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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산.들.계 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민사랑
<註 : 본 글은 지리산 지킴이 김수훈님의 글을 발췌하였으며 지리산에 대한 전반적이고 세세한 부분까지 총망라한 충실한
내용이 돋보입니다. 지면을 빌어 감사드립니다.>
▣ 지리산과 다른 산의 차이
지리산은 산의 크기에서 남한에서 첫째입니다. 따라서 다른 산- 특히, 근교의 산에 오를 때와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1) 산행시간 - 지리산은 당일코스의 경우 8~10시간, 일반적으로는 1박 2일 내지 2박 3일에 걸쳐 12시간 이상을 연속으로 걸어야 합니다. 따라서 지리산은 얼마나 "빨리 걷느냐" 보다는 얼마나 "오랫동안 걸을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속도로 꾸준히 걸어야지, 과속을 한다거나 내리막에서 뛰어내리다가는 무릎 관절을 상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지리산에 한 번 갔다 온 뒤로, 무릎이 망가져서 평생토록 등산을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면에 지리산은 위험한 곳에는 안전시설이 충분히 잘 되어 있어서 어린아이에서 노인까지 오직 "지구력"과 충분한 시간만 있으면 누구나 오를 수 있습니다.
2) 숙박 - 당일코스가 아니라면 산속에서 하루 이상을 자야 합니다. 과거에는 텐트를 치고 야영을 많이 했습니다만, 지금은 지정된 야영장(대부분 산 밑자락에 있음)을 제외하고는 야영이 금지되어 있고 산장(대피소)을 이용하거나 노숙(비박)을 해야 합니다.(공식적으로는 비박도 금지사항입니다)
3) 취사 - 지리산은 설악산, 덕유산과 더불어 국내에서 산 중에서 취사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따라서 지리산을 오를 때에는 당일코스가 아니라면 밥을 해 먹을 장비- 즉, 코펠과 버너 등이 필요하게 됩니다.
4) 배낭 무게 - 산행시간이 길고 취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취사장비와 먹거리를 비롯해서 여벌의 옷가지와 기타 여러 가지 장비와 준비물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배낭의 크기는 40~60리터 급에, 전체 무게는 8~15kg 이상이 됩니다. 이는 근교산행 때의 작고 가벼운 배낭에 비해서 걸을 때의 부담이 갑절 이상이 됩니다.
▣ 산장
1) 지리산의 산장(대피소)은 운영방식에 따라 두 가지가 있는데;
● 노고단, 벽소령, 세석, 장터목, 로터리 - 이상 5군데는 관리공단 직원들이 직접 관리하고 있는데, 시설이 비교적 깨끗하고 난방도 잘 되는 편입니다.(1인당 7천원)
● 피아골, 연하천, 치밭목 - 이상 3군데(뱀사골산장은 2007년 3월에 폐쇄)는 관리공단이 개인에게 운영권을 위탁하여 관리토록 하고 있는데, 시설이 비교적 낡았고 난방도 취약합니다.(1인당 5천원)
2) 산장의 취사장 또는 마당에서 취사하는 것은 아무런 제한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3) 산장을 이용(숙박)하는 것은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합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http://www.npa.or.kr/) 또는 지리산관리공단(http://www.knps.or.kr/chiri/)에서 먼저 회원등록을 하고 <대피소 예약>을 찾아 들어가면 15일 전 10시부터 예약을 할 수 있습니다. 즉, 토요일 밤을 자려면 2주 전의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선착순으로 예약을 할 수 있습니다. 장터목, 세석, 벽소령의 경우 성수기(방학 때)와 주말에는 1분도 안 되어 예약이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둘러야 합니다.
단, 피아골산장은 전화로 예약을 받고(061-783-1928), 치밭목산장은 무조건 선착순입니다.
4) 예약을 할 때는 3명 한 팀으로 하여 실명을 기재하여야 하는데, 나중에 산장에서 자리 배정을 받을 때는 3명 전원의 신분증을 제시하여 예약된 사람과 일치함을 밝혀야 합니다.
5) 예약이 종료되고 난 뒤, "대기자"로 접수를 했다면 당일 전까지 예약 취소를 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에 순서대로 "자리 배정"을 연락해 주는데, 만일 하루 전까지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 "대기자 접수 순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집니다. 즉, 대기순위 1번이라고 해도 현장에서 갔을 때 빈자리가 있다고 먼저 자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6) 현장에서 예약 취소 통보없이 오지 않은 사람의 빈자리는 그날의 날씨와 산장의 상황에 따라 노약자 순으로 배정하거나, 대기자 전체가 똑같이 "콩나물 시루"가 되어 쪼그리고 동고동락을 하든가 합니다.
