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바다에 솟은 등대 섬
흔히 통영 앞바다를 물이 맑고 오염원이 없다고 해서 청정해역이라고 부른다. 통영이라는 도시가 있고 유인도가 밀집해 있는데도 이처럼 물이 맑은 것은 태평양을 접한 위치와 해류의 영향일 것이다. 통영 앞바다도 이러한데, 육지에서 더 떨어진 욕지도까지 오면 실로 물 맑기가 형용하기 어렵다. 이렇게 깊고 맑은 물빛은 울릉도 정도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욕지도는 연화열도를 이루는 일대의 섬 중에서 가장 커서 기댈 데조차 없어 보이는 큰 바다에서 든든한 의지처로 다가온다. 낮에는 섬 자체가 곧 등대가 되어 배와 사람을 보듬어 준다. 지형이 복잡한 욕지도는 꼬리를 퍼덕이는 물고기를 닮았는데, 중심지인 동촌을 기점으로 17킬로미터의 해안 일주도로가 나 있다. 일주도로가 미치지 않는 동쪽의 야포와 통구지 방면의 막다른 길까지 다녀오면 해안도로 총 길이는 35킬로미터 가량 된다. 이 바닷길은 전체가 전망대의 연속이고, 백사장과 소박한 어촌, 등대와 해안절벽이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전신을 엄습한다. 뭍과는 사뭇 다른 절경과 옥빛 바다에 취하노라면 35킬로미터를 하루에 돌아보기도 빠듯하다. 당돌하게도 천황(天皇)이라는 이름을 단 섬 내 최고봉을 등산해 보려면 1박 2일은 기본이 된다. 이 멀고 아름다운 섬에서 일몰과 일출에 마음 설레고 파도소리에 잠을 설치는 호사를 누리지 않는다면 실로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코스안내 코스길이는 총 35km 정도 되며, 휴식을 포함해 5시간은 잡아야 한다.
1. 배가 닿는 동촌이 섬의 중심지로, 관공서와 각종 가게들이 모여 있다. 이곳을 기점으로 잡는다. 순환코스지만 시계방향으로 도는 것이 좋다. 남쪽 해안이 경치가 좋아서 이곳부터 먼저 보고, 평이한 북쪽 해안은 돌아오는 길에 속도를 내기에 유리하다. 여객선터미널에서 왼쪽 방향으로 부두길을 따라 1km 가면 목넘이 삼거리다. 우회전하면 바로 언덕길이 시작되고 천황산 중턱의 해발 100m 정도까지 올라서면 길은 평탄해지면서 놀라운 해안 경치를 펼쳐 놓는다.
2. 부두에서 4.4km 가면 1977년 영화 [화려한 외출]을 찍었다는 촬영지 표지판이 있는 삼여전망대에 이른다. 발 아래로 장황한 망망대해와 깎아지른 해안절벽이 웅장하다. 절경의 해안도로를 오르락내리락 전진하면 덕동해수욕장을 지나 한적한 어촌인 도동에 도착한다(부두에서 9.4km). 이후 섬의 서북단인 솔구지(대송) 근처에 이르면 또 하나의 천황산(467m)을 솟구친 두미도와 상하 노대도가 지척으로 보이고, 길은 섬의 북면으로 접어든다.
3. 솔구지를 지나면 길은 차츰 바닷가로 내려서는데, 이후 동촌 부두까지는 평이한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이렇게 일주하면 코스길이는 17km. 이번에는 섬 동쪽으로 고기가 꼬리를 퍼덕이는 듯 튀어나온 노적-통구지 방면으로 향한다. 처음 섬 일주에 나설 때 지났던 부둣길로 가다가, 목넘이 삼거리에서 직진한다. 조선마을에서 잿고닥으로 올라가는 길은 급경사의 민둥 언덕이다. 언덕 위에 올라서면 통구지 방면으로 대단한 해안절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발밑의 노적해수욕장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하는 막다른 길이다.
4. 길은 북쪽을 향해 뻗어나는데, 길가에는 욕지도의 천연기념물인 메밀잣밤나무 숲이 울창하다. 통단에서 길은 사실상 끝나고 마을이 없어진 통구지 일대는 초원을 이루고 있다. 초원 위까지는 길이 나 있지만 풀이 우거지는 여름에는 접근이 쉽지 않다. 갔던 길을 되돌아 나와 조선마을에서 우회전하면 야포 방면의 해안도로가 기다린다. 바닷가에 바짝 붙어 달리는 해안도로는 조선마을에서 3km 남짓 된다. 일정을 정리하면서 산책하는 기분으로 달리기에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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