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궁 판매 전략으로 고급 브랜드 이미지에 먹칠...명품 브랜드 탈출 러시
- "명품 없는 시내면세점 누가 찾아올 지" 면세업계 대안책 마련 없어 고심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명품 브랜드들이 줄지어 시내 면세점에서 이탈 움직임을 보여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여행객이 감소한 탓도 있지만 관련업계는 명품 브랜드들이 떠날 수 밖에 없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밝히기도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만남에서 "코로나19와 여행객 감소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브랜드 가치 훼손에 대한 불편함이 (명품 브랜드 매장 철수의)근본 원인으로 꼽힌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의 보따리상인 '다이궁'의 위주의 매출 전략이 이제는 시내 면제점의 발목을 잡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다이궁'은 중국어로 물건을 대신 전달해주는 사람을 일컫는다. 주로 한국 면세점에서 물품을 저렴하게 구입 후 중국 시장에 싸게 내다 팔아 차익을 챙긴다. 이들은 명품을 저가에 구입하기 위해 면세점 명품점에서 무리하게 가격을 흥정하거나 중국에서 물건을 되팔 때 가품을 끼워 파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고급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는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 반가울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내면세점들은 다이궁에게 주는 수수료를 올려서라도 이들을 유치하고 있어 명품 브랜드들의 눈 밖에 낫다는 의견도 있다. 면세점들이 코로나19 로 관광객이 찾지 않자 사실상 유일한 매출처인 다이궁을 잡기 위해 과열 경쟁에 나섰다는 업계의 전반적인 시가이다. 매출액의 30%를 훌쩍 넘는 ‘알선 수수료’를 이들에게 쥐여 준 곳도 있다.
- '다이궁 모시기' 수수료 경쟁이 발목?
지난 16일 호텔롯데·호텔신라·현대백화점·신세계 등의 전자공시에 따르면 면세 4사의 3분기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22% 증가한 3조 724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익은 반대로 악화됐다고 서울경제가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면세 4개 사 합산 영업이익은 64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90.7% 쪼그라들었다. 1분기에는 422억 원, 2분기 688억 원이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매출액이 3분기 9604억 원이지만 영업이익은 -253억 원이다. 현대백화점 면세점도 3분기 영업적자가 113억 원으로 전 분기 -77억 원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호텔신라의 경우 같은 기간 471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 신세계는 전 분기보다 19.1% 늘어난 22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이는 인천공항 임대료 환입으로 인해 회계상 이익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면세점들은 중국 여행사가 다이궁을 모아 오면 이에 대한 알선 수수료를 지급한다. 여행사들은 이를 다시 다이궁의 체류 경비를 지원하고 일정 부분은 지급하는 식으로 지원해준다. 면세 4사 중에 유일하게 알선 수수료를 공개하고 있는 호텔신라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6,660억 원을 지급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2조 1,894억 원으로 매출액의 30.4%를 수수료로 준 셈이다.
이 같은 사정은 다른 면세점도 마찬가지다. 복수의 면세 업계 관계자는 “품목별로 수수료가 다르기는 하지만 워낙 면세점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 업계 전체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면세점협회가 발표한 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면세시장의 매출은 1조3780억 원이며, 연간 기준 매출은 약 18조 원으로 나타났다. 전년(약 16조 원) 대비 소폭 늘었으나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약 25조 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7조 원 이상 하락한 수치다.
일각에서는 직격탄을 맞은 시내면세점과 달리 국내 변화점에서의 명품소비는 긍증세를 보이는 만큼 이곳에 역략을 집중하는 게 낫겠단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도 있다.
- 경영 안정 고려한 결정, '납득 어려워'
앞서 지난 8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샤넬코리아는 롯데면세점 부산점과 신라면세점 제주점에 입점된 샤넬 패션 부티크의 영업을 지난 3월31일부로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껏 샤넬은 지방에서는 부산과 제주 두 곳에서만 매장을 운영해왔다. 샤넬코리아 측은 “회사 전반적인 경영 안정성과 직원들의 상황을 고려해 면밀히 검토한 후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역시 지난 1월1일자로 롯데면세점 제주점 영업을 종료했다. 이어 3월에는 신라면세점 제주점, 롯데면세점 부산점, 잠실 롯데월드타워점에서도 철수할 예정이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 역시 지난해까지만 해도 10개에 달했던 국내 면세점 매장을 서울·제주·인천공항에 각각 1개씩만 남기고 모두 통폐합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일컫을만큼 성황을 이뤘던 시기가 있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19와 명품업체들의 이탈, 중국 면세점의 부상이라는 3중고에 막혀 경쟁력을 잃고 있다"라며 "업계 차원을 넘어 정부 차원에서의 대안이 나와야 할 시점이 된 거 같다"라고 했다.
한편 정부도 면세업계 진작을 위해 다음 달부터 5000달러(약 600만 원)로 묶인 ‘구매 한도’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면세한도 600달러(약 72만 원)는 9년째 그대로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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