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8.23. 공감5시
제목: 월학리 냇강마을
1. 오늘은 월학리 냇강마을에 대해서 소개해 주신다고요. 냇강마을 그 이름이 아름다운데, 어디에 있는 곳인가요?
냇강마을은 그 이름처럼 강가에 있는 아담한 시골입니다. 강촌이라 할 수 있는 데, 예전에 대통령(이명박)이 여름 휴양지로 추천을 하고, 문화관광부장관(유인촌)이 두 번이나 다녀간 곳입니다. 주소는 인제군 서화면 월학리에 있습니다. 월학리는 달 월(月)자 학 학(鶴)자를 써서 달빛에 학이 날아 노니는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마을 앞에는 인북천이 흐르고 뒤에는 봉화산이 있어서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마을입니다.
2. 달빛에 학이 날아 노니는 배산임수의 마을이라. 상상만 해도 상당히 아름답다는 것을 알 수 있군요. 그런데 왜 냇강이란 말이 붙은 거지요?
원래 이 마을의 이름은 말거리라는 자연마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거리는 마을 뒤에 있는 산의 형상이 말의 모양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지금은 냇강이란 말을 더 많이 쓰고 있는데, 냇강이란 말은 이 지역 사람들이 마을 앞을 흐르는 인북천을 부르던 이름입니다. 강의 물 흐름에 따른 내와 강을 합하여 부른 일종의 합성어입니다. 강을 부르던 이름이 마을사업을 하면서 고유명사로 바뀐 것입니다. 곧, 농촌전통테마마을과 산촌생태마을 및 새농어촌건설운동 등의 마을 사업을 하면서 붙인 것이지요. 그 때문에 지금은 말거리라는 이름보다 냇강마을이란 이름이 더 널리 쓰입니다. 또 다른 지명의 변천을 보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3. 말거리 보다는 냇강마을이 더 낫게 다가옵니다. 냇강이란 이름에 어울리게 이곳에는 마을사람들의 추억이 많이 서린 곳이라 생각되는데, 어떻습니까?
냇강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 풍부한 어족자원을 제공해 주고, 낮에 농사를 지으면서 흠뻑 흘렸던 땀을 식혀주고 멱을 감는 장소로 더 없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낮에는 아이들이 고기도 잡고 수영도 하고요, 저녁이면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땀을 씻었습니다.
4. 농촌의 강 풍경이 보지 않아도 그대로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강바닥에는 누더기바위라는 바위가 쫙 깔려있습니다. 워낙 아름다운 바위가 많아 마을사람들은 누더기같이 강바닥을 기워놓았다고 해서 누더기바위라 불렀답니다. 이 때문에 강의 또 다른 풍광을 볼 수 있습니다.
5. 오죽 강바닥이 아름다우면 누더기를 기운 것 같다고 누더기바위라 했을까요.
강의 풍광뿐만 아니라, 어족자원이 아주 풍부합니다. 피라미, 괘리, 메기, 빠가사리, 쏘가리, 눈치, 꺽지, 퉁가리, 모래무지, 수수미꾸리, 기름종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한강에 댐이 들어서기 전에는 뱀장어가 많아서 밤에 주낙을 놓으면 아침에 몇 마리씩 잡기도 했다고 합니다. 요즘도 쏘가리를 잡으러 가면 미꾸라지 숫자만큼 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6. 냇강이 이 마을사람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생활수단인 셈이었네요?
냇강에 어족자원이 풍부하고 강의 경관이 뛰어나서 이곳 냇강마을 사람들은 매년 마을 천렵을 자주 하였습니다. 천렵은 복날이나 칠석, 또는 호미씻이를 할 때 주로 하였는데, 여름이면 때를 가리지 않고 시간만 나면 강가에 가서 고기를 잡아 함께 나누어 먹었답니다. 천렵을 하는 주체는 또래, 마을 전체로 했으며, 또래들이 고기를 잡아 천렵을 할 때는 마을의 어르신을 모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미풍양속이 잘 지켜진 것을 볼 수 있지요. 고기는 주로 반두로 잡으며, 강가에 솥단지를 걸어 놓고 어죽이나 매운탕을 끓였습니다. 제가 마을을 찾으니 동네 사람들이 천렵하는 사진을 내 보이더라고요. 사진을 보니 정말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였습니다.
7. 여름에만 냇강을 찾은 것이 아닐 텐데요. 가을에는 어땠나요?
