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치는 사람들은 아주 못됐어"
누군가가 내게 한 말이다.
"못됐다니?"
"그렇잖고, 꿀벌이 즈네들 먹으려 애써 뫃아 둔 꿀을
주인이라 해서 빼앗아 버리니 꿀벌이 불쌍하잖아."
정말 그럴까?
내게 그런 말을 한 사람은 돼지를 기르는 양돈업자였다.
그럼 그런 말을 하는 당신은 더 못되고 죽일 사람일세.
그는 눈을 크게 뜨고 얼굴이 붉어졌다.
눈을 크게 뜬 것은 의외의 말을 들었고
얼굴이 붉어진 것은 기분이 상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나는 길지않게 설명했다.
나는 꿀벌을 치면서 벌들이 모아들인 꿀을 나누어 먹지만
당신은 돼지를 기르다 때 되면 잡아 죽이는 살생을 하잖은가?
나는 벌을 죽이진 않는다네. 도리어 잘 돌보아 건강하고
강성하게 길러야만 꿀과 화분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네.
이런 나에 반하여 당신은 돼지를 기르는 목적이 고기를 얻기
위해서고 그러려면 돼지를 잡아 죽여야만 하지 않는가?
어떤가?
내 말이 틀리진 않을 걸세.
맞는 말이다.
거의 모든 축산은 고기와 우유, 알을 얻어야 하고 이 목적을
이루려면 예외가 있긴 하지만 피를 보고 생명을 앗아야한다.
말이 나온 김에 양봉의 좋은 점을 피력해 보겠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양봉을 축산의 한 분야로
(곤충 잠사과) 취급한다.
양봉을 축산의 한 축으로 끼워넣었지만
사육과 관리에 있어서는 타 동물과 판이한 면이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대상이 곤충이란 점이다.
우리나라의 축산은 거의가 축사에 가두어 사육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어쩌다 방목이 있긴 하지만 보기 어렵다.
양봉은 가두어 기를 수 없다.
놓아 기르고 자연에 순응하며 기른다.
같은 곤충인 누에가 있지만 누에는 잠실에 사람이
뽕잎을 따다 먹이고 잎이 달린 싱싱한 뽕나무가지를
잘라다 먹이는 방식이다.
이 역시 양봉과의 차이점이라 할 것이다.
축산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 있다면 오염이라 할 것이다.
이들 동물들의 배설물은 흙과 물과 공기를 오염시킨다.
만약 내가 고향에서 소나 돼지를 기르려 축사허가를 내려면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따를 것이다.
조상적부터 터전을 잡아 대대로 살아 온 고향으로
주민 대부분이 일가친척이고 발가둥이적 친구며
오랜 세월 정을 쌓아 온 이웃들일지라도
그들은 안면몰수하고 내집 내땅에 축사를 지으려는
내 의지를 꺾고 행정관서에 민원을 제기하며
마을 입구에 축사허가 결사반대란 현수막을 내 걸 것이다.
소나 돼지가 아니더라도 다른 동물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오염문제는 대두된다.
꿀벌은 다르다.
이른 봄 벌들의 활동영역이 넓지 않을 때 배설물이
자동차나 널어 놓은 빨래를 더럽히긴 해도 잠시 동안이고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꿀벌은 농작물의 수분에 유익하다 하여 환영받는 경우도 있다.
오래 전 경기도 화성의 사강이란 지역에 꿀벌을 이동하여
여름 한 동안을 머문적이 있다.
지금은 시대가 변하여 개발이 되고 도시로 변모되었지만
원래 참외 생산지였다.
5년 여 참외꽃이 피는 여름을 머물곤 하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더니 그곳 마을이장으로부터 내게 전화가 걸려왔다.
참외가 평년과 달리 확연하게 기형과가 나타난다 는 것이었다.
알아보니 꿀벌이 없어 수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데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일찌기 아안슈타인은 지구상에 꿀벌이 사라지면 이윽고
인간도 멸망케 될 것이란 명언을 남겼다.
비단 참외뿐 아니라 야생이건 작물이건 모든 식물은
꿀벌이 없으면 수정이 안 돼 종자를 얻을 수 없다.
따라서 비닐 하우스 안의 과채류의 기형을 면하는
유일한 길은 꿀벌통을 넣는 것이다.
꿀벌을 치는 데는 그리 넓은 장소가 필요치 않다.
아울러 이렇다 한 시설 없어도 괜찮다.
처음 시작할 때에 큰 돈 들이지 않아도 된다.
