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좋아하는 만화 심슨에서는 도저히 심슨의 딸로 보이지 않는 리사 심슨이 채식을 하게 된 동기와 그 어려운 과정이 나옵니다. 축제에 참가했다가 발견한 귀여운 꼬마양의 모습에 육식주의자 심슨의 권한 고깃덩어리를 도저히 먹을 수 없었던 리사는 고기를 먹으려고 할때마다 양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결국 채식을 결심하게 되죠. (적어놓고 보니 어딘가 모르게 양들의 침묵의 오마주...?) 하지만 고기를 먹지 않으려하는 그녀의 외침과 바람은 주변 사람들의 짖궂은 오지랖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까다롭고 골치 아픈 아이 리사는 채식까지 선언함으로서 정말 구제할 수 없는 꼴통 취급을 받게 되지요. "리사. 고기를 먹어. 그래야 튼튼해지는거야."

고기로 범람한 세계를 피해 겨우 그녀가 찾은 휴식 같은 장소는 희귀한 미국 발음으로 놀림을 받던 아푸의 슈퍼마켓에 숨겨진 비밀의 장소였습니다. 여기서 발견한 심슨의 재미있고 짖궂은 장난은 바로 폴매카트니와 그의 아내 리사매카트니 역시 그 장소에 함께 숨어있었다는 거였어요. "언제쯤이면 세상에 있는 바보들이 단지 채소, 과일, 곡식, 치즈를 먹어도 아주 건강해질 수 있다는걸 알게 될까요?" 이런 울트라 슈퍼스타까지 고기의 역습에 숨어서 채식을 찬양해야할만큼 채식주의자의 편견이 대단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장면이었죠.

그나마 이런 채식주의자의 존재 자체는 인정이 되는 미국도 이정도일진데 채식을 한다는 자체가 정말 미친 사람 취급을 받는, 그 선언 자체의 존엄성마저 인정 받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채식 선언은 과연 어떠할까요. 이효리가 채식을 선언하고 많은 시간이 흘렀지요. 그동안 수많은 기자와 언론들 그리고 소수의 네티즌들은 이효리의 채식을 막기 위한 불도저들 같았습니다. 모피를 거부하고 채식을 먹겠다고? 그럼 니가 입은 가죽 자켓부터 벗어. 악어백을 받았다고? 그건 어떻게 처리할 건데? 너 피부에 난 그건 뭐야? 비립종? 팔의 알러지? 채식을 하니까 그렇지. 이 까탈스런 여편네야. 전부를 못할 거면 하나도 버려!

등등 쏟아지는 편견과 몰지각한 발언들에 이효리도 힘들었나 봅니다. "저도 제가 언제 바뀔지 몰라요" 미리 주술을 걸듯 배리어를 친 이효리의 발언은 이후 "할 수 있는 걸 하나씩 늘려가면 되는 거지. 다 하려고 하면 하나도 못하게 되잖아요" 라는 말로 연예인 이효리에게 주렁주렁 매달린 기대와 바람 그리고 비난에 대한 역설적인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이런 이효리에게서 무려 9년간 채식을 했다는 이하늬의 비건 베이킹은 그녀에게 많은 진리와 깨우침을 가져다주었는데요. 저도 가끔씩 즐겨 시청하는 우리나라 비건 푸드의 몇 안되는 스타 창시자 이하늬는 슈퍼모델 출신이면서도 결코 깡마르지 않은 건강한 몸매로 많은이들의 워너비 모델의 가치를 가지고 있죠. 이런 건강한 몸매의 그녀가 9년간 채식을 하며 심지어 그 동기와 이유가 몸매나 미를 가꾸기 위한 것이 아닌 동생을 향한 사랑이었음이 알려졌을때 그 마음은 제게 큰 가르침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사실은... 제 동생은 태어났을때부터 채식을 했어요. 단백질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져서...그래서 선천적으로 했어야만하는.. 어렸을적부터 고기가 먹고 싶으면 울고 막 그랬어요. 그런걸 막 보면서 나는 생각하는거랑 내가 실천하는거랑 똑같이 살아야지. 이런 다짐을 했어요."

단백질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동생이 고기를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어 우는 힘겨운 모습을 보고 채식을 결심한 그녀는 그녀의 결심이 단순한 생각이 아닌 실천으로 이어져야한다는 다짐으로 9년간 채식을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무려 스무살때 이런 예쁜 마음을 가지고 타인을 향한 배려심으로 자신마저 고기를 끊은 것은 물론 그 실천이 9년간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단한 노력이라고 밖에 할말이 없지요.

이효리는 9년간 채식을 한 스타 채식주의자의 선배님 이하늬의 말을 듣고 많은 교감을 얻은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하늬의 이런 실천과 깨우침 그리고 동기는 이효리의 마음가짐과 거의 흡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채식을 하고,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둬도, 성인군자는 아니잖아요. 저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지만, 아직도 7성급 호텔 화장실을 쓰고 있고, 부족한 점도 많아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하나하나 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All or Nothing’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다 하든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거죠. 그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할 수 있는 걸 하나씩 늘려가면 되는 거지. 다 하려고 하면 하나도 못하게 되잖아요. 저도 그랬었거든요. 동물을 좋아하지만, 모피를 반대하면 내가 가죽도 못 입고, 우유 광고도 못할 거고…… 솔직히 동물성 제품인 화장품도 쓰면 안 되는 거잖아요. 제 주변의 연예인들도 동물을 사랑하지만 그런 발언을 하는 일을 많이 부담스러워해요. 그런 사람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어요. 한 가지든, 두 가지든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의미 있는 거라고요.”
할 수 있는 걸 하나씩 늘려가면 되지 하나를 못한다고해서 다 버리면 단 하나도 못하게 된다는. 올 오어 나띵론으로 세상의 모든 가치를 치부하고 이효리에게 많은 짐을 지우는 사람들이 꼭 들었으면, 그리고 봤으면 하는 한마디더군요. 한국의 리사 심슨으로 살아가는 이효리와 이하늬. 어려운 숙제를 현명하게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을 미리 깨우친 그녀의 지혜가 감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