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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슨 [Tennyson, Alfred, 1809.8.6~1892.10.6]
영국의 시인.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테니슨은 오랜 링컨셔 가문에서 12명의 자녀 중 4번째로 태어났으며, 아버지는 교구목사였다. 그의 두 형인 프레더릭·찰스와 함께 테니슨은 1815년 라우스 그래머 스쿨에 입학했지만 그 학교를 좋아하지 않아 1820년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의 아버지는 재정형편이 어려웠으나 그에게 광범위한 문학교육을 시켰다. 테니슨은 조숙해서 10대가 되기 전에 포프·스콧·밀턴의 문체대로 글을 썼다. 1930년에 사후출간된 미발간 시집 〈악마와 숙녀 The Devil and the Lady〉는 젊은시절의 작품으로 엘리자베스 시대의 극적 운문에 대한 뛰어난 이해력을 보여주고 있다. 테니슨은 바이런의 영향력을 가장 많이 받아 1824년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깊은 실의에 빠졌으며 "바이런이 죽었다"고 돌에 새겼다. 한편 같은 해 테니슨의 아버지는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술마시는 것에서 위안을 구했다. 이런 가정적 불행으로 낙담했으나 테니슨은 계속 프레더릭·찰스와 함께 〈두 형제 시집 Poems by Two Brothers〉(1826, 출판 1827)을 썼다. 1827년 테니슨과 찰스는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에 입학하여 프레더릭과 합류했다. 그곳에서 테니슨은 역사가 헨리 핼럼의 천재적인 아들 아서 핼럼과 사귀게 되었다. 이것은 테니슨의 생애에서 가장 깊이 있는 교제였다. 두 사람은 열렬한 지적 흥미를 가진 학부생 모임인 사도회의 일원이 되었다. 시인으로서 테니슨의 명성은 케임브리지에서 점차 커져갔다. 1829년 〈팀벅투 Timbuctoo〉라는 시로 총장 상을 받았고, 1830년 〈서정시집 Poems, Chiefly Lyrical〉이 출간되었다. 같은 해 테니슨·핼럼과 다른 사도회원 등이 페르디난드 7세에 대항하는 혁명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스페인으로 떠났으나 혁명은 실패했다. 그러는 동안 핼럼은 테니슨의 여동생 에밀리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했으나, 그녀의 아버지는 1년 동안 편지 왕래조차 금지했다.
1842년 그는 〈시집 Poems〉(2권)을 출간했는데, 한 권은 1830, 1832년 판의 개정선집이고 다른 한 권은 새 시집이었다. 새로운 시로는 〈아서 왕의 죽음〉·〈두 목소리〉·〈록슬리 홀 Locksley Hall〉·〈죄의 모습 The Vision of Sin〉 등과 〈5월의 여왕 The May Queen〉·〈클라라 베르 드 베르 Lady Clara Vere de Vere〉·〈벌리 경 The Lord of Burleigh〉 등 독특한 순진성을 드러내는 시가 있다. 전반적으로 새 시집은 평판이 좋지 못했다. 그러나 이무렵 총리였던 로버트 필이 그의 경제적 근심을 덜어주었다. 1847년 그는 최초의 장시이며 독특한 반(反)여성주의적 몽상시 〈공주 The Princess〉를 출간했다.
테니슨에 대한 현대적 평가는 〈율리시스〉의 지속적인 위대성, 서정시들의 독특한 예리함, 무엇보다도 빅토리아 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시로서의 〈인 메모리엄〉의 지위 등을 인정하면서 시작되었다. 테니슨 작품의 현실적·희극적인 면은 현대에 와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모래톱을 넘어〉나 〈담장 틈바귀에 핀 한송이 꽃 Flower in the Crannied Wall〉에서처럼 그의 위대성의 근원을 이루는, 인생의 신비에 대한 경외감은 지난 세기의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20세기의 독자들에게도 감동을 주고 있다. 비록 테니슨의 작품들이 빅토리아 시대의 전성기보다는 덜 기억되고 있다 하더라도, 남아 있는 그의 작품들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W. W. Robson 글>
웨스트민스트사원(영.런던): 에드워드왕이 건립, 영국 역대왕의 대관식과 왕실결혼식이 거행되는 곳, 고딕양식의 대표건물인 사원의 내부 스테인드글래스와 벽과 천정의 조각이 장관이다. 건물내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시인 코너인데 켄터베리 이야기를 써서 불멸의 명성을 얻은 초서를 위시하여 브라운잉, 테니슨, 롱펠로우, 워즈워스, 블레이크, 셀리, 키츠, 엘리어트, 디킨스 등 수만은 시인의 묘가 있다.
