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기차여행(역답사) - 넷째 날(함안역/하동역)
1. 함안역
-진주역에서부터 실질적인 ‘경전선’ 여행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정착역은 ‘함안역’이다. 과거 ‘아라가야’의 흔적을 찾기 위해 자동차로 고분군을 보았던 것이 ‘함안’에 대한 기억이다. 이 날은 함안역이 있는 ‘함안면’을 둘러 본다. 보통의 시골마을이다. 역은 마을과 부조화되듯 상당히 큰 규모이다. 최근 만들어진 역들은 그 지역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현대식 건물이다. 특별하게 둘레길이 만들어지지 않은 마을은 그저 조용할 뿐이다. 개들만이 낯선 여행객에 반응하며 짓고 있다. 마을 중간 쯤 ‘빌라주택’이 건설되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지 않는 듯 보이지만 주택의 수요가 있다는 것일까? 왠지 어울리지 않은 이물질이 마을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느낌이다.
2. 하동역
- 다음으로 내린 곳은 ‘하동역’이다. ‘하동’은 개인적으로 많은 추억과 그리움이 담겨진 장소 중 하나이다. 대부분 화개장터와 쌍계사 주변에서의 일이지만 ‘하동’은 그 자체로 향수에 빠지게 하는 곳이다. ‘하동역’에서 내리자 다가오는 풍경은 넓은 평야와 그를 둘러싼 지리산의 웅장한 모습이었다. 평사리 벌판을 걸을 때도 느꼈듯이 하동의 들판은 특별한 넓이와 깊이를 가지고 있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끝이 아득한 느낌으로 땅이 펼쳐있다. 또한 주위를 흐르는 ‘섬진강’의 물줄기는 풍요로운 인상을 그려가며 천천히 흐른다. 그 사이를 지나가는 여행객은 온전하게 땅과 물의 기운을 받으며 걸을 수 있는 것이다. 그가 걷는 걸음 하나하나 속에서 위로를 얻으며.
-‘하동’에 올 때마다 찾고 싶었던 읍내를 이제야 방문한다. 마을은 특별하지 않다. 읍사무소와 시장이 중심에 있고 주변에는 걸을 수 있는 길이 조성되어 있다. 다만 인상적인 것은, 옮겨지고 남은 과거의 역사와 그 주변의 철길이다. 사라진 것들의 남아있는 모습은 절대적으로 그리움의 대상이다. 과거의 시간과 그 시간 속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의 수많은 기억과 추억이 농축되어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여행객에게도 오래된 역사는 반갑다. 모두가 똑같은 형태의 현대식 역사로 바뀌고 있는 지금, 과거의 흔적은 오래 전에 가졌던 기차여행의 애틋한 시간을 환기시킨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중첩된다. 오래된 역사(驛舍)와 새로운 역사가 하나의 시선 속에서 결합되듯이.
- 하동읍내를 걷다가 흥미로운 장소를 발견했다. ‘지라산 둘레길’, 하동안내소였다. 언젠가 걷고 싶은 길을 위한 자료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리산 둘레길에 대한 다양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었다. 담당 직원은 지리산 둘레길 전체지도와 안내책자를 권한다. 이곳의 자료는 무료가 아니라 유료이다. 지도는 3,000원, 안내책자는 10,000원이다. 걷기 자료를 항상 무료로 얻다 돈을 지급하니 조금은 어색하지만, 정말로 필요하고 좋은 자료는 돈을 지급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가려하는 장소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여행을 위한 또 다른 비축물이 준비되었다.
- ‘하동’은 떠도는 여행자에게는 중요한 장소이다. 지리산 둘레길이 하동을 지나며 다른 방향으로는 섬진강길이 길게 펼쳐진다. 그 외에도 많은 길들이 곳곳에서 여행객의 방문을 유혹한다. 산은 깊고 물이 넓은 하동의 길은 천천히 맑은 하늘의 공기를 분사시키면서 우리가 만나고 싶은 다양한 풍경을 선사한다. 자연이 베푸는 충만한 혜택을 마음껏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하동’이다. ‘하동역’의 방문을 통해 다시한번 ‘하동’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인식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장소이면서, 그리움이 남겨진 인생의 장소로서 하동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댓글 경전선 차창 밖 풍경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