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꽃 에세이】
개망초꽃을 카메라에 담는 여인
― ‘개망초꽃’의 또 다른 이름을 아시나요?
윤승원 수필가,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개망초꽃.
들녘이나 공원 주변에서 흔히 본다. 대전 보문산 공원 오르는 길섶에도 무더기로 피어 있었다. 어느 50대 여인이 개망초 꽃을 카메라에 진지하게 담고 있었다.
▲ 보문산 공원 오르는 길가에 핀 <개망초꽃>.(그림=AI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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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 흔한 꽃을 카메라에 담는 이유가 뭘까? 그다지 귀하게 보이지도, 예쁜 자태로 유혹하는 꽃도 아닌데 카메라에 담는 이유가 무얼까?
▲ 보문산 공원에서 만난 여인 - <개망초꽃>을 카메라에 소중히 담고 있다. (그림=AI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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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라는 이름이 우선 달갑지 않다. 어감 자체가 그렇다. ‘개’라는 말도 그렇고 망할 ‘망(亡)’자가 들어간 ‘망초(亡草)’라는 뜻도 좋지 않은 이름이다.
‘개망초[狗亡草]’를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개가 죽는 풀’ 아닌가. 불길한 의미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실제 의미나 어원은 조금 다르다.
여기서 ‘개[狗]’란 ‘하찮다, 흔하다, 잡초 같다’라는 의미의 접두어다. ‘개나리, 개수수, 개불알꽃’ 등과 마찬가지로 ‘정식이 아닌’, ‘야생의’라는 뜻을 지녔다.
▲ 보문산 공원 오르는 길 - <개망초꽃>이 무더기로 피었다.(사진=필자 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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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물은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귀화식물로 알려져 있다. ‘개망초’라는 이름에는 가슴 아픈 역사적 사연이 깃들어 있다.
망초(亡草)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풀’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식물이 갑자기 퍼지기 시작하면서 1905년 을사늑약이 맺어졌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농사에도 피해를 주는 잡초로 여기니 ‘개’ 자가 붙은 것으로 보인다.
번식력도 강하다. 뽑아도 뽑아도 돌아서면 다시 돋아나니 농민들도 귀찮아하는 잡초다.
이래저래 ‘밉상 식물’인데, 저 여인은 왜 소중하게 카메라에 담을까?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개망초꽃 무더기를 진풍경처럼 카메라에 담는 것일까?
▲ 보문산 공원 주변에서 <개망초꽃>을 촬영하는 여인(그림=AI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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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뜻을 헤아리면서 바라보는데 개망초가 말했다.
“매일같이 이 길을 산책하시는 윤 선생님, 저의 또 다른 이름을 아시나요? 저의 모양이 달걀부침(일명 계란 프라이)을 닮아 ‘계란 꽃’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어요.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하얀 꽃잎 가운데 노란 꽃 심이 있잖아요. 앙증맞은 저의 모습이 귀엽고 예뻐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사랑받고 있답니다.”
아, 그렇구나.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예쁜 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의 눈에만 예쁘게 보이는 꽃’.
작고 소박한 모습이지만 나름대로 의미와 가치를 지닌 존재. 농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 곳에서 피어나는 저 꽃은 그만한 미적 가치를 지니고 있구나 싶었다.
호기심 많은 손자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손자가 무어라 할까? 손자와의 대화를 상상해 보았다.
“할아버지, 저 꽃이 개망초라고요? 이름이 이상해요.”
▲ 할아버지가 손자를 만나 <개망초꽃>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 나누는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그림=AI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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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손자로서는 당연한 질문이다.
“사람들은 흔하다고, 별거 아니라고 해서 그냥 지나치는 꽃이지. 하지만 잘 봐라. 얼마나 예쁘니?”
손자는 조심스레 꽃을 살펴보았다. 햇살 속에서 꽃잎은 실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름이 하필이면 개망초예요? 개도 싫어하나 봐요?”