테니슨의 작품
울려라, 힘찬 종이여 - 인 메모리엄
/ Alfred Tennyson
울려라 힘찬 종이여, 거친 창공에
날아가는 구름에, 싸늘한 빛에.
오늘 밤으로 이 해는 지나가 버린다.
울려라 힘찬 종이여, 이 해를 가게 하여라.
낡은 것 울려 보내고, 새로운 것 울려 맞이하라.
울려라 기쁜 종소리여, 흰눈 저 너머.
해는 이제 저무노니, 이 해를 울려 보내라.
거짓을 울려 보내고, 진실을 울려 맞으라.
울려 보내라, 이 세상에서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그 사람을 생각하여 가슴에 번지는 이 슬픔을.
빈부의 차이에서 오는 반목을 울려 보내고
만민의 구제를 울려 맞아라.
울려 보내라, 이윽고 사라질 주장을
당파의 나쁜 습성인 그 다툼을
울려 맞아라, 보다 드높은 삶의 방법을
보다 아름다운 예절, 보다 깨끗한 도덕을 지켜라.
울려 보내라. 이 세상의 결핍과 고뇌와 죄악을
그리고 싸늘한 불신의 마음을.
울려라 울려 퍼져라. 내 애도의 노래를.
울려 맞아라, 보다 오묘한 노래를.
울려 보내라, 좋은 가문과 지나친 신념을.
그리고 이 세상 사람들의 중상과 모략을.
울려 맞아라, 진실과 정의의 사랑을.
울려 맞아라, 한없이 선한 사랑을.
울려 보내라, 세상에 있는 고질병 전부를.
울려 보내라, 마음에 꽉 찬 황금의 욕망을.
울려 보내라, 지나간 수천 차례의 전쟁을.
울려 맞아라, 영원한 평화를.
울려 맞이하라, 용기와 자유의 사람
보다 관대한 마음과 보다 자비 넘치는 손을.
이 나라의 어두움을 보내라.
울려라, 오시는 그리스도를 맞이하기 위해
* 1850년에 발표된 비가 '인 메모리엄'
테니슨은 케임브리지 대학 재학 시절에 친구 아더헬렘과 사귀게 되었다.
그는 수재로서 테니슨의 누이동생 에밀리아와 약혼했으나 1833년에 급사하였다.
그 죽음에서 받은 충격으로 그는 인생무상을 느껴 자살까지 생각했었다.
인 메모리엄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여 쓴 시다.
As thro' the Land at Eve We Went
석양 무렵에
/ Alfred Tennyson
As thro' the land at eve we went,
석양 무렵에 들을 건너서
And pluck'd the ripen'd ears,
패인 곡식 이삭 따며 가다가
We fell out, my wife and I,
아내와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O, we fell out, I know not why,
오, 다투다니, 왜 그랬을까.
And kiss'd again with tears.
눈물로 다시금 키스했지요.
And blessings on the falling out
사랑하는 사람과 다투고 나서
That all the more endears,
다시금 눈물로 키스 나눌 때,
When we fall out with those we love
사랑을 더해 주는 사랑 싸움은
And kiss again with tears!
복되고 복되며 거듭 복된 것!
For when we came where lies the child
We lost in other years,
흘러간 옛적에 잃은 우리 아이
There above the little grave,
그 아이 누운 작은 무덤 위에서
O, there above the little grave,
아아, 그 작은 무덤 위에서
We kiss'd again with tears.
눈물로 다시금 키스했지요.
율리시즈
It little profits that an idle king, 쓸모 없는 짓이로구나, 하릴없는 왕으로서,
By this still hearth, among these barren crags, 불모의 험한 바위산 사이, 이 적막한 화롯가에서
Matched with an aged wife2), I mete and dole 늙은 아내와 더불어, 먹고 자고 욕심만 부리고
Unequal laws unto a savage race,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That hoard, and sleep, and feed, and know not me. 야만적인 족속에게 보상과 벌을 내린다는 것은.
