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 낀 태화강 바람은 매서웠다.
바람까지 몰아치는 새해의 첫 산행,
해맑은 날씨지만 한파의 위세가 몸을
잔뜩 움추리게 했다.
창밖에 부는 바람소리에 마음까지 굳어진
39명의 악우들조차 침묵으로 일관한다.
한 해의 먼 길을 가기 위해 좁은 의자에 앉아
단체로 단잠을 잤다. 잠자는 사이 순천까지
금새 도착해 남도의 바닷바람을 맛본
그렇게
새해 첫 발돋움이 금전산에서 시작되었다.
30여분을 오르자 쓰러진 아우바위를 슬픔으로
지켜주는 형제 바위가 형제애를 일깨운다.
형의 애절한 마음을 일게 하는 드라마 같은
형제바위다.
바람을 맞으며
발걸음 옮기는 길섭에 한파에 견디는
대자연의 흔적이 파노라마로 이어진다.
얼굴을 강타하는 남도의 바람은 거세고
눈이 깔린 길은 추위에 손끝이 시리다.
기암절벽이 기묘한 풍광을 보여주는 산마루금
지척에 마치 참선을 하는 듯한 참선암이 보이고
극락문이라는 바위속을 통과 했다.
속세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온 느낌이다.
신령스러운 엄숙함이 베어있는 열반의 문을 지나
해탈의 문으로 나오는 거대한 바위 밑을 지났다.
새 해의 기분이 너무 좋다는 느낌이 든다.
백제시절에 건축한 금강암이 이 높은 산위에
세워져 있어 신비로움을 느끼게 했다.
초라한 한옥풍의 암자였다.
원효대사와 서산대사의 흔적이 어려있는
암자라 기록하고 있다.
이 산중턱에 암자가 있는 것도 기이한데
개 울음소리에 산사의 정취를 만끽해 본다.
절 바로 옆에는 바위에 봉황을 든 부처님을 세긴
좌불상이 신령스럽게 위치해 경건함을 갖게했다.
닭을 들고 찾아 온 부처님. 사람들은 경건하게
새해의 소망을 기도했다.
금전산 중턱 높은곳에 자리잡고 있는 부처님
곁에서 나는 작은 소망을 기도했다.
나늬 기도가 이루어 지리라는 확신을 가져본다.
누군가가 신령으로 쌓은 돌탑사이로 건너편
의상대가 호젓한 풍광을 보여 준다.
산위에서 부는 바람 맞으며 넓은 세상을
조명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어디선가 신령스러운 기운이 솟구치는 듯 하다.
금강암에서 얼마 오르지 않아 정상이다.
묘하게도 정상은 따뜻했다.
이름 있는 산들이 시야에 보이고 바다의 모습이
넓게 펼쳐진 들판과 한데 어우려져 장관이다.
팔영산과 조계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새해 첫 산행 기념 정상식을 가졌다.
나즈막한 능선 같은 정상이지만 대형 돌탑이
보이고 667.9미터의 푯말을 기점으로
저마다 소망하는 바를 외이며 함성을 올렸다.
호남의 심장에서 외친 무한의 외침이었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을 먹었다.
하산길은 약간의 눈이 내려 미끄러웠다.
산위에 부는 바람은 최고조의 위세를 떨쳤다.
손가락에 통증이 오는 매서운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신나게 산을 내려왔다.
호남 들녘에 혹한이 지나가는 소리가
마음속가지 움추려 들게 한다.
낙안읍성 민속촌 관람이 시작되었다.
전형적인 농촌의 옛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민속촌의 모습이 풍요롭다.
시장터에는 어릴적 모습 그대로다.
대장간에서 농기구를 담금질하는 촌노인의
모습에서 회한의 동심으로 돌아간다.
400여년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마을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돌담넘어 다닥이 붇어있는
전통가옥을 바라보며 1세기 전 그 시절의
경제상황과 생활모습을 생생하게 느끼게 했다.
역사의 수레바뀌가 알려준 교훈은
가난하고 어려운 세상을 살면서도 소박하고
순박한 인심을 느끼게 한다는 것.
그런 조상들이 살아온 과정이 있기에
문명의 흐름을 타고 현재의 우리가 풍요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겨본다.
마을 복판을 가로질러 가가호호 모습을 구경했다.
베를 짜는 집도있고 연못도 갖춘 고을이다.
소를 모는 돌쇠의 강인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읍주위를 애워사고 있는 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현실감과 생동감을 갖게했다.
15년 전에 복원한 것이라 한다.
드라마속에서나 봄직한 모습들을 보고 있다
것이 신기롭게 여겨진다.
대장금 등 전통 TV드라마와 영화를 직었던 흔적이
곳곳에 여려 있고 전통가옥의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준 민속촌이었다.
연못속의 그림자가 역사를 생생하게 말이라도
하는 듯 물결이 일때마다 생동감있는 모습을
하고 긴 이야기를 해줄 것 만 같다.
민속촌의 문화를 집대성하여 전시하고있는
기념관에는 온방이 되어 따뜻했다.
봄이오면 넉넉하게 움직이는 생활상이 보이고
한 시대를 지배했던 역사의 흔적들을 적나라하게
전시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전통놀이와 관혼상제의 문화가 잘 묘사되어 있다.
신랑이 되어 그때를 회고해 본다.
제사날이면 집안식구가 모두 모이고 제문을 읽던
어릴적 기억이 새롭게 일어난다.
조상을 섬기는 농경사회의 풍습을 본 것 같다.
상을 당한 상주의 슬픔이 흘러나온 듯 하고
부모를 공경하는 전통이 엿 보인다.
돌아가신 부모에 대한 자식으로서의 후회가
막심한 상주는 연신 죄인의 모습이다.
사계절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조감도가 있고 각종 농기구와 생활품들이
잘 정리되어 전시되고 있었다.
농악을 재현 해주는 모형이 실감난다.
당시의 문화생활은 대중적이었고
다양성은 없지만 고유의 울림이 있었다.
축제인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이 단합과
화합으로 살아가는 당시의 모습을 엿보게했다.
다다양한 음식문화를 한곳에 모아 전시하고 있다.
특히 남도의 음식솜씨는 일품이라는 것을
이곳에서 알 수가 있었다.
고을 행정관인 사또가 있었던 동헌에는 그야말로
당시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갖도록
잘 보존되어 있었다.
죄를 다스리는 무시무시한 사또의 눈이 매섭다.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동헌의 실태를
실제로 보게 되어 감회롭다.
죄인에게 채벌을 가하는 모습이 징그럽게 한다.
죄인의 혹한 모습을 보면서 역사의 굴레에
대한 아이러니를 느꼈다.
몰매를 맞을 죄인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시또가 기거하고 있는 별실에도 생생한
당시의 생활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있었다.
어쩐지 순박한 삶의 살아간 흔적들이 베여
있는 그곳에서 살아있는 역사를 본 듯하다.
한 시간 동안의 읍성관관을 마치고 오뎅국으로
추위를 극복했다.
이와중에서도 하산주를 준비하느라 노고가 많은
총무님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새해는 떡국을 먹는다고 떡을 찬조해주신
박순자이사님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신년 첫 산행은 테마산행으로 테이프를 끊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마무리한 산행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체험한 하루였다.
혹한 속에서도 기쁨을 찾아 나선 하루였다.
많은 날을 두고 산과 함께 할 우리는
늘 건겅하고 즐거움으로 살아가야 한다.
저마다 취미와 살아가는 방법이 있듯이
등산애호가인 우리는 산꾼으로서의 보람과
즐거움이 늘 함께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