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교보문고가 지금은 서면 근처에서 정상영업을 하고 있지만, 80년대 후반 처음 건물이 세워지고 한동안은 입점하지 못하고 그 자리는 다른 용도로 쓰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대형 서점의 진출이 지역 상권 작은 서점들에겐 생존의 위협이었고그래서 그들은 몇 번이나 거세게 단체행동을 하며 저항을 했던 이유가 컸습니다.다른 업종과 달리 서점들은 약속된 날이면 한 곳도 빠짐없이 문을 닫고 시위에 참여를 했었죠.비슷한 시기에 SKC가 역시 태화쇼핑 뒤에 크게 매장을 냈을 때, 부산 시내 음반 판매상들이 마찬가지로문을 닫고 몰려가 시위도 하고 그랬는데, 한번 하고 두번째부터는 슬금 슬금 불참하면서 문을 열고 장사를...제가 목격한 이 두 사건은 물론 시장 자체의 큰 변화라던가 다른 이유도 있지만,나이가 들어 마르틴 니묄러의 ‘그들이 처음 왔을 때’란 시를 접하면서 떠올렸던 사건이었습니다.어쨌든.. 그 많던 레코드샵들은 자취를 감췄고, 서점들은 아직 명맥은 유지하고 있네요.
오랫만에 보수동 책방골목을 둘러봤습니다.80년대... 새학기가 되면 보수동 저 골목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대부분의 서점들은참고서와 문제집을 쌓아두고 밀려드는 학생들을 맞는 진풍경을 연출했었습니다.학교에서 교과서를 받아 오고, 문방구에서 노트를 사고, 책방골목에서 참고서와 문제집을 갖추면..비로소 새학기가 제대로 시작되는 거죠. 헌책을 사고 팔기도 했지만, 새 책 역시 저 골목 일대는 지정할인율이 있어서골목 상권의 크기에 비해 유동인구와 물량은 엄청나 보였었습니다.옥스퍼드와 에센스 사전을 장만하면 괜스레 든든하게 느꼈던 시절...부산은 그 당시 개방이 안된 일본문화를 접하기 손쉬운 지역이었죠. 어지간한 달동네에선 일본 방송이 잘 잡혔고,보수동 책방골목이나 광복동 잡지 골목은 다양한 일본 잡지와 원서를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이 동네에서 자란 저는 아버지 친구분이 만화책 도매상을 하신 관계로...대본소 만화를 원하는 만큼 실컷 볼 수 있던 행운이 있었네요. 덕분에 난생 처음으로 밤샘을 경험하게 했던 무협지들도.. ㅋㅋ오랫만에 맡아본 낡은 책 곰팡내도 좋았고, 추억 되새김질도 나름... ㅎ예전에 비해선 책을 팔거나 사려는 이들만큼 관광객의 비율도 높아지고 조금 더 세련되고 깔끔해졌지만,요란한 치장은 없었고, 서두에 말했듯이 어릴 때 느꼈던 선망의 '지성' 분위기는 여전했네요.대부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어... 고마웠습니다.짬날 때 마다 들러.. 보물찾기 좀 즐겨야 겠네요. 이제 정말 시간이 많이 안남은 것 같습니다.
위 사진의 장소인 우리글방에 대한 지난 소개글은 링크로 대신합니다. http://cafe.daum.net/onbusan/5nzt/79
보수동을 돌아 대신동으로.. 다시 산복도로 따라 대청동, 영주동, 수정동... 코스에 이어진 엄청난 압박의 계단들..책방골목에도 세개의 높은 계단이 있습니다. 저 계단으로 매일 땀을 쏟으며 등교하던 중학생 시절의 제 모습이... ㅎ봄에 피는 철쭉이... 12월에 피네요. 이상고온탓이겠죠?괴테가 말했죠. '독서하는데 80년의 세월을 바쳤음에도 다 배웠다 할 수 없다'라고...깨달음은 끝까지 함께 갈 삶의 동반자.. 라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개인적으로 부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저두 제일 좋아하는 곳입니다. 항상 그리워염. ㅎㅎㅎ
헌책방골목.. 느긋하게 가서 실컷 다녀보고 싶네요.. 사진관련 책들도 사고
정말, 부산 갈때마다 젤 좋은 곳인거 같아요~
첫댓글 개인적으로 부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저두 제일 좋아하는 곳입니다. 항상 그리워염. ㅎㅎㅎ
헌책방골목.. 느긋하게 가서 실컷 다녀보고 싶네요.. 사진관련 책들도 사고
정말, 부산 갈때마다 젤 좋은 곳인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