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유명축제 스토리텔링 가미…부산은 역사적 유산 활용 못해
- 작년 68개 행사 예산 200억 들어
- 올해 통폐합 36개로 줄었지만 보다 강력한 구조조정 필요
부산은 아름다운 바다와 산, 강을 모두 갖고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또 중세시대부터 지금까지 대륙과 일본 등 섬나라를 잇는 가교 또는 관문역할을 했고, 한국전쟁 당시에는 전국의 피란민이 모이는 등 풍부한 역사적 유산과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는 도시다. 그러나 부산은 이러한 자연적, 역사적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에서 열리는 축제 대부분이 천편일률적이고 특색이 없다는 점이 이 같은 사실을 방증한다.
■부산의 축제, 부산 만의 색깔을 입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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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불꽃축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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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대표적인 축제인 부산불꽃축제나 부산바다축제는 투입되는 예산 등 규모 면에서는 국내는 물론 세계의 어느 축제에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축제는 부산이 가진 고유한 색깔이나 스토리텔링을 갖추지 못해 지역 축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 같은 점에서 세계의 유명 축제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1년 내내 유명한 축제가 열리는 스페인에서도 '발렌시아 불꽃축제(Las Fallas of Valencia)'는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매년 3월 15~19일 발렌시아 지방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목수의 수호 성자로 알려진 성 요셉을 기념하는 축제다. 성 요셉이 추운 겨울을 무사히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며 축제 마지막 날 유명인이나 정치인을 풍자한 거대한 인형을 한꺼번에 불태우는 장관을 연출한다. 임주인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연구교수는 "스페인 지역은 이민족과 전쟁이 많았던 곳이다 보니 사람들이 용맹하고 모험을 즐기는 성향이 강해 축제 문화가 발달했다"며 "쥐불놀이 하나에도 성인의 이름을 붙이는 등 예로부터 내려온 기독교 정신과 문화가 축제로 승화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까운 일본 또한 축제의 나라다. 특히 일본의 3대 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교토의 '기온 마츠리(축제)'는 해마다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기온 마츠리는 매년 7월 한 달 동안 열리며 16, 17, 18일 절정에 이른다. 16일 시내 교통을 통제할 정도로 화려한 전야제가 펼쳐진 뒤 17일에는 32개의 대형 가마(야마보코)가 행진하는 광경을 연출한다. 이른바 대형 가마들의 행진인 '야마보코 순행'이다. 최고 높이 20m가 넘는 대형 가마들이 200m 간격으로 4~5㎞ 줄지어 행진하는 모습에 관광객들은 눈을 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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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읍성역사축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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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마츠리는 지금으로부터 1100여 년 전 교토에 전염병이 유행하자 신으로 모셨던 우두천왕(牛頭天王)의 노여움이라 여긴 사람들이 전국 66개 행정단위를 상징하는 가마 66개를 만들어 제사를 지냈던 것에서 기원했다. 김문길 부산외대 일본어학부 교수는 "경제적 목적으로 축제를 활성화시키면서 일본은 조그만 역사적 뿌리라도 깊게 연구해 크게 키웠다"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역사적 전통이 깊지만 발굴하지 못한 전통 문화가 많고 설사 발굴했다 하더라도 계승해서 축제에 접목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들은 하나같이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역의 특성을 잘 반영하면서도 축제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했다는 점이다. 향토사학자 주용택 씨는 "부산에는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황옥공주 설화'를 비롯해 임진왜란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동래읍성 등 역사적 유산이 풍부하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부산이 갖고 있는 설화나 역사적 사실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 축제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색 없는 축제, 과감한 구조조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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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축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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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지역에서 열린 축제는 부산시 주관 13개를 비롯해 무려 68개에 달했다. 축제를 준비하는 예산만도 200억 원에 가까워 축제를 한 번 여는 데 평균 3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다. 