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나무를 검색하다 보면 ‘繩文(승문)삼나무’가 나온다. 고대토기의 문양으로 새끼줄 또는 노끈 모양의 무늬를 가진 흙그릇을 ‘승문토기라’ 부르는데 일본선사시대에 발견되었다고 하여 일본인들이 즈몬토기라 부른다.
이 시대에서부터 자랐다는 삼나무가 일본의 ‘즈몬삼나무’로 4000년 정도의 나이다. 오래사는 나무로는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심는 화석나무로 불리는 메타세콰이어가 있다. 이번 주엔 미국의 산불로 나이 2000년이 넘는 요세미티공원의 메타세콰이어 군락이 불길에 휩싸였다는 소식도 들린다.
은행나무도 역시 화석나무로 불리며 오래 사는 나무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 양평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약 1500년 쯤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누구일까? 잘 알다시피 우리 동네 중앙공원 안에서 아직도 자라는 ‘압각수’로 고려말기의 문헌에도 등장하니 약 1000살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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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공원 압각수. 수령은 1000년이 됐다. | 우리나라 마을이나 도시주변에서 자라는 나무는 대개 운이 나쁜 편에 속한다. 일제시대에는 목재 공출로, 6·25 전쟁 중에는 포탄의 불바다로, 연탄이 주연료로 자리 잡기까지는 아궁이 속 땔감으로 베어져 속절없이 연기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도청 정원, 훌륭한 도시 숲 공원
올 여름은 끔찍이도 더워 지나던 개도 한 점 나무 그늘 아래 앉아 꼼짝 않던 뜨거운 계절이었다. 우리 신문사가 있는 인근의 도청은 그리 크지 않지만 제법 오래된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훌륭한 도시 숲 공원이다.
1937년 잉어배미라 불리던 무논을 메워 건물을 세웠는데 건물과 함께 향나무 울타리를 담장으로 둘렀고, 그 안쪽으로 느티나무와 말채나무, 왕벚나무를 심고 현관 앞에 둥근 향나무를 심어 단장했는데 지금은 70여 년이나 지나 그 풍채가 당당하다. 연못 가장자리와 정원 중심부에는 역대 지사와 중앙정부 손님이 다녀가셨다는 기념식수가 몇몇 남아 자라고 있다. 요즘에는 저마다 나무 이름표를 달고 있어서 얼굴 익히기 쉽게 해 놓았다.
도청 향나무 울타리는 철 담장을 철거한 뒤로 더욱 향나무의 품과 격이 높아졌다. 당시 외부 불순세력의 침입과 도난방지에 어려움이 있다 하여 철거를 반대하는 이들도 꽤나 여럿 있었는데 아직까지 도청이 털렸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
산업장려관 옆의 살구나무를 아는 사람도 드물다 . 살구열매를 떨구는 유월에 도청앞길을 지나가 보시라 . 시고 단 열매가 길위에 가득하다. 정문 앞길은 또 마로니에 가로수길로 특별하다.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하는 박건이라는 옛가수의 얼굴과 그 아름다운 노랫말이 절로 떠오르는 길이다.
1960년대 우암산은 서글픈 ‘민둥산’
청주 나무들이 운 나쁘고 불쌍했다는 사실은 1960년대 우암산 전경을 보면 고스란히 나온다. 소나무 몇 그루 잡목 몇 그루로 깎아 놓은 봉분처럼 보이는 우암산이 ‘아! 민둥산이란 게 바로 저런 모습이구나’하는 탄식을 일으키게 하는 사진이 있었다. 이는 육거리나 남주동 가까운 무심천 제방에 새벽마다 낭성산골에서 지게에 지고 온 땔감나뭇단들이 즐비했었으니 산마다 남아나는 나무가 있을 리 없었다.
1940년대 빛바랜 중앙초등학교 사진에는 운동장을 따라 심겨진 가느댕댕한 나무가 보인다. 지금도 그 자리에 서 있는 그 나무는 두 아름 쯤 되는 플라타너스로 이 학교의 나이와 같을 것이다. 그 양버즘나무, 플라타너스를 찾아가 한 번 쓰다듬어 보았다. 그리고 가만히 안아 보았다.
그저 나무는 집을 짓는데, 들보나 기둥으로 쓰이고 또는 아궁이의 땔감으로 유용했을 뿐이었으니 학교 교정이나 관청의 정원 공원처럼 공용지에 심겨지고 관리된 나무라야 오래 살아남는다는 사실에 서글프기까지 하다. 그러므로 청주의 나무를 찾는다면 오래된 학교인 청주중학교, 청주농업고등학교, 충북도청, 중앙공원을 찾아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겠는가?.
1970년대 초에 닦여진 상당로의 중심에 상당공원이 있다. 그 때는 공원 서쪽 끝에 금수장여관이 있었고 그 뒤로 동아극장과 경찰학교, 경찰병원, 기마대가 있었고, 북쪽 면에 한 줄로 가게가 늘어서 있었다. 건너편 청주여고 정문 앞엔 참 유명한 ‘호떡집’도 있었지. 요즘 같으면 떡볶이나 햄버거집이 있었을 텐데…흰칼라의 여학생들은 늙어갔지만 옛 청주여고 교정의 나무들은 지금까지 잘 살아있다. 마로니에 삼나무 느티나무 메타세콰이어와 비슷하게보이는 낙우송고목도 여러그루 살아있다.
헐린 금수장 뒤란에 은행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는데, 그 나무가 용케도 살아남아 있다. ‘상당공원’이라고 새겨진 바위 옆의 그 은행나무이다. 그곳은 일제시대에는 사택이었는데 천운인지 그 집 마당에 있던 은행나무는 명줄이 길어 살아남았다. 바라건대 베어지지 않고, 불타 사라지지 않아서 압각수처럼 천년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바램은 사람들을 웃음 짓게 하기도 하니까.
박태기 나무 둘 병꽃나무 하나 수수 꽃다리 쥐똥나무 울타리
나무는 이름만 모여도 숲을 이루는지 푸른 바람소리가 들린다. -졸시 ‘나무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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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눈이 무척 많이내린 날 압각수 중앙 공원에서 정동인이하고 찍은 사진있는데 40여년 전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고.... 잘 읽고가네 건강하시게
'나무의 이름' 명시로세. 옛청주를 한바퀴 돌았네그려. 윤석위라는 친구가 "큰 나무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 잘 읽고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