냇강마을 앞에는 강을 건너면 김장소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일 년에 한 번 마을 행사의 일원으로 김장소로 건너가는 섶다리를 놓았습니다. 이 섶다리는 가을에 설치하면 그 이듬해 장마가 지기 전까지 있었습니다. 장마가 져서 떠내려가면 가을에 또 놓았지요. 섶다리를 사람은 잘 건너는데 소를 몰고 가면 건너려 하지 않아서 앞에서 코뚜레를 잡아끌고 뒤에서 채찍질을 하면서 건너기도 했답니다. 섶다리는 통나무로 동발을 만들고 긴 나무를 걸쳐놓고 소나무 가지를 낫으로 찍어 걸친 다음 위에다가 흙을 덮어 사람과 짐승이 건널 수 있게 만든 다리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사람이 건너는 것은 이상이 없지만, 소가 건너기에는 무리가 있었지요.
8. 겨울풍경도 재미있을 듯합니다. 아무래도 산간지역이다 보니 강이 꽁꽁 얼잖아요?
인제는 꽤나 추운 곳이잖아요. 겨울이면 강은 꽁꽁 얼어서 앞마을 김장소까지 얼음을 밟고 건널 수 있습니다. 얼음이 얼면 아이들은 썰매를 타고, 어른들은 얼음을 깨고 고기잡이도 했습니다. 특히 정월대보름날이면 아이들은 얼음 위에서 달맞이를 하면서 망우리를 돌리기도 했고요. 겨울이라고 해서 냇강은 그냥 얼어 있는 것이 아니었지요. 사람들의 삶과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겨울에는 겨울답게 또 다른 풍경을 만든 겁니다. 하얀 얼음 위에서 돌축구를 하고, 얼음썰매를 타고, 깡통에 관솔을 넣어 불을 붙여 망우리를 돌리며 노는 모습은 가히 환상적입니다.
9. 여름, 가을, 겨울의 냇강 풍경을 보았는데, 봄에도 냇강에는 어떤 풍경이 있나요?
봄이면 진달래며, 철쭉 등 온갖 꽃들이 만발합니다. 들녘뿐 아니라 냇강 언저리에도 진달래가 만발합니다. 사진을 보니 아주머니들이 냇강가에 핀 꽃 옆에서 화전놀이를 하였습니다. 화전놀이는 마을 뒷산에서도 했지만, 냇강 가에서도 하였습니다. 보통 삼월이나 사월초파일에 많이 했답니다. 화전놀이를 할 때는 찹쌀가루로 반죽을 하여 진달래로 수를 놓아 꽃떡을 만들고, 그밖에 갖가지 음식을 가져가서 먹으면서 하루 노는 것입니다. 주로 여자들이 하는 놀이입니다. 장구며 북을 가져가서 두드리며 아라리, 어랑타령, 뱃노래 등을 부르면서 하루 종일 놀다가 집으로 돌아옵니다.
10. 냇강만의 독특한 풍속이라 느껴집니다. 요즘은 어떤 가요?
요즘에는 냇강이 농촌체험마을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냇강에는 뗏목을 띄워 놓았고요, 작은 배도 놓아서 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곳에 가면 냇강체험관이라 하여 아주 커다란 건물이 지어져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농촌마을 체험을 하고, 숙식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며칠 묵으면서 지내도 좋습니다.
특히, 정월대보름이면 달집태우기를 하고 사물놀이를 하면서 흥겨운 잔치마당을 벌입니다. 이밖에도 그네며 각종 민속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서 어른이고 아이고 모두 즐겁게 지낼 수 있습니다.
11. 가보고 싶은 곳인데요. 원래부터 이 마을은 전통이 잘 간직된 곳인가 봐요?
그렇기는 합니다만, 이 마을은 아픈 상처가 있습니다. 6.25한국전쟁 때 가장 전쟁이 심했던 곳 중의 하나입니다. 38선 이북에 있어서 인민통치를 받기도 했고요, 6.25전쟁으로 인해 모두 이곳을 떠나야 했습니다. 수복이 되고 나서 황무지로 변한 땅을 손으로 개간하여 옥토를 만들었습니다. 주민들의 고통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했지요. 그렇게 일군 땅이다 보니, 이곳 주민들은 애착이 더 갔고, 더 아름다운 마을로 가꾸고자 노력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오늘과 같은 멋진 마을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마을을 방문 했을 때, 활짝 웃으면서 맞이해 주시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어느 지역보다도 활기찬 곳이라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