I cannot rest from travel; I will drink 나는 방랑을 쉴 수 없도다.
life to the lees. All times I have enjoyed 마시리라, 삶을 그 찌꺼기까지. 언제나 나는 즐겼고,
Greatly, have suffered greatly, both with those 크나큰 고통도 맛보았노라.
that loved me, and alone; on shore, and when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과 함께, 그리고 혼자서.
Through scudding drifts the rainy Hyades3) 바닷가 뭍에서, 그리고 달리는 구름 사이로 비를 몰고 다니는
Vexed the dim sea. 히아데스 성좌(星座)가 검푸른 바다를 노엽게 할 때.
I am become an name; 나는 이제 명성을 떨치고 있노라.
For always roaming with a hungry heart 언제나 굶주린 마음으로 방랑하며
Much have I seen and known--cities of men 많이 보고 많이 배웠노라. 사람들의 도시들과
And manners, climates, councils, governments, 허다한 풍속, 기후, 의회, 정부.
Myself not least, but honored of them all-- 나는 비천한 자가 아니라 그들 모두에게 존경받는 자였노라.
And drunk delight of battle with my peers, 그리고 동료들과 전투의 환희에 흠뻑 취해 보았노라,
Far on the ringing plains of windy Troy. 저 먼 곳, 바람 불고 소리 울려 퍼지는 트로이 들판에서.
I am part of all that I have met; 나는 내가 경험했던 그 모든 것의 일부 이러니,
Yet all experience is an arch wherethrough 허나 모든 경험은 하나의 문(門),
Gleams that untraveled world whose margin fades 그 문을 통해 아직 가보지 못한 세계가 어렴풋이 빛나며,
Forever and forever when I move4). 그 세계의 가장자리는 내가 다가가면 영영 사라지는 도다.
How dull it is to pause, to make an end. 얼마나 지루한 일인가, 멈춘다는 것, 끝낸다는 것, 광을 내지 않아
To rust unburnished, not to shine in use! 녹슬어 버린다는 것, 사용해서 빛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As though to breathe were life! Life piled on life 마치 숨쉬는 것이 삶의 전부이기나 하듯이! 삶 위에 삶을 포개는 것은
Were all to little, and of one to me 너무나 가치 없는 일이구나, 게다가 내게는 삶이 얼마 남지 않았도다.
Little remains; but every hour is saved 그러나 낱낱의 시간은 그 영원한 침묵에서 구원되어,
From that eternal silence, something more, 보다 나은 어떤 것,
A bringer of new things; and vile it were 새로운 것을 가져오도다 그리고 추악한 일임에 틀림없도다
For some three suns to store and hoard myself, 세 번의 해를 나 혼자 간직하고 쌓아둔다는 것은.
And this gray spirit yearning in desire 그리고 이 늙어가는 영혼은
To follow knowledge like a sinking star, 인간사상의 극한적 경계 너머로
Beyond the utmost bound of human thought. 침몰하는 별처럼 지식의 추구를 욕망하는데.
This is my son, my own Telemachus,5) 이것은 나의 아들, 내 텔레마커스.
To whom I leave the scepter and the isle-- 그에게 나는 왕홀(王忽)과 이 섬을 맡기는 도다.
Well-loved of me, discerning to fulfill 그는 나의 총애를 받고, 참을성 있는 신중함으로
This labor, by slow prudence to make mild 거친 백성을 온순케 만들고, 점차로 부드러운 방법으로
A rugged people, and through soft degrees6) 쓸모 있고 착하게 만드는 이 힘든 일을
Subdue them to the useful and the good. 완수할 수 있는 지혜와 지각이 있도다.
Most blameless is he, centered in the sphere 전혀 흠잡을 데가 없구나, 내 아들은. 내가 가고 없더라도,
Of common duties, decent not to fail 일상의 직무를 중심잡고 수행하고, 인정을 베푸는 일에 소홀함이 없고,
In offices of tenderness, and pay 나의 집안 신(神)들에게 합당한 예배를 드릴만큼
Meet adoration to my household gods, 제대로 되어있구나. 그는 자기가 할 일을 수행하고
When I am gone. He works his work, I mine. 나는 내가 해야 일을 하는 것이야
There lies the port; the vessel puffs her sail; 저기 항구가 있노라, 배는 돛에 가득 바람을 맞아 펄럭이고 있노라.
