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궁궐 속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경복궁 마루 밑
심상우 지음, 한병호 그림, 디자인하우스 펴냄
책 소개
조선 시대의 궁궐인 경복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입니다. 쥐처럼 몸이 작은 사람들이 나오고 또 사람도 보물 모자를 쓰면 그만큼 작아지는 일들이 일어나는 환상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고 풀죽어 생활하는 약한 소년 은별이가 아버지가 일하시는 경복궁 사무실에 심부름 갔다가 보게 된 조그마한 사람들의 세계. 우정과 용기, 나아가 경복궁에 얽힌 우리 나라의 역사도 배울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은별이는 경복궁 마루밑에서 살고 있는 작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우정을 나누고, 그들의 용감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감과 용기를 키웁니다. 우리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곳, 경복궁 곳곳의 아름다움과 커 가는 은별이의 마음의 키를 재어 볼 수 있습니다.
작가 소개
심상우
충청북도 충주시에서 태어났습니다.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을 공부했습니다. 1986년『현대문학』에 시가 추천되어 문단에 데뷔하였으며, 1996년에는 MBC 창작 동화 대상을 받았습니다. 첫 시집『불빛 속에 보이는 어둠은 그냥 어둠보다 더 어둡다』를 펴냈으며, 어린이 책으로는『세계의 역사를 빛낸 과학자, 탐험가, 문학가』(3권)와 과학동화『룩 앤 씽크』(35권), 그리고『태조 왕건과 고려 왕조 475년』『신라 왕조 992년』등을 펴냈습니다. 15년 간 어린이 책 출판사에서 책 만드는 일을 했으며, 현재는 (주)한우리 열린 교육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병호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추계예술대학교 동양화과에서 공부했고, 어린이 책에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서울 테헤란 국제 그림 원화전에 출품하였고, 제6회 어린이 문화 대상 미술 부문 본상을 수상하였으며, 1998년에는 한병호 일러스트레이션전을 개최하였습니다. 현재 한국출판미술가협회, 무지개 일러스트레이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황소와 도깨비』『도깨비 방망이』『혹부리 영감』『해치와 괴물 사형제』『바우와 까꾸까꾸』등의 그림책과 동화책『내 푸른 자전거』『염라대왕을 잡아라』, 김유정 단편집『봄봄』등에 개성 있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주로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정서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특히 전래동화에 나오는 도깨비를 새롭게 형상화하는 작업을 시도해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본문 읽기
“정말 환상적이에요. 이 세상에서 비둘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 본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야. 아니지, 쿠쿠네 종족이 있지, 참.” “아니, 그럼 은별인 쿠쿠네 종족이 아니야?” 비둘기 아줌마는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 “네, 약간 다른 종족이에요. 하지만 뭐 크게 다를 것도 없어요. 다만 좀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라는 차이뿐이니까. 저는 큰 사람이긴 하지만 쬐그만 쿠쿠보다 부족한 게 많아요.”
“무슨 말이야, 내가 보기에는 너도 똑똑한 애 같은데.” “저는 공부도 못하고 학교에서 따돌림이나 당하는 못난이에요.” “저런, 쯧쯧.” 비둘기 아줌마는 동정이 간다는 듯 혀를 차더니, 날개를 크게 퍼덕이면서 은별이에게 외쳤다. “은별아, 저 아래 있는 세상을 향해 크게 한번 소리쳐 보렴! 그럼 기분이 좋아질 거야.”
“네, 좋아요.” 은별이는 비둘기 아줌마의 허리를 단단히 잡고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야호!” 그러자 옆에서 비둘기를 타고 날고 있던 쿠쿠가 한쪽 손을 힘차게 흔들어 보였다. 쿠쿠의 뒤에서 날고 있는 쿠쿠 아버지도 허허 웃고 있었다.
“야! 미친개 삼총사야! 너희들 똑바로 들어! 다시 한 번 내 앞에서 까불면 가만 안 둘 줄 알아! 알았어?”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을 외치고 나니까 속이 다 시원해졌다. “야! 이 나쁜 자식들아! 너희들, 비둘기 타고 날아 봤어? 나는 날아 봤다!”
(본문 164∼166쪽)
작가의 말
‘용기’와 ‘우정’을 생각하면서
‘경복궁’하면 어린이 여러분은 제일 먼저 무슨 생각이 나나요?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궁궐? 미술 대회가 열리는 크고 넓은 마당? 아니면 임금님이 앉았던 큰 의자? 아니면 시원스레 뻗어 나간 기와 지붕과 용마루? 언제부터인가 나는 경복궁에 갈 때마다 울긋불긋 단청을 칠한 경복궁 기둥이나 처마보다도 마루 밑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았습니다. 물론 마루 밑은 잘 보이지도 않게 컴컴했으며, 들여다본다 해도 딱히 뭐가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루 밑을 들여다보다가, 한 번은 그곳으로 커다란 쥐가 한 마리 쏙 들어가는 걸 보았습니다. 그리고 신문에서, 경복궁 복원 공사를 하던 중에 사람이 드나들 정도 넓이의 무슨 굴 같은 것이 발견되었다는 기사도 보았습니다. 그때부터 무언지 모르게 끌리는 것이 있어서 경복궁에 대해 조사를 시작해보았습니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점점 그 궁궐에 흥미가 느껴졌고,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역사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600여 년 전 경복궁이 처음 지어질 때의 모습이 눈앞에 잡힐 듯 보였으며, 마루 밑 비밀 통로를 통하여 작은 사람들이 한 마을을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은별이는 누가 보아도 지극히 평범한 아이지만, 같은 반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며 괴로운 학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어디 다른 별에서 온 게 아닙니다. 이름이 여자 같다느니, 수줍어한다느니, 부모 가운데 한 분이 안 계신다느니, 이런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친구들한테 따돌림을 당하는 어린이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꽤 오래 전 일이지만 나도 한때 따돌림을 당하여 괴로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몸이 비쩍 말랐던 나는 ‘때까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게 아주 싫었습니다. 그러다가 러시아 동화집을 읽고는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지만 굳센 마음으로 온갖 역경을 헤쳐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았으니까요.
경복궁에 사는 작은 사람들, 그리고 은별이가 온갖 어려움에 빠져도 실망하지 않고 용기와 우정에 불을 지피면서 새로운 날을 열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이 여러분도 용기를 가졌으면 합니다. -심상우
출판사 편집자의 말
난폭한 ‘미친개 삼총사’가 괴롭히는 바람에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은별이. 어느 날 아버지 심부름으로 경복궁에 갔다가 쥐들에게 둘러싸인 이상한 생물체를 발견합니다. 새처럼 생긴 작은 인간 ‘투투’와 친구가 된 뒤로 은별이 앞에 펼쳐지는 누구도 상상 못한 모험들! 그리고 궁궐과 함께 전해 내려오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