부산지역의 축제는 1995년 민선자치제 실시 이후 단체장들의 '치적 쌓기용'으로 활용되면서 1998년 27개이던 것이 2005년 59개로 늘었고, 지난해 68개로 최고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자 부산시는 올해 초부터 비슷한 종류의 축제를 통폐합하는 등 축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결과로 68개이던 축제는 올해 46개로 줄었고, 이 가운데 10개는 지자체의 사정 등으로 인해 취소돼 올해 부산에서는 모두 36개의 축제가 이미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축제와 유사하거나 지역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지역주민들의 '마을잔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축제들이 난립해 보다 강력한 축제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올해 부산에서 이미 열렸거나 열릴 예정인 구 단위의 축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관광문화축제로 지정된 것은 중구의 자갈치축제와 수영구의 광안리어방축제 등 단 2개뿐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시 단위로 열리는 축제는 여러 가지 요소를 가미해 명품 축제로 발전시키고, 구 단위의 우수 축제는 지원을 강화해 경쟁력 없는 축제가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방향으로 축제의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박봉규 동의대 교수 제언
- "관람 위주 개막식에만 몰입, 기획력·전문성 강화 필요"
부산시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위원으로 오랫동안 부산지역의 축제를 평가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박봉규(사진)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부산지역 축제의 문제점을 ▷축제의 주제와 문화적 콘텐츠 빈곤 ▷기획력 및 전문성 부족 ▷주민참여프로그램 저조 ▷상품 개발 및 홍보 부족 등으로 요약했다. 박 교수는 "현재 부산의 축제는 구경 위주의 개막식에 너무 많은 예산을 들이고 있다"면서 "또 담당자의 잦은 교체와 업무 과중에다 5월과 10월에 축제가 집중되는 것도 차별성 부재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부산 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지역의 색깔 살리기 ▷일탈성 등 축제 기본성격에 충실 ▷축제 추진체계의 전문성 강화 ▷다른 문화상품과의 연계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최우수 축제'로 뽑힌 적이 있는 축제들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주제를 특화시켰다는 점에서, 강진 청자문화제는 지역의 역사성을 축제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높이 살 만하다는 설명이다. 또 보령 머드축제는 일탈에서 오는 기쁨을 강화했고, 진주 유등축제는 역사적 사실의 스토리텔링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부산의 축제가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부산은 산, 바다, 강을 아우른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성을 갖고 있는 만큼 축제에 참신한 기획과 콘텐츠, 스토리텔링을 가미한다면 세계적인 명품 축제로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축제 현황 (2010년 개최 기준) |
축제명 |
축제기간 |
주요행사 |
부산바다축제 |
8.1~9 |
현인가요제, 해양스포츠, 록페스티벌 등 40여 개 행사 |
부산불꽃축제 |
10.22~23 |
미디어아트쇼, 첨단멀티불꽃쇼 |
부산해넘이· 해맞이축제 |
12.31~1.1 |
다대포 해넘이, 타종식, 해운대 해맞이 |
부산국제 록페스티벌 |
8.6~8 |
라이브콘서트 |
부산국제매직 페스티벌 |
8.4~8 |
매직갈라쇼, 코미디마술, 매직 프린지 |
부산항축제 |
5.28~30 |
부산항·터미널 항만투어, 국제교류행사 |
부산국제 어린이영화제 |
8.11~15 |
일반상영, 공모전, 체험전 |
부산국제영화제 |
10.7~15 |
영화상영,핸드프린팅, 아시아필름마켓 |
광복로문화축제 |
6.11~12 |
7080콘서트, 광복로 할인장터 |
보수동책방골목 문화행사 |
9.10~12 |
음악회, 도서관련 전시회 |
40계단문화축제 |
10월 중 |
사물놀이,힙합댄스공연, 40계단 가요콩쿠르 |
부산자갈치축제 |
10.13~17 |
오이소 보이소 노이소마당, 길놀이 |
부산트리문화축제 |
12.1~2011.1.2 |
점등식,문화공연,광복동상가 할인행사 |
구덕골 문화예술제 |
9.11~12 |
문화공연, 사진전, 서예전 |
부산고등어축제 |
10.29~31 |
활어잡기, 고등어요리 개발 및 경연대회 |
차이나타운특구축제 |
6.12~6.13 |
한·중 문화 공연 및 체험 |
부산영도다리축제 |
9.3~5 |
피난민가장행렬, 사진촬영대회, 다리 위 예술공연 |
행복영도만들기 희망의 빛 축제 |
11.26~2011.1.2 |
점등식, 작은음악회 |
우리문화체험 축제마당(취소) |
4.10~11 |
놀이마당, 전시마당, 체험마당 |
동래읍성역사축제 |
10.8~10 |
동래성 전투 재현, 동래부사행렬, 길놀이 |
낙동민속예술제 |
10.24-25 |
민속경기, 민속경연 및 공연, 문예행사, |
해운대달맞이 온천축제 |
2.28 |
길놀이, 월령기원제, 달집태우기 |
달맞이언덕 철학축제 |
8.7~8 |
저자와의 만남, 북 토크쇼, 주제토론회 |
해운대모래축제 |
6.4~7 |
모래작품전, 비치발리볼, 씨름왕선발대회 |
동백섬문화 관광축제 |
10.3 |
다례제, 시낭송회, 학춤 공연 |
낙조분수 사계절꺼리 운영 |
3~11월 |
음악회, 스포츠, 예술경연대회, 전시 등 |
금정예술제 |
10.8~10 |
불꽃쇼, 백일장, 사생대회 |
대저토마토축제 |
4.4~5 |
토마토생태 탐방 걷기대회, 토마토 품평회 |
명지전어축제 |
8.25~27 |
은빛가요제, 주부마라톤대회, 국악한마당 |
광안리어방축제 |
6.11~13 |
길놀이, 진두어화, 어방그물끌기, 해양스포츠체험 |
광대연극제 |
8.14~16 |
광안리 해수욕장 야외 무료 연극공연 |
기장갯마을 마당극축제 |
7.31~8.2 |
테마 마당극 공연, 아지매 한마당 |
기장멸치축제 |
4.16~18 |
대변항가요제, 멸치털이,멸치비비기 |
철마한우 불고기축제 |
10월 중 |
철마한우불고기먹거리장터, 민물고기 잡기체험 |
차성문화제 |
2011.5 |
문화탐방,기장향교 유생 공부,전통음식전시회 |
기장붕장어축제 |
10월 중 |
붕장어 이어달리기, 붕장어 정량 달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