7) 침구는 담요(군대 담요 비슷)를 한 장 1천원씩에 빌릴 수 있습니다.
8) 산장의 침실은 대체로 남녀가 구분된 방에 군대 내무반 같은 나무 침상이 2층 구조로 되어있고 개인당 주어지는 공간은 겨우 어깨 넓이 정도로 매우 좁을 뿐만 아니라, 코 고는 사람에다가 새벽같이 출발 준비하는 사람들 때문에 여유롭게 자는 것은 기대하면 안됩니다.
▣ 식사
1) 지리산에 일단 들어서면 식사를 사 먹을 곳이 없고 매 끼니를 도시락으로 준비해 갈 수도 없기 때문에 당일산행이 아니라면 취사를 필수로 해야 합니다. 산장에는 매점이 딸려 있어서 통조림류와 과자, 햇반, 봉지라면 등을 팔지만 커피 이외에는 끓이는 것을 자신이 해결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성수기에는 없는 품목이 많기 때문에(물건이 떨어졌다고 금방 배달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먹거리 재료들은 모두 짊어지고 올라가는 게 현명합니다.
2) 산에서는 자연환경 보호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 쌀은 씻지 말고 그대로 밥을 해도 위생적으로나 건강상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 설거지는 키친타월 또는 휴지를 뜨거운 물에 적셔서 깨끗이 닦아낸 뒤, 휴지는 쓰레기 봉지에 넣어서 도로 가져갑니다.
● 잔반이 생기지 않도록 처음부터 양을 약간 적다 싶게 준비해서 국물까지 깨끗이 비우도록 합니다.
3) 저녁을 준비할 때 다음날의 아침식사 분량을 같이 준비하거나 또는 먹고 난 뒤에 미리 준비해 두면 다음날 아침에 출발 준비가 훨씬 여유롭습니다. 이때 남은 음식들은 취사장 한쪽 구석에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장소에 두고 가면 됩니다.
4) 햇반은 삼층밥의 염려가 없고 설거지도 편해서 좋지만 조리시간은 쌀과 비슷하고(끓는 물에서 15분 이상) 부피와 무게가 많이 나갑니다. 반찬류로는 즉석국, 즉석 카레등 레토르트 식품이나, 양념참치, 스팸등의 통조림, 젓갈, 장아찌등도 반찬으로 애용됩니다.
5) 지리산은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고지대이기 때문에 100도 이하에서 물이 끓기 때문에 쌀로 밥을 짓든 햇반을 데우든 간에, 코펠 뚜껑 위를 돌로 눌러 압력을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 복장
복장은 쾌적한 산행은 물론, 비상사태에서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입니다.
1) 계절에 따른 바지와 셔츠를 입되, 여름이라도 가능하면 긴소매 셔츠에 긴바지를 권합니다. 반소매 반바지는 나뭇가지, 가시에 찔리거나 햇볕에 타서 고생할 수 있습니다.
바지는 신축성이 좋은(스판) 원단으로 된 것이 좋고, 셔츠는 물기가 빨리 마르는 소재(쿨맥스 등)로 된 것이 좋습니다.
2) 계절에 비해 한 단계 두터운 옷을 아래·위로 한 벌씩 따로 챙겨야 합니다.(지리산에서는 밤과 낮의 기온차가 굉장히 심합니다)
그러나 겨울이라고 해서 털가죽이나 오리털 자켓등을 입고 산행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땀이 나서 감기에 걸립니다. 쉴 때 입는 것은 괜찮습니다)
3)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은 양말을 두 겹으로 신으면(속에 보통 양말을 신고 위에 두터운 양말) 발이 아프거나 물집이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4) 모자는 햇볕을 가려줄 뿐만 아니라 바위나 나무에 부딪쳤을 때 머리를 보호해줍니다.
5) 갑작스런 추위, 바람, 가벼운 비 등을 막아줄 자켓(방풍파카)도 필수품입니다.
6) 등산화 대신에 운동화를 신고 가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지리산의 등산로는 흙길, 암릉, 너덜바위, 계곡 등이 뒤섞여 있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가기 때문에 운동화로는 견디기 어렵습니다. 등산화를 새로 샀을 때에는 집에서 몇 번 신어보고 길을 들인 다음에 신고 가는 게 좋습니다.