개도 싫어하는 꽃이라는 손자의 해석이 재미있다. 할아버지는 수필 문학을 공부해 온 사람이다. 해석을 달리하고 싶다.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건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지 않아서 붙여진 이름이지. 너무 흔하고 보잘것없는 꽃이라고 <개> 자를 붙인다면 꽃으로서는 얼마나 서운하겠니. 억울한 측면도 있어. <이름 붙여지기 전, 그러니까 처음엔 그렇게 하찮게 태어난 게 아니야!>라고 항변하고 있는지도 몰라. 사실은 이 꽃도 다른 꽃처럼 누군가에겐 참 귀한 존재란다. 세상은 꼭 화려한 것만이 소중한 게 아니야. 정말 귀한 건, 그걸 예쁘게 바라보는 마음의 눈이지.”
숲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꽃잎이 조용히 흔들렸다.
▲ 손자의 생각이 순수하고 신선했다. 천진무구한 동심은 세상을 아름답게 본다. 부정적인 이름을 가진 <개망초꽃>을 이제부터 <달걀꽃>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예쁜 별명을 정식 이름으로 부르자는 것이었다. (그림=AI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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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그런데 왜 저 여성은 사진을 찍는 걸까요?”
손자의 질문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할아버지는 온갖 상상력을 동원한다. 그러다가 반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대수롭지 않은 풍경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가치.
“진짜 귀한 건 말이야, 겉모습이 아니란다. 그걸 바라보는 저마다의 마음이 더 중요하지. 숨어 있는 가치 말이야.”
손자가 말했다.
“할아버지, 제안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요. ‘개망초’라는 이름은 그만 부르기로 해요. 그런 부정적인 이름보다는 생김새에 걸맞게 ‘달걀부침 꽃’이라는 예쁜 별명을 정식이름으로 불렀으면 해요. 꽃에도 먹거리 이름을 붙이면 재미도 있고 군침도 돌잖아요?”
▲ <개망초꽃>은 생김새가 <달걀부침>과 같이 생겼다고 하여 <달걀꽃>이란 별명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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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의 제안에 공감했다. 손자의 생각이 순수하고 신선했다. 천진무구한 동심은 세상을 이렇게 아름답게 본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개망초의 ‘꽃말’은 의외였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고 멀리 있는 사람은 가까이 다가오게 해 준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다소 길지만 아름답고 의미 있는 꽃말이었다. 부정적인 이름과는 달리 따뜻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며 어디서든 꽃을 피워내는 모습은 역경을 이겨내는 의지와 희망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 ‘화해’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인간관계에서 불편했던 사이를 원만하게 개선하고 소통을 돕는 상징으로도 여겨진다니 얼마나 귀한 꽃인가.
보문산 공원 오르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 개망초꽃을 카메라에 소중히 담는 그 여인은 어쩌면 ‘달걀 꽃’ 속에 숨어 있는 의미 있는 꽃말을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
2025.6.24.
대전 보문산 공원에서
윤승원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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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윤승원 원로수필가의 창작수필 『개망초꽃을 카메라에 담는 여인』은 단순한 자연 관찰기 이상의 깊이 있는 통찰을 품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수필을 문학평론가의 관점에서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교육적 가치와 문학적 의미, 그리고 감상평과 작품 해설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 1. 교육적 가치
① 편견을 넘어선 새로운 시각 훈련
이 수필은 이름이나 외형만으로 대상을 평가하지 않고, 그 안의 숨은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비판적 사고와 감성적 해석을 독려합니다.
어린 손자의 시선을 통해 개망초라는 꽃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관찰력과 상상력, 공감력을 키우는 데 탁월한 교육적 효과를 갖습니다.
② 생명 존중 교육
흔하고 잡초 취급을 받는 식물이라도 제 역할과 아름다움을 갖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이 작품은, 모든 생명은 의미 있다는 생태적 감수성을 기르는 데 적합합니다.
