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도심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봄꽃이라면 진달래는 약간의 다리품을 팔아야 볼 수 있는 꽃이다. 대부분 산 능선에 집단 군락지를 형성한다. 가까이에 있지만 쉽게 범접하기 어렵다. 가까이 하면 할수록 알 수 없는 님의 마음이랄까. 그래서인지 진달래에는 늘 많은 사연이 담겨있다. 진달래를 소재로 한 시와 노래가 유독 많은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남녘의 웬만한 산을 오르면 어렵지 않게 진달래를 발견할 수 있는데 경남 창녕에 위치한 화왕산(火旺山)은 이중에서도 손꼽히는 진달래 군락지이자 진달래 명소다. 가을이면 억새장관을 이루는 바로 그 곳이다. 봄이면 진달래로 불붙고, 정월대보름이면 억새를 태워 불이 붙는다. 높지 않은 산(757㎙)이지만 너무도 많은 볼거리가 있다.
창녕읍 말흘리 자하곡 매표소와 창녕읍 옥천리 옥천 매표소 2곳에 등산로가 있다. 자하곡을 택한다. 입구에는 벌써부터 꽃잔치가 벌어졌다. 진달래가 지천이다. 개나리와 벚꽃까지 가세했다. 그야말로 울긋불긋 꽃대궐이다. 개나리와 벚꽃은 이미 만개상태를 지나 영락(零落)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시작부터 경사가 가파르지만 상춘곡을 읊다 보면 힘들 겨를이 없다.
절에서 나와 오른쪽 길로 방향을 잡으니 산림욕장이다. 또 두갈래 길이 나온다. 인근 주민에게 진달래가 많이 핀 곳을 물으니 전망대 방향을 알려준다. 대신 길이 험
해 어느 정도의 고생은 각오하遮?당부의 말도 잊지 않는다.
산림욕장에서 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하늘을 가릴 듯이 솟은 소나무와 그 사이로 핀 진달래가 어우러져 오묘한 색채의 대비를 빚어낸다. 10분을 지나니 전망대이다. 뒤로 창녕읍내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물 한모금과 함께 신발끈을 단단히 묶는다.
전망대를 지나는 이 코스는 제1등산로라고 부른다. 대부분 바위여서 오르기 쉽지 않다. 암벽등산에 가깝다. 곳곳에 매달려 있는 로프에 의지해야 할 때가 많다. 대신 고생하는 만큼의 보답이 기다린다. 숨이 막힐 정도의 난코스이지만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다운 경치가 이어진다. 하나를 지나면 또 다른 바위산이 나타나지만, 바위에 올라 바라보는 풍광은 눈을 떼지 못할 정도의 즐거움을 준다.
네발짐승처럼 사지를 이용, 산을 오르기를 1시간, 드디어 바위산 정상이다. 배바위라는 곳이다. 바위틈이 좁아 사람들이 배를 붙이고 지나가야 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여기서부터 화왕산 정상까지는 평지나 다름없다. 5만6,000평규모의 분지이다. 억새군락지이자 진달래군락지이기도 하다. 사람 키만한 억새평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언뜻 언뜻 진달래 꽃봉오리가 보인다. 산 아래는 흐드러졌지만 이 곳은 지금부터 붙붙기 시작, 산능선을 따라 번져가고 있다. 17일을 전후해 붉게 물든 진달래 천국을 맛볼 수 있다.
화왕산 정상일대는 진달래와 억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쪽으로 향하면 용지(龍池)라는 연못이 나온다. 3군데에 물이 고여있다. 창녕 조씨의 시조가 잉태된 영지로 알려져 있다. 용지 옆으로 나 있는 화왕산성(사적 64호)도 볼거리. 대장금 칭호를 부여받은 의녀 서장금이 기뻐할 새도 없이 귀향을 떠나는 그의 연인 민정호를 쫓아 뛰어오는 애틋한 장면이 바로 이 곳에서 촬영됐다. 그러고 보니 이병훈 감독은 유독 화왕산에 애정이 깊은 모양이다. 산성 동문을 지나 관룡사로 가는 길에 그의 또 다른 대표작 ‘허준’과 ‘상도’를 찍은 세트장이 있다. 이 일대 역시 진달래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다.
