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우리가 일상의 예술가가 되어 산다면 결코 무의미한 시간은 없을 것입니다.
작은 조각조각 하나하나가 우리의 삶을 이루고 있을 때 시간을 흘러보내지 않고 살 수도 있을거구요! 허나 막상 현실 속에서 살아가다보면 그런 느낌으로 온전히 살아가기란 솔직히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한 몸뚱아리를 산이라는 넉넉한 품에 첨벙---던져지는 순간부터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이름할 수 없는 오묘한 느낌을 새삼 만끽하고저 지난 8월26일 디딤돌산학회 일원으로 경기도 가평 강씨봉 명지계곡으로 달려갔습니다. 2시간 여 달려 도착한 강씨봉 자연휴양림 입구. 간단한 산행전 몸풀기체조를 마친 우리는 웃고 떠들며 강씨봉의 숨은 속살을 헤집고저 스타트를 뗐습니다.
폭정과 다를 바 없는 유례없는 무더위가 한 달 넘게 군림하였지만 강씨봉이란 이름표를 붙인 숲은 변함없이 녹색의 바다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저렇듯 태연하게 푸른 빛을 내비치며 흐트러짐 없이 온전히 제모습을 지킬 수 있을까?! 저게 바로 어떤 상황에서도 오로지 인내와 침묵으로 초지일관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는 숲의 속성일까?!...
저도모르게 신비함과 더불어 푸른 숲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러 났습니다.
아침 이슬을 함뿍 머금은 풀잎들이 내뿜는 특유의 청신한 내음,그리고 천연휴양림에서 뿜어져오는 가슴을 적시는 싱그러움에 금시 가슴이 뻥-- 뚫리는 쾌적한 느낌이었습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휴양림에서 찌든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를 순간적으로 감안할 수 있었습니다.
휴양림입구의 멀지않은 숲 사이사이에 지어진 이국적인 풍경의 펜션이 은근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맑은 계곡이 감싸안은 푸른 숲,울창한 천연림 속에 잘 정비되어 있는 산책로,산간오지의 고요한 쉼터만 같은 계곡길! 왜서 사람들이 유독 이곳으로 발길을 향하는지 알것 같았습니다.
얄미운 폭염이 상대적으로 꼬리 내린 날씨였지만,
그리고 생각과는 달리 비교적 완만한 산행길이였지만 필경은 산행인지라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저도모르게 얼굴에 지도를 그렸습니다.
지궂게 흘러내리는 땀때문인지?옥빛 물결 일렁이며 흘러내리는 계곡수의 유혹때문인지 몇몇 회원님들은 중도에서 계곡으로 슬거머니 스며들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해만세를 속으로 되뇌이며 대부분 회원님들은 정상을 향한 발걸음을 오히려 다그쳤습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산새들의 청아한 우짖음,계곡수의 잔잔한 노래소리,그리고 강씨봉 흑토에서 풍기는 특유의 구수한 흙냄새에 취하여
오르다보니 솔직히 그렇게 버겁게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잠시 호흡 조절 하느라 걸음을 멈추는 순간 시선에 포착된 이름모를 작은 야생화!
아무도 돌아보지 않고 보살펴 주지 않아도 섭섭해하지도 않고 투정부리지도 않는, 저절로 아름답게 피었다 소리 없이 지는 야생화의 모습에서 순간 겸손과 침묵의 아름다움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얀 몸매 자랑하며 오손도손 오붓이 공동체를 이룬 자작나무 숲과 물푸레나무 숲도 마치 군체를 형성하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방불케하는 것 같아서 너무 정겨웠습니다.
어느 정도 등반했을까! 능선의 거늘진 나무아래에 빙 둘러 앉아 시원한 막걸리 한잔에 과일 한 조각으로 웃고 떠들며 무랍없이 담소하는 회원들의 모습!
나이,학벌,직업과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얼굴에 웃음꽃 피워올리고 서로 마음을 터놓고 소통하는 편한 모습 바라보면서 이런 울타리야말로 진정 따뜻한 울타리이고 그안에서 저마다의 인생은 따뜻하게 데워지지 않을까 조용히 생각해보았습니다.
"나 왜 이렇게 힘들지? 1분만 쉬었다가요!"유달리 힘들어하며 애원에 가까운 목소리로 간청하는 이은영부총무님의 육성!
그 모습바라보던 어느 멋진 회원님이 선뜻 배낭을 받아 메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모습 바라보면서 진정한 인간미란 무엇인지를, 그리고 삶은 진정 끝없이 서로의 마음을 전하고 공감하며 보듬어주며 사는 일임이 분명함을 깨우쳤습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오르고 또 오르다보니 아득하게만 여겨지던 해발 830m 강씨봉 정상이 시선에 안겨왔습니다.
그처럼 힘겨워하던 여성회원님들은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웃고 떠들며 점프하는 모습을 렌즈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천만금을 얻은 것 보다 더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풍요로움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 때,그리고 성취감에 젖어들 때 그 순간은 모두가 진정한 부자가 됨을 나름 짐작해보았습니다....
강씨봉 정상에 흔적을 남긴 우리는 산행의 클라이막스를 위해 오매불망 기다려온 계곡을 향해 피로도 잊고 급급히 하산길에 올랐습니다.
여름산행은 뭐니뭐니해도 계곡입수가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강씨봉 산자락을 휘감아안고 흐르는 명지계곡에
풍덩 몸을 던지는 순간 솔직히 너무 시원한 느낌에 혹시 천국도 이런 세상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순간 빠졌습니다.
시름없이 물장구치며 깔깔 웃어대는 ,향이 회원님과 미다리총무님과 미자총무님 그리고 박기양대장님의 천진난만한 모습 바라보면서 빛바랜 추억의 페이지 속에 파란 동년의 순수함이 아련히 그대로 살아있음을 충분히 보아낼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어쩌면 인생은 순간순간을 기쁨으로 채우는 과정의 연속임을 세삼스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디딤돌식구님들과 인연이 되여 웃고 떠들며 가을을 마중할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다사다난 했던 2018년의 그 끈적끈적한 여름도 잊을 수 없지만 디딤돌식구님들과 함께 엮었던 그 따뜻한 사랑의 이야기도 영원히 가슴에 새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