▣ 필수 장비
1) 배낭(40리터 이상) - 끈이 튼튼한지 점검하고 길이를 조절합니다. 배낭의 밑부분이 허리(벨트라인) 보다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합니다.
2) 버너(2∼3인당 1개)는 가스버너가 초보자에게 다루기 쉽습니다.
3) 버너 연료 - 가스 버너라면 3인×2끼니 당 1개가 필요합니다.
4) 코펠 - 밥공기가 따로 있고 뚜껑을 프라이팬으로 쓸 수 있는 게 좋습니다.
5) 물병 - 보통 음료수병(PET병)으로 대신해도 무방하지만, 일부러 산다면 주둥이가 넓고 폴리카보네이트 재질로 된 것이 좋습니다. 여름에는 집에서 미리 며칠동안 얼려서 수건으로 싸서 가져가면 좋습니다.
6) 지리산 지도 -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만든 것이 싸고 제일 좋습니다.(매표소나 산장에서 판매)
7) 헤드랜턴 또는 후렛쉬 - 1인당 한 개씩 갖추고 예비전지를 따로 준비합니다.
8) 기타 - 칼, 우비, 수저, 수건, 비닐봉투 여럿.
▣ 있으면 편리한 준비물들
버너 바람막이, 자바라 물통, 침낭, 매트리스, 바람 베개, 등산용 지팡이, 썬글라스, 볼펜, 쌍안경, 카메라, 등산용 컵, 무릎보호대, 아스피린, 소화제, 일회용 반창고, 맨소래덤 로션.
▣ 산행 들머리와 접근 방법
지리산은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에 걸쳐 있어서 등산로에 따라서 접근로가 크게 차이납니다.
1) 성삼재(노고단) - 구례읍에서 성삼재행 버스 또는 택시 합승
버스 종점(성삼재)에서 50분 정도 걸으면 지리 주능선의 시작인 노고단에 오를 수 있어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고, 일반적인 "종주 코스"의 출발점입니다.
2) 화엄사 - 구례읍에서 성삼재행 또는 화엄사행 버스
성삼재에 찻길이 뚫리기 전에 종주 코스의 시작점. 노고단까지 4시간을 올라야 합니다.
3) 피아골 - 구례읍에서 피아골행 버스
단풍으로 유명한 피아골계곡을 거쳐 주능선의 임걸령까지 4시간이 채 안 걸리고 중간에 피아골산장이 있습니다.
4) 쌍계사, 대성골, 의신 - 구례읍에서 쌍계사행 버스 또는 하동행 직행버스(화개 하차)
쌍계사에서 시작하여 삼신봉과 남부능선을 거쳐 세석산장까지 12시간 정도가 걸리는 코스 외에도 대성골을 통해 세석산장(5시간)에 이르거나, 삼정마을을 거쳐 벽소령(3시간)에 이르는 코스를 택할 수 있습니다.
5) 청학동 - 하동 또는 진주에서 버스
삼신봉(1시간 30분)에 올라, 남부능선을 거쳐 세석산장까지(6시간) 갈 수 있습니다.
6) 거림 - 진주에서 버스
거림골을 통해 세석산장까지(3시간 30분) 비교적 평이한 코스
7) 중산리 - 진주에서 버스
중산리에서 칼바위-유암폭포를 거쳐 장터목산장(4시간)에 오르거나, 칼바위-로터리산장을 거쳐 천왕봉(4시간)으로 직접 오를 수 있습니다. 산 밑에서 천왕봉으로 가장 빠르게 가는 코스
8) 대원사(유평리/새재) - 진주에서 버스
치밭목산장을 거쳐 천왕봉(7시간 20분)에 이르는 한적한 코스.
9) 백무동 - 동서울 터미널에서 직행버스 또는 함양에서 버스 또는 남원에서 인월까지 간 다음 환승
하동바위를 거쳐 장터목산장(3시간 45분)에 오르거나 한신계곡을 통해 세석산장(4시간)으로 가는 코스
10) 음정 - 함양에서 버스 또는 남원에서 인월까지 간 다음 환승
<벽소령작전도로>를 통해 벽소령산장(3시간) 또는 연하천산장(3시간 40분)에 오르는 코스. 벽소령으로 가는 길은 거의 대부분 구간이 차량통행이 가능할 정도의 임도여서 가장 편하게 주능선에 오를 수 있는 코스입니다.