올라올 때 전망대코스를 택했으니 제2등산로를 이용, 하산한다. 정상에서 내려와 오른쪽으로 길이 나있다. 내리막길 경사가 심해 조심해야 한다. 난코스가 400㎙ 가량이지만 이 길을 오르막길로 택했다면 느낌이 어땠을까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고개 이름이 ‘환장고개’란다.
오르막길이 너무 험해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숨이 거의 넘어간다고 해서 ‘깔딱고개’라고도 한다. 환장고개 입구에서 나머지 코스는 평이하다. 산을 내려오니 또 다시 벚꽃과 개나리가 나그네를 맞는다. 몸은 힘들지만 눈이 즐거운 여행이다.
가는 길
수도권에서 출발한다면 경부고속도로 금호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서대구 톨게이트를 지나 창녕IC로 나온다. 이전에는 구마고속도로였으나 최근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지명 통폐합으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통일됐다. 20번 국도를 따라 창녕읍 방향으로 오면 화왕산으로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대전-진주고속도로 종점인 진주에서 남해고속도로를 따라 내서분기점까지 온 뒤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 창녕IC로 빠져도 된다.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도로 상태가 좋은데다 교통체증이 거의 없어 시간이 절약될 가능성이 높다.
우포늪을 가려면 창녕IC에서 20번 국도를 따라 창녕읍 반대방향인 구미리, 용소리, 회룡을 지나면 도착한다. 이정표가 잘 나있어 찾기에 어렵지는 않다. 부곡온천은 중부내륙고속도로 영산IC에서 빠져나와 직진하면 된다.
버스를 이용하려면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창녕까지 하루 3차례, 부곡까지 하루 4차례 시외버스가 운행한다.
잘 곳
이왕 창녕에 왔다면 부곡온천에서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자. 국내 최고의 온천답게 단지 주변에 숙박시설이 많다. 부곡하와이관광호텔(055-536-6331), 로얄관광호텔(536-6661), 레이크힐스부곡호텔(536-5181), 일성부곡콘도(536-9870) 등 시설이 좋은 온천을 갖춘 호텔 9개가 밀집해있다. 부일온천(536-5420), 부곡장온천(536-5851), 남태평양호텔(536-6227) 등 부곡온천 일대 대부분 여관들도 자체 온천을 갖고 있다.
아침 일찍 화왕산을 오르고 싶다면 창녕읍내에 숙소를 정하는 것이 좋다. 한성장여관(532-3005), 신일장여관(530-1255), 창동여관(532-7017) 등. 화왕산 등산길에 있는 화왕산장(532-1069)은 최대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방갈로형 숙박시설을 마련하고 있다.
먹거리
부곡온천에 음식점이 밀집해있다. 공원숯불갈비(536-6555), 로얄숯불갈비(536-5103), 용정갈비(521-3990), 고향식육식당(536-1211) 등 갈비집들이 많다.
창녕읍에는 풍경레스토랑(533-1915), 석정산장식당(532-3077), 금성칡냉면(533-9966) 등이 있다.
70만평 우포늪에 내 시선이 빠졌다
◆ 볼거리 많은 창녕
우포늪, 수백종 식물·어류 생태寶庫
오포늪의 봄. 날이 따뜻해질수록 초록이 짙어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버려진 곳처럼 느껴지지만 다양한 생물이 존재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창녕은 신라시대 이전에 큰 세력을 형성했던 가야문화를 꽃피웠던 곳이다.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외로 다양한 유적이 산재해있다. 또 전국 최대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은 관광지도 적지 않다. 창녕에 가면 놓치지 말아야 할 대표적 명소를 소개한다. 숨겨진 보물을 찾아나서는 마음으로 둘러보자.
