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에서 우경이 일반화된 때는 502년이다. ‘삼국사기’에는 ‘(지증왕이 재위) 3년 순장 금지령을 내렸다. 처음으로 소를 이용하여 밭을 갈기 시작했다始用牛耕’라고 기록되어 있다.
김부식은 ‘처음’이라 했지만 실제로는 일반 농민들도 우경을 하게 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무튼 순장 금지, 우경 일반화, 울릉도 점령, 국왕 칭호 사용 등을 보면 지증왕은 예사 권력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우경은 그로부터 1460년 이상 계속되었다. 사람이 팔다리로 농사를 짓는 데 견줘 우경은 획기적 생산 증대를 이루었다. 하지만 그 후 1460년이 지나도록 더 이상 놀라운 농경술은 창조되지 못했다.
대동공업이 1962년 경운기를 생산했다. 다시 1968년 농업용 트랙터, 1982년 콤바인이 태어났다. 농사 때문에 ‘재산 1호’로 외양간을 지켰던 농민들은 그 이후 먹을거리 ‘한우’로 소를 키웠다. 우경 중심 농경술은 불과 2∼30년 만에 완전히 기계화로 상전벽해의 변화를 이루었다.
과학의 급격한 발달에 따라 사람들의 경외 대상도 바뀌었다. 호랑이 등 산신을 두려워하고 벼락 등 하늘의 노여움을 무서워하던 인간이 ‘프랑켄슈타인 증후군’ 같은 최첨단 공포 앞에서 떨게 되었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했다.
프랑켄슈타인은 영국 작가 메리 셸리가 1818년 3월11일 발간한 괴기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괴물이다. (셸리는 3월3일 소개한 윌리엄 고드윈의 딸이다.) 물리학자 프랑켄슈타인은 죽은 사람의 뼈로 만든 신장 244cm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괴물은 자신의 추악한 모습에 반감을 품고 프랑켄슈타인의 동생과 신부를 차례로 죽인다. 복수를 위해 북극까지 괴물의 뒤를 쫓아갔던 프랑켄슈타인은 탐험선 안에서 참혹하게 죽고, 그의 절명을 확인한 괴물은 스스로 몸을 불태우겠다고 말한 후 사라진다.
로봇 등 인간이 만든 물건이 인류를 멸망시키고 자신도 그에게 살해될 것을 걱정하는 병을 프랑켄슈타인 증후군이라 한다. 하늘이 무너질까 불면에 빠지는 기우杞憂처럼 여겨지지만 최첨단 과학의 믿을 수 없는 초고속 발달을 보면 현실화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인간은 ‘공동체’라는 말이 붙는 곳에서 살 때 행복하다. 그래서 원시공동체 시기의 인류가 가장 행복을 누렸다는 견해도 있다. 과학발달 무한경쟁이 아니라 정을 나누며 모두가 따뜻하게 살아가는 지구촌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