There gloom the dark, broad seas. My mariners, 저기 망망한 검은 바다가 어두움에 싸여 있도다. 나의 뱃사람들이여,
Souls that have toiled, and wrought, and thought with me- 나와 더불어 고생하고 일하고 고민했던 사람들이여,
That ever with a frolic welcome took 정녕 천둥과 햇볕을 똑같이 흔쾌히 받아들이고,
The thunder and the sunshine, and opposed 자유로운 마음, 자유로운 앞머리와 대항했던 사람들이여,
Free hearts, free foreheads---you and I are old; 그대들도 나도 늙었노라, 허나 늙은 나이에도
Old age hath yet his honor and his toil. 얻어야 할 명예와 힘써 이뤄야 할 일이 있도다.
Death closes all; but something ere the end, 죽음은 모든 것을 닫아 버리는 도다. 그러나 종말이 오기 전에
Some work of noble note, may yet be done, 무언가 고상한 업적을, 신들과 다투었던 사람들에게
Not unbecoming men that strove with Gods.7) 어울릴 일을 이룩할 수 있으리라
The lights begin to twinkle from the rocks; 불빛들이 바위들에 반짝거리기 시작하는구나.
The long day wanes; the slow moon climbs; the deep 기나긴 날이 저물고 느린 달이 솟아오르는구나. 심연(深淵)은
Moans round with many voices. Come, my friends. 많은 목소리로 신음하며 감도는 도다. 오라, 나의 친구들아.
'Tis not too late to seek a newer world. 새로운 세계를 찾기에 너무 늦지는 않았노라.
Push off, and sitting well in order smite 배를 밀어내라, 줄지어 앉아서
the sounding furrows; for my purpose holds 철썩거리는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자. 나의 목표는
To sail beyond the sunset, and the baths 죽을 때까지 해지는 곳을 너머, 모든 서쪽 별들이
Of all the western stars, until I die. 물에 잠기는 곳을 너머 항해해 나가는 것이노라.
It may be that the gulfs will wash us down; 어쩌면 심해(深海)들이 우리를 삼킬지도 모르지.
It may be that we shall touch the Happy Isles, 어쩌면 우리가 "행복의 섬"에 다다라서
And see the great Achilles, whom we knew. 우리 옛 친구 위대한 아킬레스를 만나 보게 될지도 모르지.
Though much is taken, much abides; and though 비록 잃은 것은 많지만 아직 남은 것도 많 도다,
We are not now that strength which in old days 그리고 이제는 비록 지난날 하늘과 땅을 움직였던
Moved earth and heaven, that which we are, we are- 그러한 힘을 갖고 있지 못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우리로다.
One equal temper of heroic hearts, 한결같이 변함 없는 영웅적 기백(氣魄),
Made weak by time and fate, but strong in will 세월과 운명에 의해 쇠약해졌지만, 의지는 강하도다,
To strive, to seek, to find, and not to yield. 분투하고 추구하고 발견하고 결코 굴하지 않으리니.
Flower in the Crannied Wall
Alfred Tennyson
Flower in the crannied wall,
I pluck you out of the crannies;
Hold you here, root and all, in my hand,
Little flower--but if I could understand
What you are, root and all, and all in all,
I should know what God and man is.
암벽 사이에 핀 꽃
틈이 벌어진 암벽 사이에 핀 꽃
그 암벽에서 널 뽑아들었다.
여기 뿌리까지 널 내 손에 들고 있다.
작은 꽃--하지만 내가 너의 본질을
뿌리까지 송두리째 이해할 수 있다면
하느님과 인간이 무언지 알 수 있으련만.
옛날 영국의 어느 자그마한 바닷가 작은 마을에 소년 소녀가 살았습니다. 소녀의 이름은 애니 리였고 그녀에게는 친남매와도 같이 가깝게 지내는 두 소년 친구가 있었습니다. 애니의 두 소꿉동무 중 하나는 밀가루 방앗간 집의 외아들인 필립 레이였고 다른 하나는 바다에서 아버지를 잃고 꿋꿋이 살아가는 이녹 아덴이었습니다.
그들은 소꿉놀이를 즐겨 하기도 했는데 서로 애니의 남편이 되려고 다투기도 했습니다. 그럴 땐 교대로 남편을 하기도 했습니다. 커가면서 그들 사이는 점점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 생각이 되었지만 그들은 흉허물없이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녹은 성격이 활달하고 외향적이어서 자기의 감정을 솔직하게 잘 드러내는 편이었으나 필립은 그와는 반대로 마음속으로 묻어놓고 사는 쪽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애니는 이녹과 더 친해졌고 이녹은 애니에게 청혼했습니다. 이녹과 애니가 만나 뺨을 맞대며 키스하는 것을 우연히 본 필립의 마음은 찢어질 듯이 아팠습니다.
