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3.07 19:25 | 수정 : 2014.03.0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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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건설과 두산건설이 조합 총회때 조합원들에게 배포한 사업제안서/입주자협의회 카페
부산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 조성된 ‘힐스테이트위브’ 아파트 입주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공사비를 못 받았다며 3개월 가량 입주를 막은
현대건설(000720) (57,500원▲ 500 0.88%)때문이다. 입주를 못한 주민들은 월세 방을 전전하고 있다.
◆ 현대건설 “공사비 지급 없이는 입주 없다”해운대 AID주공아파트는 지난 2010년 재건축 공사가 시작됐다. 공사는 현대건설과
두산건설(011160) (14,100원▼ 250 -1.74%)이 맡았다. 지하 7층, 지상 53층 아파트 21개 동 총 2369가구 규모다. 현재 공사는 대부분 끝났고 준공만 앞두고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 측은 지난 10월 아파트 공사비 4700여억원을 받지 못했다며 아파트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 중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입주를 예상하고 잔금을 준비했던 입주예정자들은 졸지에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한 입주예정자는 “전세금을 빼 잔금 30%를 준비했는데 입주가 되지 않는다고해 월셋집을 구해서 살고 있다”며 “현대건설 때문에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예정자는 “6차례 중도금을 납부할 때는 아무런 말이 없다가 입주를 두어달 정도 앞두고 입주를 못 시키겠다고 하면 입주자들은 어쩌란 말이냐”며 “현대자동차그룹 앞에가서 시위도 했지만 집 뺏긴 서민들의 목소리는 듣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 조합 “확정지분제”·현대건설 “도급제” 엇갈리는 주장현대건설이 공사비를 내놓으라며 아파트를 점거한 이유는 공사비 지급 방식 때문이다.
재건축은 확정 지분제와 도급제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확정 지분제는 시공사가 조합원에 무상지분을 약속하고 사업을 추진하며 일반 분양 물량의 미분양에 따른 손실 전체를 책임지는 방식이다. 도급제는 건설사가 단순히 공사만 맡고 조합으로부터 공사비를 받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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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시공사들이 조합에 보낸 공문. 시공사들이 지분제라고 명기하고 있다/입주자협의회 카페
조합과 현대건설은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두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이후 시공사가 준 사업제안서에는 확정 지분제로 적혀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과 두산건설이 조합에 제안한 사업제안서에도 확정지분제라고 표시돼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우리는 도급제로 수주했고 조합이 다른 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기존 조합원분을 제외한 534가구를 지난 2011년 6월 일반분양했다. 하지만 45가구만 분양됐다. 전용면적 233~241㎡ 규모의 펜트하우스 8가구를 비롯해 165㎡ 이상의 대형평형 489가구(91.6%)가 미분양이 발생했다. 3.3㎡당 1500만원에 이르는 높은 분양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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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시공사들이 조합에 보낸 공문. 시공사들이 지분제라고 명기하고 있다/입주자협의회 카페
현대건설은 공사비를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 8월부터 조합 측에 20~30%가량의 할인 분양과 공사비 지급 약속을 요구했다. 하지만 조합은 할인 분양을 할 경우 기존 분양자의 반발이 커진다고 반대했다. 또 확정 지분제라 공사비 지급을 약속할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현재 공사비를 주지 않을 경우 절대로 입주를 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해운대구청 등이 나서서 중재에 나섰지만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입주자협의회 관계자는 “해당 사업 모집공고 당시 지분제라고 공고가 나갔고, 조합원 총회 때 배포된 자료에 시공사가 지분제라고 쓴 사업제안서도 함께 배포했었다”며 “지분제 사업방식으로 손해가 커지니 도급제라 우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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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주예정자들의 상경 시위 모습/입주자협의회 카페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분제라면 계약서에 현물로 금액을 제공한다고 나오고 도급제라면 계약서에 현금으로 돈을 준다고 나와 있는데 계약서에는 현금으로 돈을 준다고 돼 있다. 도급제가 맞다”면서도 “총회때 계약서와 함께 지분제 방식이라고 적힌 사업제안서를 배포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 결국 입주민들만 골탕…집 뺏기고 월세집 전전현대건설은 현재 상황에 대해 말을 아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으로 우리도 피해자”라며 “손실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향후 계획이나 방향에 대해 내부 TF팀이 구성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조합은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조합장 등 간부들이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조사를 받고 있다. 새 조합직원들은 업무를 파악 중이다. 입주민들은 별도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재산을 지키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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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운대 힐스테이트위브 완공 후 예상모습/현대건설 제공
향후 조합과 현대건설 간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못할 경우 법적 소송이 진행될 수도 있다. 모든 피해는 입주를 못한 1800여명의 조합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한 입주예정자는 “5~6월이 되면 뭔가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말만 믿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