11) 뱀사골 - 남원에서 버스 또는 함양에서 인월까지 간 다음 환승
뱀사골계곡을 통해 주능선인 화개재(3시간 30분)에 오르는 코스
▣ 산행계획 수립 순서
● 대략 한 달 이전에;
1) 지리산에 관한 사이트나 책자 등을 보고 가고자 하는 코스를 정한다.
2) 일행들의 체력을 고려하여 일정을 정한다.
3) 이용해야할 산장이 결정된다.
4) 산장 예약을 담당할 사람을 지정한다.
5) 기차편을 이용할 경우, 기차표를 예약한다.
● 15일 전에;
5) 산장을 예약한다.
6) 끼니별 메뉴를 정하고 그에 따른 먹거리와 공동 준비물을 할당하고 점검한다.(배낭 무게의 형평성 고려)
7) 사용해 보지 않은 장비는 미리 테스트하여 조작방법을 익히고 고장 여부를 점검한다.
● 1주일 전부터 출발 전일까지;
7) 날씨를 계속 체크한다.
8) 구체적인 시간계획을 수립하여 경험자에게 조언을 받는다.
9) 내려가는 버스편을 예약한다.
10) 돌아올 차편의 예약방법을 알아둔다.
● 출발 하루 전;
11) 준비물을 점검하고 냉동, 또는 냉장한다.
12) 배낭을 미리 한 번 꾸려 보고 무게를 달아 자신의 체력으로 감당할 수 있겠는지 판단한다.
● 출발 당일;
13) 역 또는 터미널에 1시간 이전에 모여 준비물을 점검하고 빠진 것을 보충한다.
14) 배낭 무게를 점검하여 각자의 체력에 맞게 재분배한다.
15) 밤차인 경우, 약간의 술을 마시고 빨리 잠드는 게 좋습니다.
16) 기차를 타는 경우, 목적지를 지나가지 않도록 도착 예정시각 5분 전으로 알람을 맞춰 둔다
▣ 초보들을 위한 대표적인 산행계획
초보자들에게 무리가 없는 일정으로 대표적인 코스를 예로 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지리산의 등산코스는 오르막, 내리막, 또는 능선길이 얼마나 포함되느냐, 등산로가 얼마나 정비가 되어있는지에 따라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거리는 별 의미가 없고 산행 소요시간이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 당일치기
1) 성삼재-노고단-화엄사계곡-화엄사(산행시간 5시간)
해발 1,090미터의 성삼재까지 차를 타고 올라가기 때문에 힘든 오르막 구간이 없습니다.
"노고단 탐방"을 경험할 수도 있고, 화엄사계곡을 천천히 걸어 내려와 화엄사를 구경하는, 산행 절반에 관광 절반의 성격입니다.
2) 직전마을-피아골계곡-노고단-화엄사(산행시간 8시간)
피아골 계곡을 올라 호젓한 분위기의 피아골산장에서 약차(藥茶) 한 잔도 마시고, "노고단 탐방"을 하고는 화엄사계곡으로 내려오거나 힘이 들면 성삼재에서 차를 타고 편히 내려올 수도 있습니다.
3) 성삼재-노고단-뱀사골(산행시간 7시간)
노고단에서 화개재까지 2시간 반 정도 주능선도 경험해 보고 뱀사골계곡으로 하산합니다.
● 1박 2일
4) 화엄사-노고단산장(숙박)-반야봉-뱀사골계곡-반선마을(산행시간 4시간+6시간)
지리산 등산로의 고전(古典)인 화엄사계곡을 땀 흘리며 걸어보고 "노고단 탐방"도 경험하고 반야봉도 올라보고 뱀사골산장에서 자고는 뱀사골계곡으로 내려옵니다.
5) 반선마을-뱀사골계곡-피아골산장(숙박)-직전마을(산행시간 7시간+2시간)
다같이 단풍으로 유명한 뱀사골계곡과 피아골계곡을 연결하는 단풍철 최고의 코스. 오후에 산행을 시작하려면 거꾸로 방향을 잡으면 됩니다.
6) 중산리-유암폭포길-장터목산장(숙박)-천왕봉-중산리(산행시간 4시간+5시간)
체력에 자신있는 사람이라면 당일코스로 마칠 수도 있지만, 1박 2일로 하면 초보자도 "천왕봉 일출"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출발점과 도착점이 같으면서도(원점회귀 산행이라고 함)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이 달라서 단조로움도 피할 수 있습니다.