그 얼마 후 이녹과 애니는 결혼했습니다. 이녹은 열심히 일해서 어선도 한 척 구하고 부지런히 어물을 팔기도 해서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려 나갔습니다. 7년 동안 행복하게 살며 딸과 아들을 두었고 세 번째 아기를 얻었습니다.
이녹이 일을 하다가 큰배의 돛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녹이 아파 누워 있는 동안 그의 단골손님이 떨어져 나가기도 해서 이녹의 가슴속엔 웬지 까닭 모를 불안감이 일어나기만 했습니다.
이녹은 중대한 결심을 했습니다. 처자식을 위해 멀리 다른 나라로 가는 선원이 되어 돈을 벌어 오겠다는 결심을 하고 아내에게 알렸습니다. 다행히 전부터 알고 지내던 무역선의 선장이 이녹을 채용해 주어 그는 아내와 사랑하는 자식을 남겨두고 배를 타고 떠나갔습니다. 이녹은 떠나기 전에 자기가 가진 배를 팔아 아내에게 작은 가게를 만들어 주고 몸이 약한 셋째 아이의 머리카락을 끊어 기념으로 가지고 갔습니다.
애니는 장사란 것을 처음 해보므로 이익이 남을 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아기가 죽고 말았습니다. 애니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 주기 위해 들른 필립이 제안을 합니다. 돈이 부족하면 자기가 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딴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애니가 너무 고생하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애니는 필립의 제안을 거절 할 수 없었습니다. 필립의 돈으로 아이들은 학교에 다닐 수도 있었습니다. 또 필립은 아이들을 너무도 사랑했으므로 아이들도 필립을 ‘필립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도 이녹은 돌아오지를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녹이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어느 날 필립은 옛날 자기가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그 자리에서 애니에게 청혼을 하였습니다.
애니는 일년만 더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응답을 미루어 두었습니다. 다시 일년이 지나자 필립은 또 청혼을 해 왔습니다. 애니는 한 달 뒤에 대답하겠노라고 하고는 반년을 미루었습니다.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한 어느 날 애니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이녹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르쳐 달라는 내용으로 기도를 한 것입니다. 성경을 펴 손가락으로 그냥 글을 짚은 곳은 “종려나무 밑”이라는 의미 없는 말이었습니다. 애니는 오랜 고민 끝에 드디어 이녹이 죽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리하여 필립의 청혼을 받아들여 결혼을 했습니다.
이녹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는 배를 타고 희망봉(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을 지나 인도까지 갔습니다. 그가 탄 무역선은 순조로운 항해를 했고 이녹도 열심히 일을 해서 집으로 돌아갈 만 한 돈을 모았습니다. 마침내 귀국 길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운명은 그렇게 쉽게 이녹을 놓아두지 않았습니다. 그가 탄 배는 폭풍우를 만나 파선하고 이녹은 다른 2사람과 함께 어느 열대의 섬에 떠밀려와 살 수 있었습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바다만이 앞을 가로막아 있었습니다. 그들은 종려나무 잎을 모아 비를 피할 오두막을 만들었습니다. 함께 표류한 사람 중 하나는 아직도 소년티를 벗지 못한 어린 청년이었습니다. 그를 두고 섬을 빠져나갈 수가 없어서 3년을 간호했지만 3년 뒤에 그 청년은 죽고 말았습니다. 다른 한 명은 섬에서 빠져나갈 배를 만들다가 과로하여 일사병으로 죽고 말았습니다.
그는 섬에 갇혀 애니와 아이들을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러기를 십 년, 식수를 구하기 위해 이 섬에 들렀던 무역선의 선원들을 만나 이녹은 마침내 구출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호의로 그는 출발했던 항구까지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안개비를 맞으며 고향 마을까지 찾아왔습니다. 이녹이 옛날의 자기 집에 찾아갔을 때는 사람의 기척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팔 집’ 이라는 표지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는 밀리엄 레인 할머니가 운영하는 동네의 주막에 머물렀습니다.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주막집 할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애니가 필립과 결혼하여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레인 할머니는 완전히 늙어버리고 꼬부라져 버린 이녹을 알아보지 못하고 지껄인 이야기였습니다. 이녹은 절망했습니다. 얼마나 기다리고 고생하며 만나보고 싶어 했던 아내와 자녀들인데…
이 녹은 필립과 애니가 살고 있는 집을 남모르게 가만히 찾아가 보았습니다. 창문을 통해 훔쳐본 방안의 정경은 행복함 그 자체였습니다. 더구나 애니가 필립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기를 안고 행복에 겨워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 행복을 깨뜨리고 들어설 마음이 도저히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는 절망상태에 빠져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그리고는 자기가 물러서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녹은 정체를 감추고 그 마을에 눌러 앉아 막일을 했습니다.
