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신청해버린 춘천마라톤대회가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걱정이 태산이었다.
올해안에 풀코스 10회 완주와 춘천마라톤대회에 꼭 한번 참석하고 싶은 마음에서 일단 신청부터 해버렸다.
뭔가 목표가 있어야 운동다운 운동도 할 것같은 마음에서....
근데 마음만 있을 뿐이지 그동안 잇단 태풍과 여러가지 개인사정 그리고 여름날씨 등으로 고작 뛰어본 게
장거리라는 게 13킬로 정도였다.
그걸 갖고 춘마 풀코스 대회에 나갔다가는 중도 포기에다 회수차를 타기 꼭 알맞았다.
그러다가 달력을 봤더니 이번 주가 아니면 추석연휴 등으로 장거리를 뛸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 토요일 사려니숲에서 20킬로를 뛰려고 작정했으나 회원들의 불참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9월23일)에 장거리를 뛰기로 하고 회원들에게 문자를 보냈으나 한사람도 반응이 없었다.
부담없이 혼자 뛰면 되겠지 생각했다.
전날 밤 장거리를 뛸 준비를 마쳤다.
혼자서 막은내를 출발해서 연북로를 거쳐 다시 수목원을 지나 애조로를 돌아오는 37킬로를 뛸 생각으로~
마라톤복과 파워젤과 물, 배낭, 그리고 간식비 5천원을 비닐속에 넣었다.
최근에 애조로 중간지점에 하귀농협 장례예식장 옆에 작은 마트가 생겨 별도로 간식과 물을 준비하지 않더라도
돈 1~2천원 정도를 준비하면 물과 간식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알람을 새벽 4시반에 맞추고 일어나 집결장소인 영지학교로 차를 몰고 나갔다. 아무도 없겠지하는 마음으로~
부민장례예식장을 지나는데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와서 살펴보니 김병선 스테파노 형제가 뛰고 있었다. 너무 반가웠다.
차를 타고 같이 가자고 하니 달려서 가겠으니 먼저 가 있으라는 것이었다.
영지학교 앞 마트에서 기다리는데 김태선 요한과 현길순 안드레아가 왔다.
정말 반가운 마음이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근데 안드레아는 12월에 있는 역전마라톤대회를 준비한다고 수목원까지만 같이 갔다가 수목원에서 계속 뛴다고 한다.
역전대회가 아직 멀었으니 장거리 동반주하자고 하니 아니라고 말한다.
당초는 영지학교에서 동쪽으로 한마음병원 막은내까지 갔다가 다시 턴한 후 연북로로 접어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 계획을 접고 김태선 요한과 김병선 스테파노 형제와 함께 수목원을 거쳐 애조로에 들어섰다.
영지학교에서부터 우리 뒤를 따라오던 한 사람이 합세했다.
애조로에 접어들자 주위가 밝아오기 시작했다.
호흡도 가볍고 발걸음도 가벼웠다.
애조로 아트월드 2킬로 구간(전체거리 10킬로 지점)에 이르자 스테파노와 다른 일행은 돌아가겠다고 한다.
스테파노 형제는 신제주 신시가지에서부터 영지학교로 와 우리와 합세했으니 거기에서 돌아간다고 해도 20킬로 이상을
뛰었다. 아마 스테파노 형제로서는 처음 장거리를 뛴 것이었다.
김태선 요한과 나는 파워젤을 하나 까먹고 수산봉을 향해 계속 뛰었다.
반환점인 애월 수산봉 인터체인지에서 잠간 쉬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반환점 이외에는 한번도 쉬지 않고 달렸다. 난 그런대로 몸이 가벼워 최상의 컨디션이었다.
그런데.....
애조로 마지막 구간인 마의 지점 2킬로 지점에 이르자 김태선 요한의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뒤로 조금씩 처지기 시작했다.
요즘 연습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았다. 그 구간은 나도 종종 걷고 뛰고 하던 곳이었는 그날따라 한번도 걷지 않고 뛰었다.
애조로를 지나자 연동성당 입구에서 강영철 마르코와 노은숙 마리아가 다른 코스를 뛰다가 마주쳤다.
같이 뛰었다.
수목원 주차장에서 이르자 제주마라톤클럽에서 준비한 물과 떡을 조금 얻어먹고 다시 뛰었다.
