생들만 경쟁을 했던 것이다. 의대 입학생 선발의 기준은 학부성적, 의대 입학적성테스트 점수, 추천서 등이었다. 장래 내과의사를 꿈꾸던 백인남성 Bakke는 자기보다 학부성적과 의대 입학적성테스트 점수가 낮은 소수인종 지원자들이 이 의대에 합격한 반면, 자기는 인종할당제 때문에 1973년과 1974년 두 차례에 걸쳐 불합격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그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등 연방자금의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에서 인종적·민족적 선호로 차별을 행하는 것을 금하는 1964년의 민권법 제6조와, 연방헌법 및 캘리포니아주 주헌법상의 평등조항 위배를 이유로 이러한 할당제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캘리포니아 주대법원은 “인종에 근거해 자격이 못한 지원자를 자격이 더 좋은 지원자보다 더 선호하여 자격이 더 좋은 지원자를 불합격 처리하는 것은 연방 수정헌법 제14조의 평등조항이 금하는 바”라고 판시했다. 그러한 소수인종 우대 입학정책이 시행되지 않았더라도 Bakke가 그 의대에 합격할 수는 없었다는 것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측이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주대법원에서는 일단 Bakke가 승리를 거두었던 것이다.
연방대법원에서는 대법관들의 입장이 5대 4로 첨예하게 갈렸다. Powell대법관에 의해 집필된 다수의견은, 수정헌법 제14조의 평등조항은 적극적 우대조치에 의한 소수인종에 대한 특혜라는 ‘자애로운 차별’(benign discrimination)까지도 금하는 것으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인종만에 근거한 일정 비율의 학생선발은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그 주된 논거는 다음과 같았다.
헌법상의 평등조항은 인종에 상관없이 차별을 금지한다. 이 조항은 소수인종도 보호하지만 다수인종인 백인도 보호하는 것이다. 백인의 희생하에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자애로운 차별’은 인종이 유일한 기준이거나 그러한 차별의 유일한 정당화 근거라면 문면상(文面上) 위헌이고 무효이다. 인종이 차별의 근거인 경우 사법부에 의한 합헌성판단에 있어 엄격심사가 요구된다. 엄격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위헌의 의심이 가는 차별(suspect classification)’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주의 목적이 실질적이고 합헌적인 것이어야 하며 둘째, 그 차별이 목적달성과 주(州)의 이익들의 보호에 필요한 것이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의 차별은 소수인종 지원자들에게는 그들의 인종 때문에 선발예정수인 100석 모두를 놓고 경쟁할 기회를 주는 대신, 백인 지원자들에게는 100석 모두를 놓고 경쟁할 권리를 부정하기 때문에 그 차별은 본래적으로 ‘위헌의 의심이 가는’ 차별이다. 이 인종할당제에 대한 주의 여러 정당화 근거들, 즉, 일반적인 사회적 차별을 교정하려는 구제적(remedial) 노력, 의료혜택을 상대적으로 적게 보는 인종집단에 대한 원조 등은 인종만에 근거한 학생선발을 정당화하기에 충분치 못하다. 적절한 인종적 균형을 이루기 위한 인종 할당제의 사용은 문면상 무효이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은 과거에 인종차별을 한 적이 없으며 따라서 과거의 인종차별에 따른 구제를 위한 본 법원의 다른 사건 판시사항들을 이 사건에 적용할 수도 없다. 적극적 우대조치로 상대적 역차별을 당하는 Bakke와 같은 백인남성 등 무고한 제3자가 과거의 일반적인 사회적 차별에 대한 보상 때문에 불이익을 보아서는 안 된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이 특별 입학정책도, 그에 따른 어떤 요구사항들도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 영역에의 의료지원 제공과 관련이 없다. 그러므로, 이 입학정책은 이런 근거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학생구성의 인종적·민족적 다양성은 적절한 목표이지만 그것만으로 이 입학정책을 정당화 하기는 불충분하며, 그것이 대학의 목표라면 ‘덜 기본권 제한적인 다른 방법’(other less intrusive methods)도 있다. 특별입학사정에 유일한 기준으로서의 ‘인종’은 그러한 다양성을 달성하는 데 부적절한 근거다. 입학여부가 명백한 인종차별에 근거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수정헌법 제14조의 평등조항에 위배된다.
Bakke판결은 일정비율 신입생을 인종만에 근거해 선발하는 것을 위헌무효화했다. 따라서, 이 판결에 의하더라도 만약 대학이 인종은 여러 특별입학사정의 고려요소들 중의 하나일 뿐이라거나, 입학은 여러 요소들을 고려하여 그 구체적 사정에 따라(on a case-by-case) 결정된다는 식으로 입학정책을 적절하게 다시 수립한다면 그러한 인종별 할당은 합헌일 수 있다. 따라서, Bakke판결은 소수인종 우대정책인 적극적 우대조치에 아주 제한적인 효과만을 미쳤을 뿐이었고, 모든 적극적 우대조치 자체를 위헌판결한 것은 아니었음에 주목을 요한다.
이러한 적극적 우대조치도 경제적 침체기가 지속되면 큰 위협을 받는다. 경제침체기에, 취업을 못하는 백인남성들이 자기보다 모든 면에서 못한 흑인여성이 적극적 우대조치 덕으로 취업을 하는 것을 보면서 역차별을 심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오랜 불황이 계속되자 캘리포니아주가 주민발의법안으로 주(州)의 적극적 우대조치정책들을 폐지한 것을 시작으로 이것의 폐지가 미국전역으로 확산돼 가는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여성공무원 채용할당제나 장애인 고용할당제 등 여러 정책들을 통해 적극적 우대조치가 도입되었고 확대돼가는 추세에 있다. 아직 역차별의 문제도 그리 크게 제기되고 있지는 않다. 약자 보호를 그 정신으로 삼는 적극적 우대조치가 이 땅에 튼튼한 뿌리를 내려 우리 사회의 실질적 평등 실현에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