술정리 동삼층석탑
70만평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자연늪이다. 경남 창녕군 유어면, 이방면, 대합면 일대에 걸쳐있다. 우포늪, 목포늪, 사지포, 쪽지벌 등 4개의 습지를 통틀어 일컫는다. 낙동강의 범람으로 인해 생겨난 자연습지이다. 늪의 모습이 소의 목처럼 생겼다고 해서 우포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지금은 뭍도 아니고 물도 아니다. 그래서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앞으로 300년이 지나면 이 일대가 모두 육지가 된다는 학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 있는 습지의 중요성이 최근 학계에 알려지면서 우포늪의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우포늪은 낙동강의 홍수, 범람 등으로 인해 일반 강이나 호수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가시연꽃, 자운영, 생이가래, 갈대, 부들 등 500여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연못하루살이, 왕잠자리, 장구애비, 소금쟁이 등 50여종의 수생곤충이 발견되며, 뱀장어, 피라미, 잉어, 가물치 등 어류도 30여종에 달한다. 기러기, 고니, 청둥오리 등 천연기념물급 철새와 텃새도 이 곳에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생태계의 보고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1962년 고니 도래지로 인정받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지만 73년부터 고니가 오지않는다는 이유로 지정이 해제된 이후 환경훼손이 심각했다. 다행이 1997년 생태계 특별보전구역으로 지정되고, 98년 물새를 보호하는 국제협약인 세계람사협약에 따라 보존습지로 등록되면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부곡온천지구전경.
현행법상 지하수의 온도가 섭씨 25도 이상이면 온천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손님을 끌려면 최소 40도는 돼야하기에 원수를 끓여서 내놓는 온천들이 상당하다. 하지만 온천이 너무 뜨거워 식혀서 내놓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부곡온천이다. 온천원수의 온도가 78도이다. 국내에서 가장 높다. 부곡온천이 온천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것이 이 때문이다.
이 일대에 온천이 있었다는 기록은 동국여지승람에도 나오나 현대적인 온천개발은 73년부터 이뤄졌다. 온천지구 규모만 150만평이다. 유황성분이 다량 함유된 알칼리성 온천으로 피부질환, 신경통, 변비 등에 효험이 있다.
실제로 탕속에 몸을 담그면 차이점을 금방 알 수 있다. 피부가 매끄럽고 부드러워진다. 온천수를 그대로 마시면 당뇨병과 위장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반면 흥분작용이 강해 기질이 강한 사람이나 노약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교동고분군, 가야시대 무덤이 150여기
비화가야시대 왕릉이 밀집한 교동고분군.
창녕에서 밀양으로 가는 24번 국도변 양쪽으로 150여기의 무덤군이 늘어서있다. 5~6세기경 비화가야시대 왕들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사적 80, 81호로 지정돼있다. 안타깝게도 일제시대 때 대규모 발굴작업이 진행돼 이 곳에서 출토된 대다수 유물이 일본으로 유출됐다. 일부 출토된 은제띠고리, 청동그릇 등에서 신라시대의 흔적이 발견돼, 가야에서 신라로 문화가 흡수돼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인근 창녕박물관에 들르면 고분군의 조성방법과 형태 및 가야시대 창녕의 역사를 상세하게 알 수 있다.
국보급 유물 산재, 신라 最古 진흥왕 척경비
창녕 진흥왕척경비
창녕읍내에 국보급 유물이 산재해있다. 유적 표지판이 제대로 돼있지 않아 외지인들이 찾기가 수월하지 않다는 것이 흠. 주민들에게 물어 한 곳 한 곳 찾다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유물을 만날 수 있다.
우선 창녕읍내에 있는 만옥정공원에서는 진흥왕 척경비(국보 33호)를 만날 수 있다. 북한산, 황초령, 마운령 등에 세운 진흥왕 순수비와 비슷한 개념이다. 새 점령지를 다스리는 영토와 이에 관련된 사람을 나열해놓고 있다. 순수비보다 3년 가량 앞서 만들어진 신라 최고(最古)의 비석이다.
이 곳에서 1㎞거리에 있는 술정리 동삼층석탑(국보 34호)은 단아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석탑이다. 65년 석탑 해체과정에서 부처님 사리 7과가 나와 화제가 됐다. 현재 사리는 탑속에 있지만 사리를 담았던 용기와 사리병 등 유물은 덕수궁 박물관에 보관돼있다. 8세기 중엽 통일신라시대에 세워진 석탑으로 명쾌하고 장중한 기품이 흐르고 있어 불국사 석가탑에 버금가는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첫댓글 정말 멋진 영상이네여...덕분에 창녕구경 잘했습니다....한번 가봐야겠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