읍 단위 주택가 변두리에서 구멍가게 규모의
슈퍼마켓을 마련하려 해도 몇 천만원은 들여야 한다.
꿀벌을 시작함에 있어 그 액수의 십분지 일 이면 가능하다.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나는 300만원으로 출발하라 권한다.
이 액수라면 60%는 종자벌 구입비로, 남어지 40%를
운용자금으로 쓰는 게 좋다.
소규모의 꿀벌치는 일은 농촌에서 농사하며 부업으로도 괜찮고
귀농과 귀촌하는 사람이 농지와 농기계 없이도 시작할 수 있어
시작해 볼 만하다.
퇴직한 후에 전원생활에 해봄직하기도 하다.
노년에 소일거리 수반하여 용돈벌이로 제격이라 생각된다.
격한 노동력이 아니더라도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하여 꿀벌은 다른 축산과 달리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모든 축산동물은 축사에 가두어 놓아 매일 먹이를 주고
배설물을 치워야 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로 단 하루도 거를 수 없다.
양봉은 그렇지 않다.
자연에서 자생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만 보충해 주면 된다.
또한, 겨울되어 땅 얼고 눈 덮이면 세 달 가량은
편히 쉴 수 있는 게 양봉업이다.
요즘 종자벌이 많이 나가고 있다.
그들에게 나는 말한다.
성공하는 양봉인이 되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
꿀벌을 지나치게 혹사시키지 말고
자연에 순응하는 관리를 해야한다.
배우는 양봉을 하며 게으르지 말고 꿀벌로부터 근면을 배워라.
판매를 소홀히 말라. 생산과 판매를 같은 선상에 두라.
초심을 잃지 말고 농심을 져버리지 말라.
벌을 보고 읽는 안목을 갖춰라.
조급하여 통을 늘려 약군화 시키면 실패하게 된다.
초보자일수록 여유를 가지고 강군벌을 보유해야 한다.
때때로 벌꿈을 꿔 보도록하라.
낮에 한가지 일에 골몰하면 잠자리에서
그에 따른 꿈을 꾸게 된다.
주사야몽(晝事夜夢)을 이르르는 말이다.
꿀벌을 통하여 얻어지는 수확물을 봉산물이라 한다.
봉산물은 보관기간이 타 축산물보다 길다.
소나 돼지 닭 등의 고기는 물론 우유나 계란의
유통기한은 그리 길지않다.
이에 비하여 꿀과 화분 그리고 프로폴리스는
오래도록 보관해도 이렇다 할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로얄제리만큼은 유일하게 자외선을 피하고
냉동보관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봉산물은 타 축산물에 비하여 부가가치가 높다.
벌을 쳐 본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꿀이건 화분이건 가격이 만만치 않고 로얄제리와
프로폴리스도 마찬가지다.
성서에 가나안이란 지명이 나온다.
야웨신이 자신이 택한 유태백성에게 허락한 땅이다.
이 가나안 앞에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란 것이다.
영문성서는 좀 다르긴 하다.
옥수수와 포도주의 땅으로 나타나있다.
젖과 꿀이야말로 최고의 자양과 에너지원이다.
이런 연유로 유대인들은 강한 생존과 결집력을 보이고
오늘날에 와서는 세계 금융권을 손에 쥐고 있다.
귀농이건 귀촌이건 정년과 퇴직을 따질 것 없이
전원생활을 하려 한다면 텃밭농사로 무농약 채소를 뜯어
식탁에 올리고 열 마리 안팎 닭을 길러 유정란을 얻고
산양 한 마리 매 젖을 짜 마시고 뜨락에 몇 통 꿀벌 앉혀
순수꿀 채밀하여 조석으로 음용한다면 단언컨대
천수에 10년은 너끈히 더 살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꿀벌을 보고
먹이는(치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면서 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억지로 어쩔 수 없어 하는 일은 능률도 오르지 않고
틈이 생기게 된다.
좋아서 하고 즐겨하는 일은 능률과 함께
지치지 않고 발전하게 된다.
벌통앞에서 벌들이 역사하는 걸 보면서 세상시름 잊고
벌통위에 앉아 내검을 하면 한없는 마음이 안정이 되고
훈연기에서 피어오르는 쑥 연기가 연인의 체취로 느껴져
꿀벌사랑에 빠져든다면 어느 사이에
성공한 양봉인이 돼 있을 것이다.
첫댓글 오랫만에 들어와 친구의 글을 보네~~
양봉은 역시 친구가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은 전문가이지,
암~~ 누구나 다 인정할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