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소셜과 고객만족, 올해엔 보여드리겠다”
요즘 국내 소셜커머스 서비스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소셜쇼핑’ 서비스다. 요컨대, 이름 앞에 붙은 ‘소셜’이 부끄럽지 않느냐는 질타다. 문패는 ‘소셜’쇼핑이지만, 내용은 ‘반값 공동구매 서비스’와 다를 바 없다. 믿고 상품을 샀는데, 실제 홍보 내용보다 질 떨어지는 음식이나 서비스를 제공받았다는 불만도 하나둘 터져나온다. 상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제휴 업체에 무리한 물량이나 가격을 요구하는 사례가 지적된 것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런 지적들을 따라가다 보면 ‘티켓몬스터‘(이하 티몬)를 만나게 된다. 지난해 1월 서비스를 시작한 티몬은 일 년여 지난 지금, 국내 대표 소셜쇼핑 서비스로 터잡았다. 5명으로 출발했던 직원수도 1년 새 200명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 티몬에서 일어난 거래만 해도 240억원 규모다. 지난해와 올해 두 번에 걸쳐 벤처투자사 두 곳에서 125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올해 1월엔 2위 소셜쇼핑 업체 ‘데일리픽’을 인수하며 본격 세불리기에 나섰다. 이쯤 되면 1위 소셜쇼핑 업체로서 빠지지 않는 덩치다.
그런데도 궁금하다. 티몬은 정말 ‘소셜’한 e쇼핑 서비스인가.
“사실 저희는 되도록 ‘소셜쇼핑’이나 ‘소셜커머스’란 용어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소셜커머스라고 부르는 순간, 사업 영역이 제한되는 점이 조심스러워요. 국내 소셜커머스나 소셜쇼핑 서비스가 정말로 ‘소셜’한 서비스가 아니라는 데 대한 반성의 뜻도 담겨 있습니다. 아직 티몬 서비스도 ‘소셜’이란 이름을 붙이기엔 부끄러운 게 사실입니다.”
티몬 운영을 총괄하는 이관우(28) 데일리픽 대표 입에서 이런 얘기가 나올 정도면, 주위 지적이 오롯이 틀리진 않은 모양새다. 아무리 300개가 넘는 소셜쇼핑 서비스가 난립하고 있다 해도 그렇다. 티몬 같은 선두권 업체가 올곧은 서비스 모양새를 보여준다면 지금처럼 소셜쇼핑 시장이 왜곡되진 않았을 테니까.
“짧은 시간에 급성장하면서 서비스 품질 관리에 꼼꼼히 신경쓰지 못한 건 사실이에요. 올해들어 품질 관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월말께 ‘티몬 프로미스’란 품질관리 시스템을 공식 선보였는데요.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영업인력 교육을 강화하고, 파트너 지원팀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파트너사들이 일회성 판매로 끝나지 않고 재방문과 고객관리로 확대할 수 있게 돕는 게 목표입니다.”
합병 전 데일리픽은 질 좋은 상품을 까다롭게 골라 파는 곳이란 입소문을 얻었던 곳 가운데 하나다. 이관우 대표는 이런 데일리픽 운영 노하우를 티몬에 심으려는 모양새다. “기획이나 촬영팀 같이 품질관리 노하우가 필요한 곳은 기존 데일리픽 인력들이 맡고 있습니다. 고객서비스팀에도 선진화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고객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쓴 뒤에도 만족하지 못하면 환불을 해드리고, 파트너사를 위한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도 확대 제공할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형 포털이나 TV광고로 상품을 파는 ‘소셜’쇼핑의 모습은 어떻게 봐야 할까. “아직 해외에 비해 국내에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의 파괴력이 약한 게 사실입니다. 전통 매체나 포털을 활용한 광고가 효과가 더 큰 건 부인할 수 없으니까요. 또한 SNS를 통한 입소문 효과 못지 않게, 제품을 공급하는 파트너사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티몬 입장에선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그루폰 같은 글로벌 서비스가 국내 진출하는 상황에서 견제 효과를 노린 측면도 없잖았고요.”
결국 소셜쇼핑에 아직까지 ‘소셜’은 없다는 게 이관우 대표의 고백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반값 공동구매 형태로 출혈 경쟁을 계속 벌일 순 없는 노릇 아닌가.
“3월 안에 티몬 서비스를 오픈API 형태로 공개할 생각입니다. 외부 서비스나 스마트폰 앱 등에 티몬 서비스를 손쉽게 붙일 수 있게 돕는 거죠. 외부 서비스는 티몬 API를 활용해 상품을 팔고, 그 수익은 티몬과 나눠갖는 그림입니다. 굳이 상품을 팔지 않더라도 게임이나 랭킹 요소를 티몬 API를 활용해 만들 수도 있습니다. 티몬 API를 활용한 개발에 집단지성 요소를 넣는 식이죠.”
예컨대 웹-스마트폰 연동 메시징 서비스에 티몬 구매 API를 붙여 친구에게 선물하는 기능을 제공할 수도 있다. 선물을 주거나 받은 이가 결제를 하면, 그 수익은 메시징 서비스 사업자와 티몬이 나눠갖는 식이다. 다양한 소셜미디어나 외부 웹서비스로 티몬 서비스 플랫폼을 확장하면서 이용자도 늘리고 수익도 나누겠다는 게 이관우 대표 구상이다.
티몬에서 상품을 파는 업체들에겐 교육 지원과 관리 시스템을 제공할 예정이다. “거래 규모가 큰 파트너사엔 개별 리포팅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추가 구매가 얼마나 이뤄졌고, 재방문률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해 보고서를 제공하는 식으로 만족도를 높이는 식이죠. 앞으로는 티몬에서 상품을 파는 업체 누구나 이런 관리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자동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안에는 모든 업체가 관리자 페이지에서 리포팅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겁니다.”
티몬은 올해 초 92억원을 추가 투자받으면서, 기업 가치를 1천억원대로 평가받은 바 있다. 2년차 벤처기업치곤 적잖은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거품이 아니냐는 지적도 적잖은데요. 티몬은 아시아권에선 가장 큰 소셜쇼핑 기업입니다. 그루폰의 기업가치와 대조해보면, 티몬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올해엔 그루폰이 국내 영업을 본격화하고, 국내 소셜쇼핑 서비스도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될 전망입니다. 티몬이 지금 속도로 성장을 계속한다면, 현재 기업 가치는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티몬은 지난해 말 ‘소셜기부’란 공익 캠페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영세 기업이나 사회적기업이 티몬 플랫폼을 활용해 입소문도 내고 홍보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티몬 같은 소셜쇼핑 서비스는 많은 사람이 몰린다는 점에서 소셜 기부 프로그램과 연계하기 좋은 서비스입니다. 상품을 직접 파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이벤트 자체를 소셜커머스 형태로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은 건 인지상정이잖아요. 좋은 뜻을 담은 상품이나 서비스라 해도, 기왕이면 좀 더 매력적인 상품을 찾는 데 고민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티몬은 올해도 서비스 영역과 회사 규모를 쉼없이 확장할 예정이다. “새로운 카테고리의 서비스를 3개 정도 올해에 선보일 생각입니다. 3월부터 하나씩 내놓을 예정인데요. 티몬 회원수가 아직 100만명이 채 안되는데, 오픈마켓에 비하면 아직도 회원수는 턱없이 적은 편입니다. 지역 뿐 아니라 구매 성향별로 세분화해 접근하는 방식을 준비하고 있어요. 나이나 성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