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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 : 영화를 봤을 때 혹시나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연기해야겠다 싶었다. 하나의 표현도 굉장히 조심스러웠고, 최대한 사실적으로 연기하고 싶었다. 있는 그대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정인선 : 은희는 보편적이고 평범한 삶을 살아온 아이다. 그런 은희에게 공주의 출현은 이색적이고 오묘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여자, 남자를 떠나서 뮤즈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사실적인 감정을 그리는 영화인데, 과거 혹은 환상 장면에 등장하는 신을 많이 촬영했다. 어려움은 없었는지?
김소영 : 판타지적 요소들이 있는데, 시나리오상에 없던 즉흥적인 경우가 많았다. 공주와 화옥이 책상에 엎드려 마주 보는 장면도 그중 하나다. 감정을 잡기 어렵거나 의아해 감독님께 질문을 하면 언제나 바로 정확한 답변을 해주셔서 쉽게 수긍할 수 있었다.
이수진 감독 : 내 이름 때문에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아내에게 모니터를 받았다. 내가 생각하는 여자의 심리가 맞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이수진 감독 : 이 이야기에 대해 망설임도 많았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나까지 이 이야기를 해야 할까'하는 고민이 있었다. 중, 고등학생의 성폭행, 자살, 왕따와 같은 문제들이 끊임없이 일어났고, 매체를 통해 접할 때마다 분노했다. 하루는 화를 내고 있는 스스로에게 되물어 본 적이 있다. '피해자든, 가해자든 그들이 내 주변에 있을 때 나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쉽게 분노한 만큼 바로 어떤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그 사건들에 대해 굉장히 표피적으로 알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느껴졌고 이후 더 깊이 있게 고민을 하게 되었다.
천우희 씨, 공주를 연기하기 위해 참고한 사건이나 캐릭터가 있는지?
천우희 :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슬플 때 우리는 슬픔을 느끼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극복하려고 한다. 연기를 할 때도 오히려 그 상황을 이겨내려고 했다. 상처들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을 수 있지만, 개인마다 그 슬픔이 다르게 나타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인물을 참조하기보다 스스로 시나리오를 보고 고민을 많이 했다.
이수진 감독 : 공주 캐릭터를 생각할 때 이 친구가 강한 아이였으면 했다. 순탄치 않은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를 잘 보듬은 공주에게 어릴 때부터 버팀목이 되는 것이 음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음악과 현재의 음악이 다른데, 과거에는 공주 혼자 음악을 했다면 현재에는 은희와 친구들이 아카펠라를 한다. 아카펠라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화음을 맞춰야 하고 작은 화음들이 모여 하나의 음악이 완성된다. 그런 모습이 공주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스스로 쌓아놓은 벽을 서서히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수영은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공주에게 있어 본인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쓰였다.
김소영 : 저도 몰랐던 부분을 질문해주셔서 오히려 많이 배우고 가는 것 같다. 세 번 본 관객도 계셨는 데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른 영화다. 한 번 더 보고 영화에 대해 또 다른 느낌을 받아 가셨으면 좋겠다.
천우희 : 영화 봐주시고 많이 질문해주셔서 감사하다. 무비토크를 진행하면서 예전 생각이 났고, 공주 생각에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오늘이 여러분에게 값진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정인선 : [한공주]를 향한 질문들, 오고 가는 대화들이 건강하다는 느낌이 든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내가 느꼈던 감정을 관객들도 함께 느끼고 계시는구나, 진짜 건강한 영화, 좋은 영화를 좋게 봐주셨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도 따뜻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감사하다.
이수진 감독 : 우리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 고정관념을 벗어놓고서 오롯이 [한공주]라는 영화에 집중하여 보고 느껴주셨으면 좋겠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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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영화 속 아카펠라가 그런 의미가 있었군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