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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여수 시립도서관 본관(쌍봉도서관)의 아동자료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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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철 |
| 2년여 동안 일요일에 개방되지 않았던 여수시립도서관이 자의반 타의반, 연중무휴로 시민들에게 다가서게 됐다.
여수시립도서관은 2005년 7월, 국가 행정기관의 주 5일ㆍ40시간 근무와 때를 맞춰 도서관 휴관일을 월요일에서 일요일로 변경, 운영해 왔다. 하지만 여수시는 27일 자료실을 연중무휴로 전환했다. 본관(쌍봉도서관), 현암도서관, 돌산도서관, 소라도서관, 율촌도서관 등 5개 시립도서관 중 이용률 기준으로 본관과 현암도서관을 개방한 것.
이같이 여수시가 연중무휴 도서관으로 운영하게 된 것은 시민과 시민단체의 문제제기 때문. 여수지역사회연구소(이사장 김병호)는 지난 3월부터 '도서관 자료실 일요일 개방운동'으로 전국 도서관 운영 현황조사, 여수시립도서관 이용자 설문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시민ㆍ학생 서명운동, 개방 공문 등으로 여수시와 시의회를 압박했다.
이에 따라 여수시는 지난 18일, 시민단체 요구를 수용하고 한발 더 나아가 "평생학습도시 및 토ㆍ일요일 휴무 확대에 따른 독서 욕구 충족과 평생학습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연중무휴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힘입어 여수시립도서관은 전국 487개 국공립 도서관 중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6번째 도서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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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시립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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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철 |
| 시민의 힘과 노력으로 권리 찾았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도 같은 날 "여수시립도서관 자료실이 일요일에 개방되지 않아 시민 불편과 불만이 높았다"면서 "여수시에 시민 목소리를 전달하였으나 시정되지 않았던 것이 이제야 시민의 힘으로, 시민의 노력에 의해, 시민을 위한 권리를 찾았다"는 환영 논평을 발표했다.
27일 찾은 여수시립도서관 입구에는 '자료실을 일요일에도 운영한다'는 안내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아동자료실은 어린이 손을 잡고 찾은 부모들로 북적였다. 한 아버지는 책을 빌려 문을 나서면서 "2주에 한 번씩 책 20권을 빌린다"며 "평일 도서관 찾기가 불편했는데 아이들과 일요일에 책을 빌릴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여수시립도서관에 따르면 연중개방 첫날 도서관 이용객은 본관(쌍봉도서관) 300여명, 현암도서관 120여명, 돌산도서관 10명, 소라도서관 10명, 율촌도서관 5명 등 총 450여명.
여수시 화양면에서 버스를 타고 박혜린(2)ㆍ김예루(6)ㆍ강경집(10)ㆍ황금석(59)씨와 함께 온 조경희(29)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 도서관을 찾는데 연중무휴로 열려 주위에서 좋아한다"면서 "일요일에도 책을 볼 수 있어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강경집군은 "평일에는 학교 때문에 오기 힘든데 일요일에 개방되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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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여수시 화양면에서 버스를 타고 시립도서관을 찾은 (좌로부터) 김예루ㆍ박혜린ㆍ조경희ㆍ강경집ㆍ황금석씨. 조경희씨는 옆집 아이들까지 데리고 도서관을 찾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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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철 |
| 일요일 개방 않던 이유는 인력과 예산 부족
여수시립도서관 안내 책자에 따르면, 지난해 일일평균 이용자는 본관 1023명, 현암도서관 726명, 돌산도서관 112명, 소라도서관 204명, 율촌도서관 144명, 이동도서관 4만3356명 등 총 4만5565명. 대출 현황은 본관 1436권, 현암도서관 777권, 돌산도서관 172권, 소라도서관 395권, 율촌도서관 70권, 이동도서관 8만1102권 등 총 8만3952권.
이처럼 도서관 이용객이 많은데도 일요일 도서관 자료실 개방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인력과 예산부족 등으로 파악된다. 도서관법 제6조 사서직원 등에 따른 도서관법 시행령 제4조 1항의 규정에 맞출 경우 80명의 인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수시 정원규칙에 의거, 현재 38명이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도서관법 제29조 공립 공공도서관의 운영 및 지원 등의 규정 2항에는 '공립 공공도서관에 대하여는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회계에서 그 운영비를 부담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자체 부담을 명문화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운영비를 지자체에 넘기는 것은 고려되어야 할 시점이다.
이에 대해 도서관 관계자는 "전국 어느 도서관도 법에 맞게 운영되는 곳은 없으며, 절반 수준은 되어야 적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적정인원을 충당하려 해도 열악한 지자체 예산으로는 쉽지 않아 편법적인 인력 운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여수시도 시민들의 일요일 자료실 개방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12명의 주말 보조인력 채용으로 그 해결책을 찾고 있다. 이 보조 인력도 토요일, 일요일, 토ㆍ일요일 양일 근무 가능자 등으로 세분하는 인력 충원 방법으로 예산을 절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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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시립도서관 일반 자료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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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철 |
| 앞으로 학교도서관 등의 개방 확대까지 고려해야
주말 보조 인력 충원으로 인한 근무환경 변화에 대해 한 사서는 "월 2회 토ㆍ일요일 근무, 야근 2회 등 근무가 총 4회 늘어나게 된다"면서 "일이 고되기보다 남들 쉴 때 일한다는 게 문제며, 주말 보조인력 운영으로 전문 서비스 부족 등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다시 새롭게 출발하는 것은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여수시가 선언한 평생학습도시에는 아직 미흡하다. 따라서 공공도서관의 연중개방에 만족할 게 아니라 앞으로 학교도서관, 작은 도서관 등으로 개방의 폭을 확대해 평생학습도시의 면모를 갖춰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최근 공공도서관보다 작은 도서관 확충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주무 부서인 국립중앙도서관에 배정된 도서관 관련 예산은 총 59억8700만원에 그치고 있다. 이 예산으로는 ▲도서관 협력망 구축 ▲작은 도서관 70개관 조성 ▲지식정보 격차해소 및 지자체 민간의 자발적 참여 등을 꾸리는 것도 버겁다.
이런 의미에서 김현 <오마이뉴스> 기자가 지자체와 정부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참조할 만하다.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그 나라의 박물관을 보면 되고, 현재를 보고자 하면 그 나라의 시장에 가보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한 나라의 미래를 알고자 하면 도서관에 가 보라는 말이 있다. 도서관은 그 나라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꿈꾸는 공간이다. 아니 그런 공간이 되어야 한다. 책 읽는 아이들, 책 읽는 어른들로 가득 찬 공간인 도서관의 모습, 생각만 해도 아름답지 않은가."
이게 바로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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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찾는 가족. 이 발걸음은 희망을 찾기 위한 노력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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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철 | |