③ 세대 간 소통 교육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노년의 지혜와 아동의 순수한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장면은, 세대 간 대화와 공감의 교육 모델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 2. 자연 학습적 효과
① 귀화식물 개망초의 생태적 이해
개망초의 역사(일제강점기 도입), 번식력, 잡초로 인식되는 사회적 맥락 등은 식물의 인문생태학적 배경을 가르치는 데 도움을 줍니다.
② 꽃말의 의미 탐색
‘가까이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멀리 있는 사람을 가까이 오게 한다’는 꽃말은 인간관계, 공동체 윤리를 자연과 연결지어 해석하는 좋은 학습 소재입니다.
✒️ 3. 문학적 의미
① 하찮은 대상에 대한 문학적 재조명
개망초처럼 흔하고 천대받는 식물을 시적이고 서정적으로 승화시킨 점은, 수필의 본질인 ‘의미 발견’의 미학을 잘 구현한 예입니다.
이는 김춘수의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적 감성과도 통합니다.
② 상징성과 내러티브의 전개
수필 속 개망초는 단지 식물이 아니라, 사회적 소외, 편견, 이름 붙이기의 폭력성을 상징합니다.
여기에 손자의 순수한 명명(‘달걀부침꽃’)은 세계의 회복적 상상력을 보여줍니다. 이는 일종의 서사적 구원 장치입니다.
💗 4. 감상평과 인정의 메시지
① “진짜 귀한 건, 겉 모습이 아니야”
이 한마디는 작품 전체의 주제를 함축합니다. 겉보기엔 하찮아 보여도, 보는 사람의 눈과 마음이 따뜻하면 모든 사물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는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② 꽃말의 긍정적 해석과 따뜻한 사회적 암시
“가까이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멀리 있는 사람을 다가오게 한다”는 꽃말은, 분열과 단절이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 화해와 소통을 제안하는 평화의 언어입니다.
이는 “거칠고 삭막한 풍토”를 정화시키는 문학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실감하게 합니다.
🔍 5. 작품 해설 (깊이 있는 분석)
구조상으로는 도입(개망초에 대한 의문) → 전개(여인의 사진 촬영, 손자와의 대화) → 절정(꽃의 언어, 꽃말의 발견) → 결말(이름 재정의와 감동적 수용)이라는 3막 구성을 갖고 있어, 문학적으로도 짜임새가 있습니다.
화자의 시선 변화는 이 수필의 핵심입니다. 처음엔 의문과 부정적 인식으로 시작하지만, 관찰과 대화, 상상의 과정을 통해 꽃과 인간,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정화되고 환기되는 흐름은 수필문학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개망초가 아닌 ‘관찰자의 변화’가 있습니다. 이는 독자에게도 자기반성과 관점을 재정비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 종합 결론
윤승원 수필가의 『개망초꽃을 카메라에 담는 여인』은 인문생태적 성찰, 감성 교육, 세대 간 소통, 꽃말의 상징성, 하찮은 것에 대한 예찬이라는 여러 층위에서 교육적 가치와 문학적 의미가 두루 살아 있는 작품입니다.
평범한 자연물 속에서 발견한 비범한 메시지는, 독자에게 따뜻한 눈과 열린 마음을 요구합니다.
“이름이 아니라, 마음이 꽃을 만든다.”
이 수필이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중요한 한 문장입니다. (자료제공=AI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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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청양 장평초등학교 29회 단톡방 댓글
◆ 임동석(고향 친구, 건설회사 대표) 25.6.25. 10:23
AI 문학평론가
아주 훌륭한 설명이네요.
손자에게 가슴속 깊은 곳 따듯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섬세하게 노력하는
윤 작가의 가정교육을 느낄 수 있네요.
▲ 답글 / 필자 윤승원
친구가 따뜻한 눈길로 살펴주시고
우정 넘치는 칭찬의 말씀 주시니
글을 소개한 보람을 느낍니다.
임동석! 성명 삼자만 봐도 저는 언제나
정겹고 반갑고 따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