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동서화합을 기치로 내걸고 당시 분단 상태에 있던 독일의 통일을 기원하는 영화제로 시작된 베를린영화제가 이제 59회를 맞아 2월 5일부터 2월 15일까지 베를린에서 개최된다.
베니스(이탈리아)․칸(프랑스)과 더불어 세계 3대영화제의 하나로 손꼽히는 베를린영화제는 개막작을 시작으로 전세계에서 초청된 400여 편의 장단편 영화가 상영되는데, 상영작들은 다시 공식 경쟁부문을 비롯해 포럼과 파노라마, 유럽영화, 아동 영화제 등 별도의 섹션으로 나뉘어 포츠담광장 일대의 10여 개 상영관에서 상영된다. 또 시사회를 비롯해 독일 영화의 전망, 베를린 영화학교가 주최하는 심포지엄, 유럽 영화 회고전 등 해마다 별도의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베니스는 3대 영화제 중 가장 정치적이고 격조가 높은 것으로 유명한 영화제. 칸느와 베니스 영화제가 예술이나 상업적으로 발달된 데 반해, 베를린 영화제는 그동안 이념적이고, 정치적, 사회적인 주제를 다룬 작품성 있는 영화들을 선호해 왔다.
한국에서는 1958년 제8회 영화제 때 동아영화사의 《시집가는 날》을 처음으로 출품한 이래 거의 매년 극영화와 문화영화를 출품하고 있다. 1961년에는 강대진(姜大振) 감독의 《마부》가 특별 은곰상을, 1962년에는 전영선이 《이 생명 다하도록》에서 아동특별연기상을 수상하였고, 1994년에는 장선우(張善宇) 감독의 《화엄경》이 특별상인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수상하였다. 김기덕 감독은 2000년 《섬》, 2001년 《수취인 불명》, 2002년《나쁜 남자》로 3년 연속 국제영화제 진출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인터내셔널' 베를린 영화제 개막작 선정
전세계 190개국을 장악한 다국적 은행의 거대한 음모와 실체를 파헤치기 위한 한 남자의 끈질긴 추적을 그린 액션스릴러 인터내셔널이 2월 5일 개막되는 제5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인터내셔널은 평소 믿고 신뢰했던 은행이 사실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 살인은 물론 무기 암거래와 테러, 전쟁까지 일삼는 집단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로 세계 최초로 은행의 비리와 불신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주가 폭락, 유가 급등의 문제 등으로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경제 위기상황 속에서 '인터내셔널'은 은행에 대한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베를린 영화제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를 일으킬 2009년 최대 화제작 '인터내셔널'은 파격적인 소재뿐만 아니라 '향수'를 연출한 톰 튀크베어 감독의 섬세하고 세련된 연출 감각과 함께 할리우드에서 인정받은 액션명장 오우삼 감독이 기획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다국적 은행의 음모를 파헤치기 위한 인터폴 형사 루이 실린저(클라이브 오웬)의 끝없는 추격은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전세계 7개국의 로케이션을 통해 이국적인 풍광과 글로벌한 스케일 그리고 숨막히는 추격 액션이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할 최고의 액션 스릴을 선사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멋진 하루' 등 한국영화 7편 비경쟁부분에 참가
베를린영화제 조직위는 1월 27일 미국 영화 '단 하나뿐인 나의 것(My One and Only)'을 경쟁부문의 마지막 초청작으로 추가함으로써 26편을 모두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18개국에서 온 초청작중 10편은 미국, 14편은 유럽 영화이며 아시아 지역은 중국 천카이거(陳凱歌) 감독의 '메이란팡(梅蘭芳)', 이란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엘리에 관하여' 등 2편으로 집계됐다.
이중 26편의 초청작 가운데 17편은 월드 프리미어(세계 초연)이며 황금곰상을 놓고 경쟁하는 작품은 18편이다.
한국영화는 경쟁부문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5편이 포럼부문에 초청됐다. 이윤기 감독 '멋진 하루', 백승빈 감독 '장례식의 멤버', 이숙경 감독 '어떤 개인날', 노경태 감독 '허수아비들의 땅', 재미교포 김소영 감독 '민둥산'이 포럼부문에 초대받았다. 포럼부문은 베를린영화제 비경쟁섹션으로 감독들의 실험정신이 두드러지는 작품을 선정, 상영한다.
포럼부문은 비경쟁섹션으로 실험정신이 두드러지는 작품을 선정, 상영한다. 이 부문에는 한국의 결혼제도와 풍습을 다룬 '코리언 웨딩 체스트'(독일 울리케 오팅거 감독)도 포럼부문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또 청소년 영화부문인 '제너레이션 14플러스' 섹션에 정지연 감독의 단편 '봄에 피어나다', '컬리너리 시네마' 섹션에 민규동 감독의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등이 초대됐다. 개막작으로는 독일 톰 튀크베어 감독의 '인터내셔설'이 선정됐다.
디터 코슬릭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성명에서 "초청작들은 매우 뛰어난 예술 스타일로 세계화 시대에서 삶의 환경에 관한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인의 관점으로 본 '한국의 결혼제도'
'코리언 웨딩 체스트' 베를린영화제 세계최초 공개
한국의 결혼제도를 다룬 독일 유명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다음달 5일 개막하는 제5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될 예정이어서 이목이 집중된다.
1월 20일 베를린 영화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울리케 오팅거(67) 감독의 '코리언 웨딩 체스트(The Korean Wedding Chest)'가 포럼 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로 상영된다.
서울에서 촬영된 이 영화는 결혼제도를 통해 한국 전통과 현대성의 관계를 조명한 다큐멘터리로 오팅거 감독은 독일영화의 강한 전통을 잇는 표현주의 양식의 여성주의 영화를 만들어 왔다.
그는 지난해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개막작인 옴니버스 영화 '텐 텐'에 참여해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가 3주라는 짧은 시간에 제작한 단편 '서울 여성 행복'은 한국의 결혼제도를 살펴본 작품으로, '코리언 웨딩 체스트'의 발판이 됐다.
방한 당시 오팅거 감독은 "영화의 이미지를 결정하기 위해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결혼산업이 굉장히 크고 중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서울 여성 행복'의 연출 동기를 밝힌 바 있다.
<628호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