그러기를 1년, 그의 몸과 마음은 너무도 쇠약해졌습니다. 이제 죽음이 바로 옆에 찾아 온 것을 느꼈습니다. 이녹은 비밀을 지키겠다는 서약을 받아낸 뒤 주막 할머니에게 자기가 바로 이녹 아덴이라는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자기는 진심으로 필립과 애니의 행복을 빈다고, 그리고 새로 태어난 아기와 잘 길러준 아이들의 행복을 기도하며 죽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증거를 보여 주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 동안 간직해 왔던 셋째 아기의 머리카락이 바로 자기가 이녹 아덴이라는 증거가 될 거라며 그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로부터 사흘 뒤 이녹은 죽었습니다. 그는 죽기 전에 허공에 대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습니다.
“ 배다. 배다. 나는 살아났다. ”
눈물이, 덧없는 눈물이
눈물이, 덧없는 눈물이, 까닭없이
거룩한 절망의 심연으로부터
가슴으로 올라와 눈에 고이네.
행복한 가을 들판 바라보며
가버린 나날들을 생각하네.
죽은 뒤 생각나는 키스처럼 다정하고
다른 이를 기다리는 입술에 허망하게 해보는
상상 속의 키스처럼 감미로워라. 사랑처럼.
첫사랑처럼 깊고 오만 가지 회환으로 소용돌이치는
아, 삶 속의 죽음이여, 가버린 날들이여!
Tears, Idle Tears
Tears, idle tears, I know not what they mean,
Tears from the depth of some devine despair
Rise in the heart, and gether to the eyes,
In looking on the happy Autumn-fields,
And thinking of the days that are no more
Dear as remembered kisses after death,
And sweet as those by hopeless fancy feigned
On lips that are for others; deep as love,
Deep as first love, and wild with all regret;
O Death in Life, the days that are no more!
하나님의 능하신 아들
하나님의 능하신 아드님, 불멸의 사랑이여,
우리 비록 당신의 얼굴을 볼 수는 없어도,
믿음으로, 오직 믿음으로 당신을 영접합니다.
입증할 수 없는 곳에 계신 것을 믿으며.
빛과 그림자의 천체들(이 세상)은 모두 당신의 것.
당신은 사람과 짐승의 생명을 지으셨으며
죽음까지도 만드셨습니다. 아, 당신의 발이
손수 지으신 두개골(죽음) 위에 있나이다.
당신은 우리를 흙속(죽음)에 버려두지 아니하십니다.
당신은 사람을 만드셨는데,
그는 그 뜻을 알지 못하면서도
죽도록 태어났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사람을 지으신 당신은 참으로 의로우십니다.
사우보(思友譜)
모래톱을 건너며
해 지고 저녁별
나를 부르는 소리
나 바다로 떠날 때
모래톱에 슬픈 울음 없기를
무한한 바다에서 온 것이
다시 제 고향으로 돌아갈 때
소리나 거품이 나기에는 너무나 충만한
잠든 듯 움직이는 조수만이 있기를
황혼 그리고 저녁 종소리
그 후에는 어둠
내가 배에 오를 때
이별의 슬픔이 없기를
시간과 공간의 한계로부터
물결이 나를 싣고 멀리 가더라도
나를 인도해 줄 분을 만나게 되기를
나 모래톱을 건넜을 때
Crossing the bar
Sunset and evening star,
And one clear call for me!
And may there be no moaning of the bar,
When I put out to sea,
But such a tide as moving seems asleep,
Too full for sound or foam,
When that which drew from out the boundless deep
Turns again home.
Twilight and evening bell,
And after that the dark!
And may there be no sadness of farewell;
When I embark;
For tho' from out our bourne of Time and Place
The flood may bear me far,
I hope to see my pilot face to face
When I have crossed the b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