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이 주는 역사적 교훈과 의미
한국정가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여전히 탈당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놀라운 것은 탈당이 민주화과정과 정당민주화에 미치는 결정적인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탈당을 부정적인 측면에서만 어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정치인들이 탈당에 대하여 당당하지 못한 자세와 기회주의적인 방법으로 정치인의 입지를 위해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거나 과거 독재정당의 문화를 청산하지 못한데서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탈당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인 문화는 우리나라의 짧은 정당의 역사 속에서 북한의 공산독재정당과 남한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독재정당에서 온 오랜 문화를 청산하지 못한데서 온 것이다. 북한의 민주화의 핵심은 조선노동당의 개혁과 민주화에 핵심은 북한주민들의 자유로운 정당선택의 보장이다. 독재자들은 그 체제를 강화유지하기 위한 온갖 수단을 강구하며 독재정당으로 통치하지만 그 정당이 무너지는 것은 오직 시기 문제일 뿐이다.
한국에 있어 독재정당의 원조는 이승만대통령의 자유당이다. 그 뒤를 이어 박정희의 공화당과 전두환의 민주정의당이다. 당시 그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들러리선 국회의원들의 직무유기는 탈당을 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일이다. 물론 당시 체제에서 현실에 안주를 외면하고 권력에 반기를 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결과에 참혹함을 생각한다면 그들이 탈당하지 못한 것이 얼마나 큰 직무유기인가를 알 수 있다. 정치인들이 탈당으로 민주화와 정당의 개혁을 실천했다면. 이승만의 망명은 없었을 것이고 4. 19의 젊은 피는 흘리지 않았을 것이다.
박정희 공화당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여망과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만이라도 졌다면 공화당은 개혁되고 민주화는 앞당겨졌을 것이며. 10. 26의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전두환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구태타로 정권을 잡은 책임을 져야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감수하고라도 전두환에 생명이 유지되는 것처럼 우리국민은 과거 범죄에 대하여 그렇게 가혹하지만은 않다. 독재정당에서 탈당하지 않은 것이 독재자의 원죄에 대한 종범이라는 누명은 오래도록 벗을 길이 없다는 역사의 교훈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탈당이 정국의 이슈화가 되면서 민주적 집권정당의 책임까지도 회피하려 하고 있다. 과거의 탈당을 하지 못한 직무유기에서 이 시점에서 탈당은 반대로 직무유기의 탈당이다. 정당의 개혁과 발전을 위한 탈당이라면 한나라당의원들의 탈당이 오히려 명분과 개혁을 위한 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인제 손학규 식 탈당은 국민이 손꼽아 기다려야하는 할 민주적명분이 충분한 탈당이 아닌가 생각한다. 집권당의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탈당보다는 현직에서 장렬히 전사하는 것이 차라리 명예로운 민주정당의 길이라고 본다.
미국 대선에서도 탈당의 회오리고 불고 있는 것 같다. 공화당의 현직뉴욕시장인 불룸버그 시장이 공화당을 탈당하여 무소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불룸버그는 젊고 유능한 CEO 출신으로 불룸버그 통신의 창업자이며 평생을 민주당원으로 있다가 공화당으로 전향하여 줄리아니 전 시장의 후임으로 당선된 진보적인 현직 뉴욕시장이다. 한국식으로는 손학규 식이고 이인제 식이다. 군사독재의 경험이 없는 미국에서는 개인의 권리와 인권 즉 후보자의 주권과 국민의 선택권을 동시에 존중한다.
지난 상원의원선거에서는 예비후보경선에서 탈락한 후에 무소속으로 당선된 리버먼 상원의원에 이어 미국에서 무소속대통령이 나올 수 있을까가. 이제 최대관심사다. 우리나라 같으면 언론과 정적들의 몰매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도 군사독재를 경험하기 전에는 첫 직선제 정. 부대통령선거에서 무소속후보인 함태영박사를 부통령에 당선시킨 것이 우리국민이다. 북한의 독재정당인 조선노동당과 한국에서 자유당 공화당 민주정의당에 경험만 없었다면 우리나라도 경선불복이니 이인제 방지법이니 학습효과니 하는 말은 없었을 것이다. 이는 모두 독재의 관행을 청산하지 못한 잘못된 전통과 문화를 계승하고자하는 오류 때문이다.
이왕에 탈당이 정치권에 이슈화가 될 바에야 탈당의 민주적 가치와 의미까지 왜곡시켜서는 안 된다고 본다. 탈당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군사독재의 유산이라는 것도 알리고 정당의 책임정치를 위하여 집권당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잘못된 탈당은 구별되어져야 한다. 정당의 개혁과 노선. 정책이 다른 탈당은 민주화를 위한 규범이고 이러한 손학규 이인제 식 탈당은 장려되어야 할 소중한 민주적 가치라고생각 한다. 독재후예들의 반발은 뒤로하고. 말이다.
특히 탈당은 아직도 독재정당에 신음하는 북한과 중국의 민주화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탈당을 부정적으로 보는 독재정당의 문화는 조속히 청산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