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모님과 삼거리 전방 --
아마 우리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적 이야기 이다
그당시 처가에 가려면 남원에서 순창가는 간이정류소에서 두시간만에 다니는 버스를타고 40분정도 들어아야 하는
아주 시골마을이었다 .마을 입구에 내리면 그곳에는 삼거리 신작로가 있었고 조그만한 점방이 하나 있었다
그곳에는 막걸리도 팔고 먼지 듬뿍쌓인 새우깡도 몇개 본것 같은 아주 조그만 가게이었는데 모두들 그곳을삼거리 점방이라고 부르는것 같았다.
처가에 가서 하루밤을 자고 다음날 처가를 떠날때쯤 벌써 아이들 손 그리고 나와 집사람 손에 보따리 몇개씩 들려 있었는데 그날은 장모님이 마을어귀 당산나무 근처까지 따라 오시며 하시는 말씀
"애야 삼거리 점방에 맡겨둔 보따리 꼭 챙겨 가거라 "
삼거리 점방에 들렸더니 어젯밤에 수동덕(장모님 애칭)이 맡겨 두신거라고 내어 주신다
아마도 장모님이 큰처남댁 눈치가 두려웠었나 보다 (^^)큰처남댁 몰래 밤에~~
한참뒤에 버스는 정류장에 도착하고 남원에 내려서 별로 반가워 하지 않는 택시기사 아저씨
눈치보며 남원역에 닿을땐 벌써 해거름을 뒤로하고 열차로 각자짐을 들은 가족행렬이 이어 지고 있었다
집사람이 기차에올라 주섬주섬 보따리 정리하다가 점방에 맡긴 고가물품(?)등 여기 저기 확인하다가
하얀 봉투도 발견 되었는데 용돈하시라고 5만원 드렸는데 그 봉투엔 다시 10만원이 들어있었다
고가품은 매우 궁굼하겠지만 내기억으로는 참께 등등 뭐 대충 그런거 같았다
그날 집사람은 그냥 창밖만 보고 많이 울었나보다 눈이퉁퉁 부어있었다
몇정거장 갈때 까지도 .....
그당시 장모님은 그다지 넉넉하게 살지 못하는 당신의 막내딸이 참 가여웠던것 같았다
전라선 열차가 전주를 지나 대전등을 달려가고 있는데 문득 내년에는 반드시 차를 사야겠다
뭐 그런생각이 들었다 아주 강하게 말이다
그래서 울 장모님이 주시는 보따리 열개라도 아주 간단하게 트렁크에 실을수 있고
그리고 밤늦게 점방에 맡기러
가시는 불편도 없애 드려야 훌륭한 사위(?) 가 아닐까...
뭐 그런 저런 생각에 혼자 결론을 내고 이듬해 드디어 차를 구입했다
그리고 당당하게 그 차를 가지고 처가에 가기도 전에 그해 장모님은 돌아 가시고 말았다
..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그 점방은 신작로 삼거리에 그대로 있고
멀리 반대편 양지 바른 산기슦에는
장모님의 산소가 있다 ..
지금도 당신의 막내딸 생각하고 마음 애타하시는것은 것은 아닌지....
해마다 그 곳을 지나면 가슴속 깊이 묻은 그 무언가가 꿈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