여기서 한가지 밝혀둘 게 있다.
나는 장거리를 뛸 때 25킬로 지점에 이르면 꼭 종아리에서 쥐가 나는 안 좋은 버릇이 있어 풀코스 완주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기록도 별로 좋지 못하고....
그래서 대비한 게 무릎 각반 같은 종아리 보호대(쥐가 나는 것을 방지해준다고 함)를 거금 6만원을 주고 구입해 그날 차고 뛰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25킬로 지점에 이르렀을 때나 완주할 때까지도 고질적인 종아리 쥐가 한번도 나지 않았다.
그 보호대가 쥐를 잡는 고양인가?
그리고 허벅지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 무릎까지 오는 타이즈를 입었다. 허벅지 근육을 잡아주라고..
수목원에 도착하자 강영철 마르코가 먼저 가라고 하면서 뒤에 처졌다.
이어 김태선 요한이 수목원 끝 지점에 이르자 도저히 뛰기 힘들다며 자신은 걸어서 가겠다며 먼저 가라는 것이었다.
요한에게 맡겼던 울트라용 베낭을 달라고 한 뒤 짊어진 채 연북로를 향했다.
이제 혼자다.
연북로 중간지점에 이르자 오른쪽 허벅지 쪽에서 통증이 오는 기미가 보였으나 애써 무시해버렸다. 그냥 견딜만 했다.
그랜드장례예식장 부근에 이르자 강영철 마르코가 차를 타고 오다가 화이팅을 웨쳐준다.
그러자 이제 아무도 없으니 영지학교까지만 갈까하는 유혹이 일기 시작했다.
몸이 힘드니 거기까지만 가도 34킬로는 뛰었잖으냐는 물리치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그러나 당초 목표가 37킬로였으니
걸어서라도 한마음병원 막은내까지 갔다가 오자고 이를 악물었다.
작은 동산도 힘이 부쳤다. 막은내를 턴했다. 해는 어느새 머리위를 이고 있고....
드디어 37킬로를 완주했다. 3시간40분.
영지교 앞에 세워둔 김태선 요한의 차도 보이지 않아 이미 돌아간 것 같았다.
혼자 몸을 풀면서 정말 맛있는 물을 먹었다.
하느님 고맙습니다. 오늘 완주할 수 있는 건강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주님 모든 찬미와 감사 그리고 흠숭을 받으소서.
37킬로 완주후 집에 와서 샤워하고 운동복 빨고 간단히 식사한 후 오전11시 교중미사에 참석한 뒤 사목회의에 참석했다.
그리고는 다시 외할머니 산소 벌초를 하고 벌초를 끝내자마자 또 벌초복장으로 빈첸시오 활동을 했다.
근데 이상하게 장거리를 뛰었는데 무릎이 아프거나 뻐근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신부님 강론중에 잠간 졸았던 것 말고는....
그리고는 밤에는 거실과 안방 등에 깔아둔 돗자리와 여름방석 등을 모두 걷고 카페트를 꺼내고 선풍기를
딲아 들여놓는 대작없을 밤 9시까지 했다.
그 다음에는 손녀 목욕을 시켰다.(**우리집 손녀는 외할아버지가 목욕시켜줘야만 합니다)
아~ 정말 ~바쁜 하루를 마치고 이제 잠자리에 들기전 이 글을 씁니다.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완주한 것 축하하고요
춘천에서는 좋은 소식이 있을것 같습니다.
요즘은 사무실일과 집안일 성당일 같이 겹쳐서 시간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네요
시간나는데로 훈련토록 하겠습니다..
회장님의 장런훈련을 몰랐네요 저도 요즘 훈련이 안되어 걱정입니다. 일욜은 도르미횐들과 16키로 겨우 뛰었습니다. 춘천대회 완주후 웃는 모습으로 골인해야하는데 일욜도 일직근무가 아님 장런을 같이 할 수 있었는데--- 그날 제마클과 울트라도 장런을 하더라구요 암튼 수고 하셨습니다. 저도 이번주 함 날 잡아서 야간 장런을 하렵니다.
대단한 체력입니다. 춘마에서 좋은 결과로 골인하실 겁니다. 화이팅 !!!!
회장 모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