7) 백무동-하동바위길-장터목산장(숙박)-천왕봉-중산리(산행시간 4시간+5시간)
위의 6)번과 난이도에서는 비슷하지만 서울에서 접근성이 좋고 올라가는 길에 대부분 돌이 깔려 있어서 단조로울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요소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8) 백무동-한신계곡-세석산장-장터목산장(숙박)-천왕봉-중산리(산행시간 7시간+5시간)
웅장한 한신계곡을 올라 확 트인 세석고원에 그림엽서 같이 들어앉은 세석산장을 보고 주능선의 장쾌한 전망, 천왕봉 일출 등이 고루 포함된 코스입니다.
● 2박 3일
9) 성삼재-벽소령산장(1박)-장터목산장(2박)-천왕봉-중산리 또는 백무동(산행시간 8시간+6시간+5시간)
산장 예약과 날씨, 그리고 장비- 3박자만 갖추어졌다면 경험자의 안내 없이도 초보자도 지리산 종주산행에 나설 수 있습니다. 철저한 검토와 준비는 성공 확률을 높여 줍니다.
10) 화엄사-연하천산장(1박)-장터목산장(2박)-유평리(산행시간 9시간+8시간+7시간)
체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고 경험자와 동행한다면, 지리산의 정통적인 종주코스를 맛볼 수 있습니다.
▣ 산에서 지켜야 할 사항
산- 특히 지리산에서는 동네 약수터에 오를 때와는 행동이 달라야 하겠습니다.
지리산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우는 피아골산장 함태식 선생은 산에서 꼭 지켜야 할 수칙으로 3가지를 꼽으시는데, "조용히, 깨끗이, 불조심"이 그것입니다.
● 조용히
1) "야호!"는 이제 그만-
예전에 우리는 동네 약수터나 뒷산 정도만 올라가도 목청껏 "야호!"하고 소리지르곤 했었는데, 그것이 몇십 년 지나다 보니 이젠 산에만 가면 으레 "야호"를 외치는 게 마치 무슨 호연지기를 기르는 일인 양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산에서 이렇게 고함을 지르는 것은 전 세계에서 우리 나라 뿐이라고 합니다.
산에서 "야호" 소리치는 것이 외국인에게 창피해서 뿐만이 아니라, 조용히 쉬고 싶어서 산을 찾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산새나 토끼, 고라니 같은 힘없는 동물들이 깜짝 놀라서 스트레스를 받아 짝짓기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자기 새끼들을 물어 죽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제 지리산 만이 아니라 동네 뒷산에서도 "야호"는 그만 하도록 합시다.
2) 라디오, 무전기를 꼭 써야겠다면 이어폰을 사용합시다.
위급 상황이 아닌데도 무전기로 소리쳐 가며 장시간 교신을 하거나 라디오 소리를 높여 남에게 듣기를 강요하는 것은 도시의 소음을 피해 산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엄청난 실례를 범하는 것입니다.
3) 노래는 혼자서 작은 소리로
산은 노래방이 아닙니다. 아무리 뛰어나게 잘 부르는 노래라 하더라도 듣기 싫은 사람이 있는 법입니다.
4) 단체팀의 소란- 일행을 부르는 소리, 큰소리로 웃음
국적을 불문하고 사람들은 일행이 많아질수록 시끄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다섯 명 이상이 되면 일단 이 점에 조심하도록 해야겠습니다.
● 깨끗이
1) 담배꽁초, 사탕봉지, 껌종이
지리산에서는 산장 마당에 마련된 재떨이 주변의 "흡연구역"을 제외하고는 전체가 금연지역이지만, 그것이 지켜지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고, 다만 꽁초만이라도 버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오죽하면 <꽁초바위>라는 이름이 생겨났겠습니까!(촛대봉에서 천왕봉 쪽으로 약 한 시간 거리, 전망바위)
특히나 돌 틈에 쑤셔 박아 넣는 행위는 정말 하지 말아야 합니다.(청소하는 데 엄청 힘듭니다)
2) 과일껍질
산에서 즐겨 먹는 과일이 귤입니다. 그러나 귤껍질은 우선 보기에 흉하고, 농약이 많이 묻어 있어서 짐승들이 먹으면 좋지 않고 잘 썩지도 않습니다. 사람이 먹지 않는 것은 산짐승들에게도 적합하지 않은 것들입니다.
