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의 빵이란 무엇인가?
한 의심 많은 신자가 영성이 깊은 사제를 찾아와 한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질문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놀림감으로 삼기 위한 질문이었습니다.
“신부님, 어떻게 빵과 포도주가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될 수 있단 말입니까? 그거 완전 거짓부렁이죠?”
그러자 사제가 진지하게 응수했습니다.
“그건 일도 아니랍니다. 당신도 당신이 섭취한 음식을 살과 피로 별로 힘들이지 않고 잘 변화시키는 마당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똑같은 일을 못하실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 남자는 순순히 뒤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 그토록 작은 면병 속으로 쏙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사제의 대답은 명품이었습니다.
“당신 앞에 펼쳐진 광활한 대자연의 풍경이 당신의 단추 구멍만 한 눈 속으로 쏙 들어가는데. 어찌 그게 불가능하겠습니까?”
그래도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습니다.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에 널린 수많은 성당 감실 안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까?”
사제는 작은 손거울을 하나 가져와 그에게 들여다보라고 했습니다. 그런 다음 그 손거울을 바닥에 던져 깨트려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이 의심 많은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얼굴은 하나뿐이지만 이 깨진 거울 조각마다 당신의 얼굴이 동시에 비치고 있는 것, 안보이시나요?”
# 두 가지 표징 속, 파스카의 의미
빵의 표징은 이방인들이 모여 사는 갈릴래아 호수 동쪽, 벳사이다에서 이루어진 일인데요. 그날 저녁, 제자들은 또 하나의 표징을 보게 됩니다.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널 때 물 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뵙게 된 것이지요.
두 가지 표징으로 우리는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이 이방인의 땅, 이집트를 탈출하여 홍해를 건넌 것과 광야에서 하느님께서 만나를 내려 주신 사건, 즉 파스카 사건을 상기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두 가지 표징들을 일으키신 시기도 “마침 유다인들의 축제인 파스카가 가까운 때”(요한 6,4)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를 탈출하기 전날 밤, 흠 없는 어린양의 피는 너희를 위한 표지가 될 것이다. 내가 이집트를 칠 때, 그 피를 보고 너희만은 거르고 지나가겠다. 그러면 어떤 재앙도 너희를 멸망시키지 않을 것이다."(탈출 12,5.13.)
어린양의 피로 맺은 계약과 누룩 없는 빵의 표징은 죽음으로부터 건너감(파스카)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 생명의 빵, '이중적 계약'의 의미
구약의 하느님께서 어린양의 피로 맺은 계약과 '만나'는 신약에 와서 하느님께서 다시 맺으실 새로운 피의 계약과 '예수님의 몸'(생명의 빵)을 예표하는 것이지요.
즉 예수님의 몸은 생명의 빵(만나)이자 생명의 피(어린양)가 되는 하느님의 '이중적 계약'을 의미합니다.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내 아버지시다.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다.”(요한 6,32-33.)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생명의 빵으로 계시 될 표징은 하느님의 어린양이 직접 맺으실 '이중적 피의 계약'임을 분명히 하십니다.
그러므로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신 오늘 이 말씀으로 예수님은.(요한 6,35.)
계약은 어린양이 직접 맺으시지만, 그 약의 당사자는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 아버지이시기에 영원히 파기될 수 없고 불가역적 피의 계약(파스카의 계약)이라는 다의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 생명의 빵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6,35)
군중의 요구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양식. 육적인 양식만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당장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양식보다는 영원한 생명 자체이신 '당신 자신'을 내어 주고자 하십니다.
군중이 바라는 것과 예수님께서 주고자 하시는 것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우리가 아버지께 드리는 기도와 성령께서 우리를 위해 아버지께 청하는 기도가 다르듯.
주님을 차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영원을 살기 위해서라면 이 세상에서의 몇 년은 잃어버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영원히 살 수 있다면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성녀 체칠리아)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내 아버지시다.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다."(요한 6,32-33)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사도 7,59) 신앙은 하나의 적극적인 투신입니다. 사랑을 위한 투신이고, 영원한 생명을 향한 투신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주님과 이웃을 위해 생명의 빵, 계약의 빵이 될 수 있기를. 우리를 믿는 이들에게 오아시스가 되어 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시오. 그분은 다윗의 후손이며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분이십니다. 내가 전한 복음이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가 그분과 함께 죽었으니 그분과 함께 살 것이다.” 이것은 믿을 만한 말씀입니다."(2디모 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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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