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가 받아 안고 있는 숙제는
‘책임적 존재로서의 인간’입니다.
그런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오늘날의 상황을 놓고 볼 때
인류는 이 숙제 앞에 스스로 부끄러운 존재라는 것만이
곳곳에서 확인되는 안타까움으로 조바심치는 요즘입니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만났고
읽고 정리하는 동안 확인된 것은
인류에게 모범이 될 만한 책임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바로 Marcus Aurelius라는 위대한 인물이라는 것,
그는 그런 점에서 인류의 스승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로마’라고 하는 제국의 맨 얼굴을 순간순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런 로마의 황제이면서도 자기 관리에 철저했던 철학적 태도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성실했던 삶의 면모들도 보았는데,
그것만으로도 책을 읽는 즐거움은 대단히 컸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마음속으로 친근하게 생각하는
파라셀수스가 존경했던 로마의 의사 갈레노스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만났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라는 인물에 대해 아주 자세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며
험악한 시기에 온갖 박해를 받았던 기독교와
그럼에도 정직하지 못했던 교회와 교인들의 졸렬함을 보게 된 것은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특히 그동안 마음으로 위대한 인물이라고 추앙하던
디오게네스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는 사실과,
지식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 알렉산드리아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것들을 더 알 수 있었습니다.
글의 짜임새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했지만,
글 자체가 그리 재미있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약간은 흠이었지만
이 책 한 권으로 『명상록』은 더 읽을 필요가 없게 되었고,
『명상록』의 자식 같은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이나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
파스칼의 『팡세』와 같은 책들 역시 읽지 않아도 된다는
나름의 주관도 생겼습니다.
지나치게 자세해서 재미는 떨어지는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모든 것들을 생략하여 정리한 것만으로도
내가 책을 읽으면서 누린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도 같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읽고 정리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