3) 음식물
지리산에서 처치 곤란한 것이 음식물 찌꺼기입니다. 악취는 물론이고, 파리떼를 불러 모으게 되어 산장 분위기를 망치는 원인이 됩니다. 취사를 할 때는 적절한 양(평지보다 약간 적다 싶게)을 준비하여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4) 쓰레기 봉지
산장에 버리고 가는 쓰레기를 모았다가 헬기로 실어 나르기까지 모아두면 그 자체가 또 공해입니다.
각자 배낭에는 "쓰레기용 봉지"를 하나씩 꼭 준비하여 다니면서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갖고 가도록 합시다.
● 불조심
설명이 필요없는 얘기지요. 특히나 낙엽이 깔리는 가을철에는 담뱃재를 터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 나물, 약초, 야생화, 나무뿌리, 돌 채취
산에는 맛있는 나물이나 약초도 많지만 구별하기 힘든 독초들도 못지 않게 많습니다. 집에 가져간다고 한 보따리 뜯어서는 갖고 다니다가 집에 갈 때는 시들었다고 버리고 가는 걸 많이 봤습니다.
야생화는 집에 가져가면 환경이 틀려서 대부분 죽습니다. 귀한 것이라고 캐는 것은 희귀종을 멸종시키는 짓인지도 모릅니다.
나무뿌리, 돌이 멋지다고 너도나도 가져가면 산에 뭐가 남아 나겠습니까? 설혹 통행에 방해가 되는 것이라도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 아니 온 듯 다녀 가소서
그래서 산에서는 "아니 온 듯" 다녀오는 것이 제일 바람직한 일입니다. 자연 속에 나를 스며들게 하여 언제 누가 그 자리에 있었는지 다음 사람이 알 수 없게 하는 그것이 바로 참다운 산행이라 하겠습니다.
● 일방통행, 정체구간에서
지리산에서는 등산로가 좁아서 일방통행을 해야 한다거나 산행 중에 정체가 일어나는 현상은 극히 드문 일입니다. 하지만 가끔이지만 좁은 길에서 마주 오는 사람과 맞닥뜨렸을 때에는 항시 "올라가는 사람이 우선"입니다. 내리막에 있거나 많은 인원이 몰려서 가고 있을 때에는, 오르막에 있거나 한두 명이 가고 있는 팀에게 양보하도록 하고 양보를 받았을 때는 감사의 인사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 그 밖에-
● 산에서 걷기
산행 시작해서 처음 30분 정도는 속도를 정상보다 천천히 하여 몸을 워밍업시켜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리산 종주산행에서 실패한 사람들의 원인 중 대부분이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하는 바람에 몸에 무리가 오거나 체력 조절을 못한 경우입니다.
대략 15~20분 정도마다 1~2분씩 선 채로 "숨 고르기"를 하고 "앉아서 쉬는" 것은 2시간 정도 간격이 적당합니다.
내리막 길에서는 무릎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발을 부드럽게 놓으면서 오르막길과 비슷하게 천천히 가고 평지에서는 속보로 걷도록 합니다. 내리막, 특히 돌이 깔린 길에서 뛰어내리다시피 발을 딛는 것은 무릎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어 평생토록 산행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 눈, 비가 오면
눈, 비가 많이 오면 매표소나 산장에서 "입산 금지" 또는 "강제 하산"을 시키지만 심하지 않을 때는 자유롭게 산행을 할 수 있습니다.
지리산은 산이 큰 만큼 날씨도 변화무쌍하고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평소에도 우비(겨울에는 아이젠)를 꼭 지참하고 배낭 속의 물건들(특히 옷가지)은 비닐주머니에 싸서 넣으면 좋습니다.
주능선을 가다가 문제가 생겨서 더 이상 산행을 계속하기 어려울 때 중간에 하산을 하기 좋은 길(탈출로-비교적 길이 안전함)은 ① 화개재에서 뱀사골계곡을 통해 반선마을로, ② 벽소령산장에서 작전도로를 통해 음정마을로, ③ 세석산장에서 거림골로 가는 길을 들 수 있습니다.
● 탈진과 갈증에 대하여
장시간 산행을 하다보면 갑자기 기운이 빠지거나(탈진) 목이 마르는 수가 있는데, 한 번 이 수준에 이르면 정상적인 상태로의 회복이 몹시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탈진이나 갈증이 오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산행 도중, 미리 수시로 물을 조금씩 마시고, 식사 중간에도 꼭 간식을 먹어 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