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보글은 뱅가드 그룹의 창립자이자 인덱스펀드를 개발한 장본인입니다.
인덱스펀드 아시죠? 좋은 종목을 고르는 대신 아예 시장 전체를 사서
시장수익률을 누리자는 것입니다. 종목을 고르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저렴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누리고자 하는
장기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펀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인덱스펀드를 아주아주 좋아합니다.
직접투자하던 종목들, 각종 펀드와 랩어카운트를 모두 돌고 돌아
지금 주력으로 삼고 있는 것도 인덱스펀드랍니다.
예전에 같은 저자의 책인 '존 보글 투자의 정석'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다른 여러 투자서적들을 통해서 인덱스펀드의 매력에 대해서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인덱스투자를 다루는 책은 대체로 재미없습니다.
왜냐? 꿈틀꿈틀 급등을 준비하는 종목을 잘 낚아채어
단시간에 고수익을 올리는 짜릿함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저 사서 보유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말고
오래 오래 버티라는 것 말고는 다른 조언이 없거든요.
그러면 단행본이라는 그 방대한 분량을 뭐로 채웠을까요.
바로 시장수익률을 이기려는 노력들의 무상함과
장기투자의 가장 큰 적인 비용에 대해서 강한 비판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먼저 비용부터 보겠습니다.
펀드를 가입하면 수수료와 보수라는 것을 내게 됩니다.
수수료는 펀드 운용과 판매에 대한 대가로 한번만 떼는 일회성 비용이고
보수는 펀드 관리에 대한 대가로 펀드 가입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지불하는 비용입니다.
무엇이든 간에 투자자가 손실을 보든 이익을 보든 금융회사들이 챙기는 알짜수익입니다.
투자성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안 져도 되니 이 얼마나 땅짚고 헤엄치는 장사란 말입니까.
그러다보니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고객이 창구로 오면
그 사람의 투자성향이나 투자에 가지는 본질적인 위험성을 강조하는 대신
가장 수수료와 보수가 높은 상품을 추천하여 실적 올리기에 열올리는 경우가 많이 생기죠.
작년부터 불어온 해외펀드 붐은 전세계 주식시장 중
한국 비중이 약 1.6%(MSCI 기준) 밖에 안 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포트폴리오 배분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긍정적인 면도 있는 반면
국내펀드보다 비용이 쎈 실속판매상품이라는 것도 반영되어 있다고 봐야 할 거예요.
게다가 금융회사가 챙기는 보수와 수수료는
상품안내서에 적혀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약관상 보수와 별도로 펀드를 설정하고 운영하면서 드는 비용을
따로 고객에게 부담시키는 데 이런 비용까지 모두 포함한 비용이
바로 '총비용(TER)'이라고 하죠. 예를 들어보죠.
이곳에서 'KB e-한중일 인덱스 파생상품 클래스E' 펀드를 확인하면
약관상 보수는 1.00%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TER은 5.33%입니다. 웬만한 은행 특판예금 금리와 맞먹는 금액을
고객도 모르게 야금야금 빼내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용이 높으면 무슨 일들이 생기느냐.
바로 금융회사들이 장기투자를 권하면서 그렇게 강조하는 복리효과입니다.
매년 안정적인 플러스 수익이 났다고 가정할 경우
복리효과는 분명 커다란 이익을 가져옵니다.
문제는 비용 역시 복리로 커진다는 사실입니다.
장기로 가면 갈수록 그동안 지불한 비용을 모두 합쳐볼 경우
1~2년치 납입금이 넘을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시뮬레이션 결과도
쉽게 인터넷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따라서 투자를 생각하고 계시면, 그것도 장기투자를 생각하고 계시면
비용 부분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보셔야 할 문제입니다.
인덱스펀드의 강점은 낮은 보수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투자라면 당연히 수익을 내야 하는 것이기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지도 중요하죠.
인덱스펀드는 수익에도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시장수익률을 이기는 펀드매니저는
전체 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시장을 이기는 30%의 펀드가 매년 바뀐다는 것이죠.
반면에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면 매년 10명 중에 3등은
기본으로 깔고 간다는 안정성이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지났다고 해서 펀드가 사라질 일도 없고,
잘 나가는 펀드 매니저를 빼내갈 일도 없습니다.
순간적인 짜릿함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웃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인덱스펀드 투자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인덱스펀드가 투자를 할 때 예상해야 되는 다양한
위험들을 제거했다고 하더라도 남은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시장위험이죠.
시장 전체가 하락추세로 접어들면 인덱스펀드 역시 그 손실을 고스란히 입습니다.
하지만 미국 역사상 상승추세든 하락추세든 2번의 예외를 제외하고
3년이상 지속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자본주의의 속성상 나라가 망하지 않는 다음에야 장기적으로
우상향 추세를 유지한다는 믿음은 가지고 있어야되겠죠.
여기서 단서가 보이시죠? '나라가 망하지 않는 다음에야'.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10월 4일자 기사를 보면
20세기 내내 개장한 16개 증시 중에서 특정 20년 간 미국처럼
실질 수익률을 기록한 나라는 단 세 곳뿐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부디 이 세 곳처럼 100년 이상 승승장구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그러고보면 존 보글이라는 사람도 운이 참 좋은 사람이예요.
미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인덱스펀드를 만들었다면 일치감치 망해버렸을텐데 말이죠.
자, 정리하죠. 우리나라는 지난 20년동안
종합주가지수 500~100 사이를 왕복주행했습니다.
시장이 계속 이렇게 움직인다면 존 보글이 아니라
존 보글 할아버지라고 할지라도 수익을 내지 못합니다.
거치식 투자를 했다면 장기투자의 결과가 기껏해야 원금이었을 것이고,
적립식 투자를 했더라도 수익이 그렇게 높지 않았을 거예요.
이럴 때는 그저 저점매수, 고점매도를 반복하며 치고빠지기를 해야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오랜 박스권을 돌파했으니
미국처럼 특정 20년간 실질 수익률을 기대해볼 때가 아닌가합니다.
그렇다면 인덱스펀드에 투자할 때는 바로 지금입니다.
2000에 안착하고, 3000을 뚫고, 미국처럼 10000을 넘어설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그나저나 한국이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의 함정을 어떻게 극복할까요?
[출처 : 북코치책을말하다 블로그에서 스크랩하여 편집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