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제 대상 맞나?...정비구역 혼란
구역 지정 전에 추진위원회 설립
미아11·신설1·봉천1-1 등 사업장 부칙 제5조3항 따르면 해당안돼
애매한 법 규정 속 일괄적용 논란 주민문의 쇄도에 지자체 우왕좌왕 "국토부에 명확한 법 해석 재요청"
지지부진한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만든 ‘정비구역 일몰제’가 애매한 법 조항으로 현장의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신이 사는 구역이 일몰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묻는 주민 문의가 이어지는 것은 물론 실제 제도를 적용하는 지방자치단체 실무진들도 법 해석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현장의 혼란이 커지면서 일몰제 적용에 따른 형평성 등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지자체, “일몰제 적용 대상인가요?” =
19일 서울시와 동대문구에 따르면 정비구역 일몰제의 법 해석에 관한 질의를 지난 4일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 지자체가 해석을 요청한 부분은 도시정비법 일몰제 관련 조항 가운데 부칙 제5조 제3항이다. 이 조항은 ‘2012년 1월 31일 이전에 정비계획이 수립된 정비구역에서 승인된 추진위원회에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현행법상으로는 정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후에야 추진위원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해석의 여지가 전혀 없다. 그러나 과거 정비계획구역 지정 이전에도 추진위원회를 설립할 수 있던 시절 승인 받은 사례에 적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조항에서 ‘정비계획이 수립된 정비구역에서 승인된’이라는 조건에 따르면, 정비구역도 지정되기 전에 추진위원회가 승인된 경우는 일몰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말장난처럼 여겨지는 이런 논란 때문에 운명이 갈리는 구역은 생각보다 많다. 내년 3월부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 서울 시내 38곳의 정비구역만 봐도 미아11구역과 봉천1-1구역, 신설1구역, 미아 4-1구역 등이 이런 사례에 포함된다. 이들 구역은 모두 2012년 1월 31일 이전에 정비구역이 지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위원회가 설립되고 이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들이다.
◇ 현장은 혼란, 후폭풍 불가피 =
물론 현재로서는 이들 구역 모두 일몰제 적용 대상이다. 국토부가 정비구역 지정과 추진위 승인 순서에 상관없이 일몰제를 일괄 적용한다는 해석을 서울시에 전달한 바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서 38곳의 일몰 예정 구역을 선별할 때 국토부에 관련 내용을 질의한 바 있다. 당시 국토부의 답변은 모두 일몰제 적용대상이라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구청에서 법 해석에 관한 문의가 들어왔고, 주민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어 재차 국토부에 명확한 법 해석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조문을 명확하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조항 외에도 법이 수차례 개정되고 부칙이 덧붙여지면서 조항이 충돌하거나 해석이 애매한 조항이 많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시는 사업 추진은 사실상 멈춰 있지만 법을 적용할 수단이 없어 일몰제에서 제외된 가재울 7구역과 북가좌6구역, 광진구 자양7구역, 서초구 방배7구역 등 4개 지역에 대해 국토부에 일몰제 적용 여부를 질의한 바 있다. 국토부의 판단에 따라 이들 구역의 일몰제 적용 여부가 달라지는 셈이다.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국토부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박윤선 2019-06-19
'재개발·재건축 일몰제' 추진
4년내 사업인가 신청 못하면 없던 일로
앞으로 조합설립인가일로부터 4년 안에 사업인가를 신청하지 못하면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 이른바 '재건축·재개발 일몰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도시재생 법제 개편 방향' 보고서를 발표하고 올 상반기 중 관련 법 제정안을 마련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새로운 재개발·재건축 사업 개편 내용의 골자는 사업이 지지부진한 곳은 과감하게 솎아내고, 사업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전부 뜯어고치고 새로 짓는' 기존의 방식 대신 개발과 관리를 병행하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활황 때 뉴타운이나 재건축·재개발 지역이 과도하게 지정된 것에 대한 일종의 출구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이번 대책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재개발·재건축 일몰제다. 정비구역(재개발·재건축·도시환경·주거환경) 가운데 재건축·재개발 조합설립 인가일로부터 4년 안에 사업인가 신청을 하지 못한 곳이나 구역 지정 후 2년 안에 추진위원회 설립 신청을 하지 못한 곳이 일몰제 적용 대상이다. 정비예정구역의 경우 지정일로부터 2년 안에 구역 지정을 신청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구역이 해제된다.
기존의 재개발·재건축 추진 단지 중에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은 조합원이 직접 사업을 취소할 수도 있다. 조합이나 추진위 설립에 동의한 조합원 3분의 2 이상, 또는 토지·건물 소유자의 50%가 동의하면 해산할 수 있다. 조합이나 추진위가 해산하면 정비구역도 자동 해제된다.
정부는 과거 철거·개발 위주로 이뤄졌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패러다임도 개발과 관리를 함께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보전·정비·관리를 병행하는 '주거환경관리사업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주거환경관리사업방식이란 지자체가 정비기반시설이나 공동이용시설을 새로 설치·확대하거나 토지 소유자가 주택을 스스로 개량하는 것으로, 서울시가 추진 중인 '휴먼타운'이 이런 방식을 따르고 있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전체 가구 수의 17% 이상 짓도록 한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은 지자체 특성을 고려해 8.5~20%(수도권)까지 차등 적용하고 뉴타운 사업 지구 내 상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뉴타운 계획 수립 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건설하는 임대주택 가운데 일부를 임대상가로 전환해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2011.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